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tyke 아메리카] 제2화 학생여러분! 술집에서 봅시다

 
 
 
강의 후 가볍게 술 한잔 하거나 같은 취미를 나누는 동아리 활동도 미진하다. 그래서 학교
근처에서 먹거리 문화나 술집이 포진해 있는 거리를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몇 군데의 술집이 있을 뿐.
그나마 금요일 밤이 아니면 손님이 몇 테이블 안 된다. 이러니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은 적응이 쉽지 않은 상황. 어쩌다
한 잔 할라치면 10-12시에 문을 닫는 술집이 대부분이라 집에서 노는(?) 문화가 흔하다.

간혹 술집에서 만난 사람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놀랍게도 같은 전공의 클래스메이트인 경우가 있다. “어머!
너 나랑 같은 과야? 만나서 반갑다~~.”

봄학기 첫 수업에 들어갔는데 시간강사로 보이는 교수가 강의 계획서를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이상한 문구가 들어 있다. 강의계획서 내용 중에 교수실에 대한 설명이 “맥미나민스” 라는 술집으로
되어 있던 것.
그의 설명은 이러했다.
“난 교수실이 없다.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 그 술집에 오면 날 만날 수 있다. 질문 사항이 있거나 수업
내용 중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술집으로 오도록~.”

아마 한국이였다면 난리가 났을 게다. 교수가 어떻게 학생을 술집으로 오라고 하며 술집에서 무슨 공부를 논한단 말인가!
하지만 미국식 술집은 굉장히 밝고 조용해서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이다. 또한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학구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미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영화 속 한 장면이 생각났다. 노천 카페에서 멋지게 커피를
마시는 여주인공의 모습. 그것도 혼자서 고독을 씹으며~~.
지친 몸을 이끌고 학교 앞 카페로 혼자 걸어나간 나는 온 시내가 정전이 된 줄 알았다. 상점은 전부 깜깜하고 커피숍도
모두 문을 닫은 것. 한국이라면 밤 10시 이후가 가장 피크 타임일텐데.
그때 시간이 고작 8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정말 놀랄 놀자였다. 섬머타임을 적용해도 9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우아하게
커피 한 잔 마시려다가 비 맞은 생쥐처럼 아무도 없는 골목을 터벅터벅 걷는 내 모습이라니!

미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보다 더 잘 놀고 조금은 타락한 모습일 꺼라는 나의 추측이 여지없이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사회생활이 끝나면 거의 대부분이 집으로 간다. 집에서 자기 시간을 갖거나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한국식
밤 문화는 라스베가스에서나 볼 수 있다고.

대신 늦은 밤 커피 한 잔이 생각나는 사람을 위해 24시간 커피숍이 있다.(24시간 편의점도 미국에서 발명했다는데… 미국의
24시간 문화는 전부 일찍 닫는 상점 때문에 생긴 듯하다.) 이곳 포틀랜드는 미국에서 위험하지 않은 지역으로 손꼽히는
터라 가끔은 늦은 밤 혼자 나가도 안심은 되지만 다른 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집 밖에서 총 소리가
탕탕 들리고~~

한국에서는 시험기간만 되면 일요일에도 공부하는 학생들로 도서관에 발디딜 틈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시험기간이라도 금, 토요일은 저녁 7시에 문을 닫으며(평일은 24시간 운영) 일요일은 절대 문을 열지 않는 것이
미국식 도서관 운영이다. 벼락치기를 꿈꾸며 일요일 날, 도서관을 향한 나에게 잠겨있는 도서관의 단단히 잠긴 문을 보고
얼마나 뜨악~ 했던지.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한다. 그래도 한국에서의 대학생활이 낭만도 있고 추억에도 많이 남는다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미국으로 유학 온 나이어린 친구들을 보면 안쓰럽다는 생각도 든다. 대학에 공부하러 들어왔겠지만 동기간의 우정이나 끈끈한
무언가를 느껴볼 수 없는 약간은 삭막한 미국식 대학 스타일이 진정한 대학의 낭만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