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체험]제6화 뭐~ 대학생이라구?



  택시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행선지를 말하고 가격을 흥정하는 드로핑(Droppong)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택시비를 받는다. 주로 외국인이 애용하는 택시이다. 드로핑은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구간택시보다 10배나 비싸다.

구간택시는 한 구간을 이동하는데 정해진 금액을 승객들이 나누어 내는 방식이다. 사람이 많이 탈수록 저렴하므로 보통 뚱뚱한
아줌마건 애들이건 문이 터져라고 꽉꽉 붙어 앉아 간다. 우리학교 아이들 10명이 택시 한 대로 등교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평균적으로 건장한 성인 4명이 타는데 한 사람 당 1500세디를 받는다.

한 손엔 녹차 티백을 우려낸 물을 담은 1.5리터 짜리 생수병을 쥐었다. 지난 번 외출 때 내리쬐는 태양이 모공을 사정없이
벌려놓는 바람에 길거리에서 봉지에 담긴 500ml 물(300세디= 한화로 46원 정도)만 3봉지를 마시고도 목이 말랐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대문 닫히는 소리를 뒤로하고 한 걸음 떼는 순간 비가 쏟아진다. 방으로 다시 돌아가 3단 우산을
챙겼다. 열대우림 기후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지리시간에 문자와 도형으로만 익히던 스콜현상 속으로 입성했다. 초속 11m쯤 되는 듯한 돌풍이 비오는 날의 먼지를 일으키며
내 뺨을 때린다. 포물선을 그어야 할 나의 3단 우산은 뒤집어진 사다리꼴이 되어 접혀지지도 않는다. 거리의 사람들이
“유어 엄브렐라 이즈 낫 굳!”
하며 소리 지른다. 수습되지 않은 우산을 조물락 거리며 사람들이 비를 피하던
건물의 차양으로 들어갔다.
“헬로 차이니즈” 하며 다가온 아저씨가 우산을 고쳐 주었다. 생수통을 가리키며 맥주냐고 물어본다. 거품이 일어난 녹차는
맥주로 오인할만하다. 1.5리터 생수통에 맥주를 담아 다니는 작은 동양 여자애가 이상했던지 아저씨의 시선이 계속 내 뒤통수에
머물고 있다.

땡큐~ 하며 성급히 밖으로 나왔다. 대충 고친 우산은 다시 만난 돌풍에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철로 된 우산살은 여기저기
부러져 아래로 치렁치렁 내려온다. 그러고 보니 비오는 거리에 우산을 쓰고 다니는 현지인이 아무도 없다. 다들 건물 안에서
비를 피하거나 드물게는 무방비로 비를 맞는다. 가방과 옷은 흠뻑 젖고 우산도 못쓰게 되었지만 시원한 날씨 덕에 모처럼
많이 걸을 수 있었다. 비가 내리면 허연 작은 벌레들이 눈 내리듯 달려든다. 팔랑거리며 시야를 흐리는 벌레들은 숨을 쉬면
코로~ 말을 하면 입으로~ 들어온다. 혹은 눈으로 찌르거나 썬크림과 땀으로 얼룩진 끈끈한 피부에 달라붙어 죽어가는 녀석들도
있다.

K.N.U.S.T.(Kwame Nkrumah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라고 불리우는 쿠마시에 위치한 과학기술대학
을 찾았다. 인터넷을 사용해 보려고 했으나
비 탓에 모든 통신이 끊겼다. 어딜가나 외국인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바로 가나 사람들이다.

2년 전, 이 대학을 졸업했다는 한 아저씨가 캠퍼스를 안내해 주겠다고 자청한다. 수많은 기숙사 건물 외벽은 널어놓은 빨래로
인해 알록달록 총천연색이다. 각 건물마다 그 건물을 상징하는 동상을 하나씩 세워두는데 한 기숙사 앞에는 커다란 닭 한마리가
놓여져 있는 게 아닌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punctual’ 즉 시간을 잘
지키라는 뜻
이라고 한다. 자신들의 시간개념 부족을 알긴 아는 모양이지!

고등교육이 갖춰져 있지 않은 이 곳에서 국립대학을 다닐 수 있는 사람들은 매우 귀한 존재이다. 97년도에
가나의 교육에 관해 연구를 한 핀란드의 사회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중의 1%만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어렵게 고등학교를 들어가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학생은 한 학교에서 대여섯 명 정도
라고 한다.

내가 대학생이라고
말하면 그때부터 나에게 다르게 대한다. 귀한 인재를 대하듯 깍듯이 대접하고 존경의 눈빛을 보인다. 한국에는 발에 걸리는
게 전부 대학생인데 가나는 대학인구가 너무나도 작아서 생긴 헤프닝이다.
대학을 졸업한 가나의 고급인력들은 모두가 가나를 떠나길 희망한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살며 제2의 인생을 꿈꾼다. 얼마
되지 않는 고급 인력이 가나를 등지고 떠나는 일이 반복된다. 이런 엑소더스로 인해 아프리카는 점점 침체되어 가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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