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종단기]제16화 우틸라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시작되다

리 루트상의 마지막 마야유적인 꼬빤,
여러 유적군들을 많이 돌아다녀본데다가 입장료가 US$10이라는 데에 마음이 잠시 흔들렸지만 그래도 무언가 다른 마야문명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이른 아침 꼬빤 유적으로 향했다. 입구를 들어서자 마자 결이 살아 있을 정도로 잘 정돈된
잔디와 더불어 당당하게 서 있는 스떼라(돌비석)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높이 3.9m, 너비 1.2m, 두께 0.9m인
직육면체 돌의 전면에 세밀하게 새겨져 있는 남자의 얼굴과 더불어 양 옆에는 마야 그림문자가 뒤에는 조각이 새겨져 있다.
철기를 개발하지 못해 돌기구만을 이용하여 조각을 했을 터인데 옷의 장신구 하나하나 심지어 옷의 주름까지 너무나도 세밀하고
생생하게 표현하는 그 화려한 기술에 놀랄 따름이었다. 스떼라가 서 있는 광장을 지나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자 꼬빤 유적의
하이라이트 240개의 마야문자로 이루어진 63단의 계단이 보인다. 언뜻 보기에는 마치 우리나라의 십이지상 같은 마야문자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데 그 조그마한 조각하나에 무수히 많은 뜻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 유적 전체의 규모는 전에 보았던
띠깔에 비할 데가 못됐지만 그 섬세함이나 화려한 세공 기술이 꼬빤 유적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리라.
  야인들은 문법을 갖춘 그림문자로 모든 역사를
기록했지만 오늘날 남은 것은 거의 돌에 새겨진 것들 뿐인데 그 이유는 스페인 정복자들은 마야의 책에 그려져 있는 것들이
문자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마야의 책들은 그들에 의해 보이는 대로 불태워졌기 때문이었다. 그 후 한참이 지난 1958년이
되어서야 그 그림들이 의미가 있는 문자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지금은 많은 학자들에 의해 75%정도 해독 되었다. 마야 문자는
같은 글자라도 다른 뜻을 지니는 경우가 많다. 마치 ‘눈’에 ‘雪’과 ‘目’ 두 가지 뜻이 있듯이 그 뜻을 보완 기호가
알려 주지만 거기에는 일정한 규칙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문자의 수도 1,000 가지가 넘는 데다 모양은 다른데 뜻은
같은 문자도 많아서 전세계 상형문자 중 마야 문자가 제일 까다롭다고 말해진다. 또한 마야인들은 수학과 천문학에도 능통했다는
것! 마야인들은 0의 개념을 알았으며 20진법을 썼고 막대기와 점 모양으로 숫자를 나타냈다. 마야의 천문학자들은 1년을
365.2420일로 산출하였는데 이것은 현대 천문학의 365.2422일과 비교해 오차가 거의 없다. 또한 그들은 달의
운행은 29.5320일, 금성의 주기는 580일로 계산했는데 지금과 비교해 오차가 겨우 달의 운행은 0.00039일,
금성의 주기는 0.08일이다. 그러나 오히려 마야인들은 뛰어난 수학과 천문학에 너무 사로 잡혀 있었다. 마야인들은 두
개의 달력을 사용하였는데 그 두 개의 달력의 날이 맞아떨어지는 52년마다(우리나라에서 10천간과 12지지가 조합되어서
60년마다 기미, 을축 등의 같은 60갑자가 돌아오는 것과 비슷하다.) 기존 피라미드 옆에 새 피라미드를 세웠고 52년째
되는 날 살던 도시를 버리고 수 만명이 400㎞가 넘게 밀림 속을 이동해 다른 곳에 터를 잡고 신관들이 시키는 날부터
새 도시 건설을 시작했다. 이렇게 마야의 모든 장식이나 조각, 건축물들은 반드시 어떤 날짜와 관계가 있고 일상 생활도
날짜와 숫자를 따랐다. 그리고 이 복잡한 역법과 건축 설계술은 신관들만이 알아서 그들은 일식과 월식 따위를 예언해 평민들로부터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노예나 평민을 신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의식을 치루기도 했다는 것, 그 의식은 산 사람의 가슴을 돌칼로 가르고
뜨거운 심장을 꺼내어 신에게 바치는 잔인한 의식이었고 이를 위해 신관들은 사람 제물을 많이 구하려고 포로를 잡기 위한
전쟁을 자주 부추겼다. 따라서 마야의 전쟁기록에는 어떤 사람을 얼마나 잡았다는 기록만 있을 뿐 어떤 도시나 땅을 빼앗았다는
기록은 아무 데도 없다. 마야문명은 아직도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유럽과 아시아로부터
뚝 떨어진 대륙에서 어떻게 혼자 힘으로 그런 훌륭한 문명을 이뤘는지, 왜 사람이 살기 힘든 건조한 땅이나 밀림에 도시를
세웠는지 그리고 왜 힘들게 세운 도시를 하루 아침에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였는지. 다만 안타까운 사실은 겨우 300년전
마야 문명의 이 모든 의문을 해결할 자료가 스페인의 정복으로 인하여 다 말소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아리러니컬하게도 스페인의
정복자가 남긴 몇 안 되는 책만이 마야문명의 기초 자료가 되고 있다는 것. 마야 문명의 남은 수수께끼들이 조금씩 풀리는
날, 이들의 놀라운 문명에 세상이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까.
   
