두드려라, 가슴이 답답한 그대여!


방음벽으로 둘러싸인 이 곳을 한 단어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드럼을 배우는
곳이라면 ‘학원’일 테지만, ‘배움’ 앞에는 항상 친구 사귀기
먼저 들어간다. 즉, <이지드럼 클럽 & 스튜디오>는
드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동호회이자 연습실인 것이다.
실제로 이지드럼에 처음
가면 운영자나 부운영자가 기본 연습방법을 알려주지만, 이후에는 연습하다가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바로 옆에 앉은
회원에게 자연스럽게 물어보게 된다. 이는 이지드럼이 드럼보다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우선이라는 이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 앞에 붙어있는 ‘먼저 인사합시다’라는 문구, 두 명씩
마주보고 앉아야 하는 연습대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잘 보여준다.
사람과 드럼이 함께하는 어울림의 공간을 만들어 낸 사람은 동국대
그룹사운드 ‘백상’의 드러머출신 장세각 씨
. 대학 1, 2학년 때까지 학교 밴드에서 드럼을 치다가
전공(토목공학과)을 살려 건축회사에 다니던 그는, 연주에 대한 열망을 버릴 수 없어, 회사를 그만두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또한 외롭게 혼자 연습할 바에야 친구도 사귀자는 생각에서, 당시 주로 인터넷에만 존재하던 드럼
동호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실제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만난 회원과 결혼도 하게 되었고, 2-3년 후에는
밴드에 들어가 연주를 할 계획이다. 그의 꿈을 이뤄준 소중한 이 곳을
프로가 되더라도 꼭 남겨둘 생각이라고.
 
연습실 벽에 나란히 늘어서 있는 이름표들이 나타내주는 회원 수는 70여명.
중학교 1학년생부터 50대 아저씨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지만 20대의 대학생들이나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한달
단위로 등록하고 드럼 스틱만 사오면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곳이지만 끈기있는 회원은 그리 많지 않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왔다가 한달 안에 포기하는 사람이 절반이 넘고, 다시 두 달째가 되면 그 절반이 그만둔다. 물론
열성적인 회원도 많다. 매일 40명 정도가 출석하니, 한 회원이 일주일에 세 번 꼴로 오는 것이다. 장 씨는
“보통 한번 오면 세시간정도 연습을 하니, 직장인이건, 학생이건 자신의 모든 여가시간을 드럼에 투자하는 거죠.
심지어 프로로 나선 사람도 있어요”
라며 이 공간이 진정한 매니아들의 세계임을 강조한다.
기타나 건반과 달리, 드럼은 기본적으로 나는 소리가 없기에 몇 개월간 지루할
각오를 해야 한다. 게다가 온몸을 써야 하므로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다. 어떻게
드럼을 잘 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단 한가지, 연습.

단순히 며칠 동안 스튜디오에 나왔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연습대를 두드리며 감각을 키웠냐가 관건이다. 그래도
이지드럼 벽에도 네 대나 늘어서 있는 ‘진짜드럼’을 제대로 치려면 최소한 1년 이상은 해야 한다.
정말로 재능이 없는 사람도 있을까? 장 씨는 “재능은 바로 연습을 할
수 있는 끈기”
라고 거듭 강조한다. “상대적으로 리듬 감각이
없는 사람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노력으로 인해 뒤바뀔 수 있고, 요즘 노래방의 영향인지 다들 박자감각이 있더군요.”

락과 재즈부터 가요 서태지의 <죽음의 늪>, 박지윤의 <달빛의 노래>, 변진섭의 <너무 늦었잖아요> 까지 각종 장르의 노래가 무작위로 흘러나오면, 모든 회원들은 CD정도 크기에 약간 탄력이
있어 보이는 연습대를 두드린다. 악보도 없는 것을 신기해하니, 장 씨는 음악적 감각도 익히지 못한 사람이 그저
악보만 펼쳐두는 건, 말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책을 펼쳐 드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일단 음악을 많이 들으면서 간단한 것부터 차근차근 두드려 나가는 것, 많은 회원들이 수집한 연습방법들을 공유하며
꾸준하게 연습해가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며 인간적인 방법
이라는 것이다.
건대까지 오기가 어려운 사람은 신촌과
목동, 성남, 인천
에서도 이지드럼을 만날 수 있다. 이 지점들은 드럼을 좋아하고, 함께 연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각 지역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건대 본점에서 드럼을 배웠던 사람이나, 인터넷을 보고 이지드럼을
알게 된 사람이 ‘상부상조’라는 이념에 동의해 열 게 된 것이다. 장 씨는 “앞으로
단체 티셔츠도 맞추고, 대학로에서 스튜디오 이름을 걸고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라며 지점들간 연계를
강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모두 연습에 몰두해 예상보다 너무나 차분한 50분이 지나자, 10분간의 휴식시간이다. 자기 소리만 느끼던 사람들은
그 진지함이 어디 갔는지, 10분간 장난스레 담소를 나눈다. 드러머를
꿈꿨지만 혼자라 망설였던 사람, 스트레스를 신나게 해소하고 싶은 사람은 떠나라, 당신의 미래의 친구가 기다리는
이지드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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