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1 ‘비(非)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보셨나요?






자, 우리 사랑의 끝을 떠올려보자. 그와 작별을 나누던 카페에서 흘러나오던 ‘드뷔시’의 <달빛>이 흐르는 동안 모든 추억이 꿈결처럼 지나갔고, 혼자 버스를 타고 돌아오던 버스 안에서 울려 퍼진 ‘박지윤’의 <난 사랑에 빠졌죠>는 내 속을 긁어 놓았으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무한 반복해 듣던 ‘Diana Krall’의 는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유일한 친구였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우리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자연스럽게 음악 안에서 위로를 받았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오는 ‘오펜바하’의 뱃노래(Barcarolle)나 영화 <쇼생

크 탈출> 중 ‘피가로의 결혼(Sull’s Aria)’이 감동적으로 흐르는 감옥씬 같은 극한 상황까지 떠올리지 않더라도 음악을 통한 ‘치유’의 경험은 적어도 한 가지 이상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음악의 치유력은 탄탄한 이론적 기반과 만났을 때 과학이 된다. 5~6년 전부터 ‘음악치료’라는 개념은 영화, 방송, 문학, 만화 등 대중매체를 통해 소개되었기에 그리 낯선 분야는 아니다.
그러나 체계적인 음악 치료를 행하는 기관을 운영하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은 국내에서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단 한 곳뿐이다.

음악치료사의 꿈을 안고 입학한 지 두 달 남짓 된 학생들을 ‘비오케스트라 합주’
수업에서 만나보았다.
오후 6시 30분, 숙명여대 본관 1층. 서너 평쯤 되는 조그만 교실에 둥글게 배치된 접는 의자, 모퉁이에는 각각 피아노와 키보드, 드럼이 놓여 있고, 중앙에는 보면대와 아프리카 민속 음악에서나 봤던 북과 함께 실로폰, 심벌즈, 북, 트라이앵글, 탬버린 등 초등학교 시절의 합주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타악기가 흩어져 있다.

오늘은 한 학기의 반인 7주를 중간평가하는 의미로 모든 수강생이 발표를 하는 날이기에 특히 소란스럽다. 악보를 나눠주고 악기를 옮기며 부산을 떨던 학생들은 음악치료대학원 선배이기도 한 김종인 강사가

들어오자 모두 자리에 앉는다. 작은 스튜디오에 가득 찬 18명의 학생 중에는 남학생도 한 명 눈에 띈다.

‘비(非)오케스트라’는 흔히 오케스트라에서 사용하는 악기 외에 환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타악기를 포함하는 비전통적인 합주이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유키 구라모토’의 , 영화 <동감>의 삽입곡 <슬픈 향기>, 등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4곡 중에 한 곡을 골라 자신이 편곡하여 연주한다고 한다. 한 사람이 지휘하고 예닐곱 명의 지적된 학생이 합주를 하면 교수가 즉시 짧은 평가서를 적어주는 방식이기에 긴장을 피할 수 없다.

김종인 강사는 “음악치료사에게 필수적인 치료악기 연주 능력은 물론이고, 편곡하는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수업”이라 말한다. 지휘석에 선 사람은 연주 전에 곡을 파악하고 편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악곡 편성의 기초를 다지는 한편, 급우들에게 연주를 부탁하고, 연주 전에 틀리기 쉬운 부분을 미리 지적해 줌으로써 지시 능력까지 배양할 수 있다.

먼저 오늘의 첫 타자 도진희 씨가 <슬픈 향기>를 들고 지휘석에 섰다. 8명의 연주자는 각자 악기를 찾아 앉고, 도 씨는 “애절한 감정을 표현하려면 박자가 가장 중요합니다. 콩가를 맡은 분은 심장 박동소리처럼 쳐주시고요. 피아노는 중간에 빨라지지 않게 주의해주세요”라고 미리 지시한다

어려운 부분을 서너 번쯤 되풀이한 후에야 시작된 연주는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무사히 끝났다.

두 번째로 지휘하는 위아름 씨는 에 대한 곡 해석으로 시작한다.
“곡의 분위기는 슬프고 애절하죠. 저는 클라이맥스에서 통곡하며 울 정도로 감정이 격해졌어요”라고 운을 뗐다.
역시 각 악기가 틀릴 만한 부분을 미리 부드럽게 경고해 주고, 연주가 진행되는 중에도 조용한 목소리로 “오보에 소리 좀 키워주세요”라고 부탁하는 등 끝까지 완벽한 ‘전체’를 연주하기 위해 한 명 한 명에게 귀를 기울이는 모습에서 미래의 자상한 음악치료사를 발견한 듯하다.

글_이원경 / 9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사진_이승희 / 9기 학생기자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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