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체험]제3화 월요일에 태어난 내 이름은 ‘아조아’

 
유엔 사무총장이자 98년도 노벨평화상의 수상자인 코피 아난의 조국 가나에 온
이상 UN을 방문하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코피 아난은 세계적 명성과 지위로 가장 자랑스러운 가나인으로 꼽힌다. 고가의 우표는 그의 얼굴이 찍힌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그도 자국민들로부터 인심을 잃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학교의 아이들도 코피를 가리키며 “He is
bad man.” 이라고 하는 데 이유를 물으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 이름이 ‘코피’라니 한국어로 생각하면 우습게 들리지만 Kofi는 우리나라의 철수,
 
영수처럼 교과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친근한 이름이다. 여자 이름으로는 아마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가나에서는 태어난 요일별로 이름이 주어지는데, ‘코피’는 금요일에 태어난 소년을 ‘아마’는 토요일에 태어난
여자 아이를 의미한다. 가나에서는 남자는 금요일에 여자는 토요일에 가장 많이 태어나는가 보다.^^
월요일에 태어난 나는 아조아(Adjoa), 화요일에 태어난 선미 언니는 에비나(Ebina)이다. 그러니까 보통
어림잡아 가나인 중 14분에 1은 모두 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가 한번쯤 생각하는 꿈이 바로 국제무대에서 일하는
것. 수많은 국제 기구 중에서 가장 정통성을 인정받는 곳이 바로 UN이다. 내가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NGO역시
UN의 산하단체이다.
우리는 UN을 직접 마주할 일은 거의 없지만 아프리카에선 UN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매일 저녁 뉴스에는 어느 나라의 누군가가 어디에 물품을 지원했다는 뉴스가 주를 이룬다. 그러다보니 아프리카에는
UN의 지원금을 노린 유령 NGO도 무수히 많다고 한다.
한 번은 한국 정부에서 가나 북부지방의 원주민 마을에 원조금을 줬다는 뉴스가 나왔
 
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렇듯 제3세계에는 자원봉사자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마음만 앞서서는 안 된다. 경험 삼아
한번쯤 해보고 싶다면 차라리 여행사의 오지탐방 프로그램을 권하고 싶다.
자신이 세상을 구원하는 천사라도 되는 양 들뜬 마음가짐으로 현지인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금물이다. 현지인들 역시
자원봉사자를 고운 시선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한국자원봉사 단체의 직원 한 명이 현지인에
의해 피살된 적도 있다고 한다. 지금은 여러 가지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하니 그리 걱정할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UN에서 전문 자원봉사자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UN의 전문 자원봉사자 평균 연령은 39세로 젊은 사람이 적다. 이들 대부분은 각자 분야에서 10년 정도의
경력이 있는 사람들로 생활비를 어느 정도 받아가며 자원봉사를 한다.
UN에서 자원봉사자를 선발할 때는 경력과 마음가짐을 가장 중시한다. 이번에 새로 가나의 UN 전문 자원봉사자로
오게 된 Miss곽(UN 관계자에게 전해들은 정보이기 때문에 확실한 한국 이름은 알 수 없었다. 우리 이름은
외국인이 발음하기에 너무 어렵기 때문에 국제 무대에서는 대부분 영
 
어 이름을 사용한다.) 역시 동티모르에서의 자원봉사 경력을 인정 받아 선발되었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의 자원봉사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전문 자원봉사자는 지원금을 받으며 해외 자원봉사를 할 수 있지만
대부분 학생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누구나 한번쯤 자원봉사를 꿈꾸지만 실현하기가 어려운 점이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만으로 금전적인
한계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주변에도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통해 스스로 벌어서 기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내 몸 돌보기도 빠듯한 나는 왜 이 멀고도 힘든 길을 택했을까. 작년
여름에 겪었던 일이 떠오른다.
“철저한 시장 원리에 의해 사회가 운영된다면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나요? 그냥 죽어가게
내버려두는 것이 정부의 몫인가요?”
교수님의 강의 중에 학생이 던진 질문에 그 교수님은 이렇게 답했다.
“자본주의 사회에도 자선가는 있게 마련이다. 정부가 억지로 나서 그들을 돕지 않아도 누군가는 도와주게 되어
있어. 이 세상
 
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까.”심드렁하면서도 그다지 명쾌한 대안도
없는 선문답이었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난 스스로 범상치 않은 사람이기를 원했다. 그래서 ‘암흑의 땅’이라고
불리는 머나먼 이국 땅에서 내 전 재산인 몸뚱이를 소진시켜 가며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 말을 전하고 싶다.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방법은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시작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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