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체험]제2화 서랍을 꽉 채운 비누, 그리고 행복한 병아리 선생님





 

처음 이곳에 와서 한동안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It’s OK.”였다.
숙소에 처음 도착하자마자 나와 같은 집에 사는 아이(마메코나두 12세, 7학년 재학 중)가 목욕물을 받아 주겠다고
했다. “No. It’s OK. I can do myself.”,
주말이 되니 빨랫감을 달라고 한다. 역시 또 “No. It’s OK. I can do myself.”,
빨래를 마치고 방에 돌아왔더니 다림질을 해주겠다며 내일 입을 옷을 달라고 한다. 급기야 “You don’t
have to do!!”라고 강하게 거절해야 했다.
그 후로 그런 말을 하지 않지만, 아직도 그 아이는 내 방에 슬며시 들어와 쓰레기통을 비우고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라보다가 봉지를 뜯어 친구들과 몇 개를 먹다가 갑자기 비스킷 봉지를 내 손에
쥐어주는 아이도 있다.

가나로 오는 멀고 험한 여정 중에 도둑 맞은 목욕용품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쓰고도
남을 비누가 서랍 속에 가득 찼다. 더위 탓에 지쳤지만 마음만은 너무 행복하다. 평소 같으면 아이들이 주는
것을 받지 않았겠지만, 그 작은 선물마저 거절하면 아이들마저 거절하는 것 같아 주는 대로 받으면서 연신 “땡큐”를
외쳤다.

비스킷은 아이들과 나눠먹고 사과는 매일

 

학교 방학식을 하는 날이었다. 마메코나두가 아침에 나에게 와서 오늘은 방학식을 하는 날이라 아이들이 선물을
줄 테니 거절하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고 간다. 이 곳은 스승의 날이 없는 대신 방학식 날 아이들이 커다란
비닐 봉지에 선물을 담아 선생님에게 준다.

선물이래야 비스킷이나 비누, 음료수 등이 전부다. 온 지 2주일도 되지 않은 병아리 선생님인 나도 비스킷 5개
사탕 2개, 풍선껌 3개와 비누 5개, 환타 한 병 그리고 나와 같은 집에 사는 마메코나두로부터 사과 한 개를
선물 받았다.

아이들은 아직 순박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선생님 여기요’ 이런 말도 못하고 ‘우리 엄마가 선생님께 주래요’라며
선물을 내민다. 비스킷을 들고 내 곁으로 성큼성큼
걸어와 나에게 말도 못 걸고 나를 한번 바

나의 식사를 마련해주는 식당 일을 하는 아이(마틸라, 16세)에게 줬다. 조금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이 곳에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식모살이를 하거나 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아이들이 무수히 많다.
내가 있는 학교에도 청소 빨래 요리 등의 잡일을 하는 사람 4명 중 2명은 10대이다. 16세의 마틸라, 12세의
아마.

얼마를 버는지 잘은 모르지만 학교에서 먹고 자며 가끔 군것질도 하니 생존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인 것 같다.
여기서는 아동 노동이고 아동의 권리고 말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법이나 권리보다 관습과 전통이 우선한다. 어줍지 않은 우리의 잣대로 틀렸다고만은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마메코나두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마자 나에게 사과를 먹었느냐고 묻는다. 잠깐 주춤했으나 어차피 알려질 사실이라
마틸라에게 줬다고 이실직고하고 남은 비스킷을 마메코나두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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