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영어 실전기] 제3화 딸랑딸랑~ 골든 벨을 울려라

번화가의 화려한 술집 불빛이 번쩍번쩍~ 불을 밝히며 사람들을 유혹하는 건 세상 어디나 똑같은
줄 알았다. 하지만 예외도 있는 법. PUB(펍)이라 불리는 영국의 술집은 ‘이게 정말 술집 맞아?’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

기숙사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 가기 위해 다운타운으로 나왔다. 근데 도대체 술집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30분이나
헤맸지만 작은 불빛조차 찾기 힘들었다. 알고 보니, 영국에선 법적으로 네온사인 간판을 금하고 있었다. 한국 유흥업소의
화려한 불빛을 영국에선 구경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결국 작은 시골마을, 골목 어귀에서 찾아 낸 허술한 바(bar)는
정육점을 연상시키는 그 불그스름한 창문 빛으로, 술집임을 알리고 있었다.

바를 들어서자 그 곳에는 덩그러니 테이블 몇 개와 학교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딱딱한
나무 의자들이 전부였다. 많은 사람들이 서서 술을 마시고 있길래 ‘혹시 여기 나이트 클럽 아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앉은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아무리 눈을 씻고 둘러봐도 한국 스타일의 푹신한 소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열심히 술을 마시며 엉덩이의 배김을 견디고 있을 때, 턱수염 더부룩한 영국 아저씨 한 명이 천장에
달려있던 작은 종을 땡땡땡~ 하고 쳤다.

‘앗, 저것이 말로만 듣던 골든 벨?’

난 공짜 술 먹을 생각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냥 뻔뻔하게 얻어먹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술도 얼큰하게
취했겠다, 용기를 내어 턱수염아저씨께 성큼성큼 다가가 영어로 샬라샬라~ 떠들었다.

“Hey~ Is there something special? Or is your
birthday?”
(어이~아저씨! 뭐 좋은 일 있으신가봐. 혹시 아저씨 생일이세여?)

배시시 웃으면서 물었더니 영국인 아저씨는 고개만 갸우뚱 갸우뚱 하신다. (내 영어 발음이 그렇게 안 좋나?) 괜히 무안해진
내가 분위기 파악 못하고 크게 웃으며 “Anyway congratulation!”
하며 슬금슬금 물러섰다. 그러자 같이 온 친구가 나한테 도대체 왜 그런 질문을 했냐며 그 벨은 last
order(마지막 주문)
을 뜻한다는 것이었다. 어찌나 민망하던지….
마지막 주문 하라고 종을 친 술집 주인 아저씨한테 생일이냐고 헛소리를 하고 만 것이다. 난 영화에서처럼 그 술집의 모든
술값을 계산하는 의미의 종소리라 착각한 것이었다. ㅋㅋㅋ

겨우 11시 밖에 안 되었는데 어이가 없었다. 영국은 11시 이후에 주류 판매가 금지라는 사실을 훗날 알게 되었다.
영국에서 지내는 동안 한국의 술자리가 어찌나 그립던지 엄마 아빠보다 더 그리운 적도 있었다. (불효자식이라 욕하진 않겠지!)
술 마시고 싸우고 울고 웃고 소리 지르며 온갖 난리를 피우는, 술 매너 꽝인 한국이지만 한국의 너저분한(?) 술자리가
뼈에 사무치게 그리웠다.

‘한국에 도착하면 소주부터 마셔야지.’ 이게 나의 소망이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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