 
 
  세이바에서 한시간 동안 배를 타고
우틸라로 향하는 동안 처음 마주하는 카리브의 푸른 바다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할 생각에 설레여 하다가 바람 솔솔
불고 햇볕 따스한 갑판 위에서 기분좋게 자고 있었다.
  드디어 비치다~ 3개월이 넘도록 여행하면서 해변가에서 수영 한번 한적 없다는 놀라운 사실! 그러나 여기서 문제점은
우리 둘 다 수영의 ‘수’자도 모르는 맥주병들이라는 것. (만나는 친구들마다 이 문제점을 가지고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겠다고 소리치는 우리 둘 앞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당황스러워 했다.) 앞으로의 고생문이 훤하다 훤해~ 배에서 내려
흘러내리는 복대를 추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눈에 익은 사람이 걸어온다. 우리가 이곳으로 도착할 거라는 메일을 받고 마중
나온 앞으로 우리의 수영 선생님이 될 윌이다. 착하기도 하지. 미리 와서 터를 닦아 놓고 있었던 윌의 안내로 정말 저렴하고
깨끗한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그동안 짱 박아 뒀던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우리의 교실로 향했다. 새하얀 모래와 더불어 밑이
훤히 다 들여다 보이는 푸른 바닷물에 잠시 할말을 잃고 서 있다가 그대로 바다로 직진! 물이 어깨까지 오는 적당한 깊이에서(키
190cm가 넘는 윌에게는 허리 깊이 –;) 수영 강사 자격증이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 윌의 도움으로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몸 가벼울 어렸을 적 수영 배워 놓지 않은게 이리도 한이 맺힐 줄이야! 코, 입으로 계속해서 들어가는 바닷물에 정신없어
하다가 결국 5m 숨쉬며 수영하기에 성공(많은 맥주병들의 공통된 고민이 잠수해서 떠 있기는 가능한데 숨만 쉬면 가라 앉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살기 위해 항상 발이 땅에 닿을 정도의 물 깊이에서 밖에 놀 수 없다는 것.)해서 기분 좋게 호텔로
돌아왔다. 그.러.나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는 오늘 open water 코스를 마치고 자격증을 딴 영국인 애럼이 코스를
밟기 전에 200m 수영 테스트가 있단다. 100m 달리기에도 20초가 걸리는데 200m 수영 테스트라니! 다음날 다이빙
센터로 차마 향하지 못하고 곱게 다시 교실로 돌아와서 허우적 대고 있는 둘. 20m 수영에 성공해서 또다시 기분 좋게
놀고 있는데 어제 만난 오스트리아인 해리가 스노클링을 하며 다가 온다. 오늘의 성적을 묻는 해리에게 20m를 성공했다고
하니깐 어제는 5m였고
 

오늘은 20m니깐 내일은 80m 수영에 가능할거라며 열심히 응원해 준다. 수영 연습 3일째 되던 날, 자신감
100%에 내일 다이빙 센터로 갈꺼라고 호언장담을하고 있는데 우리를 감독하러 온 윌이 내일 카약을 타러 갈꺼라고
거기다가 스노클링까지 할꺼라며 슬슬 우리를 꼬신다. 아무 하는일 없이 3일을 논 터라 내일부터는 정말 다이빙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스노클링에 마음 약해지는 둘. 게다가 수영 테스트에 두려움과 동시에 두꺼운
스쿠버 다이빙 책자(물론 100% 영어다. 우리가 불어나 이탈리어로 된 책을 읽겠는가!)를 읽어야 한다는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었던 터라 1초 만에 같이 가겠다고 달라붙어 버렸다.
   
 
 
  침 일찍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 하나
사 들고 카약에 익숙한 영국인 소냐와 호주인 피오나, 카약에 젬병인 우리와 우리의 보디가드를 자청한 만능 엔터테이너
윌, 이렇게 두 팀으로 나뉘어 연습으로 근처 강가 한 바퀴 돌았다가 원 위치로 와서
  윌의 노젖기 강의 한판 다시 듣고 바다로 출발! 그러나 비가 온다. 어차피 젖을 거라며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센 빗발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이 서양인들. 바다로 나서니 다행히 빗발이 약해지더니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힌다.
카약을 타고 한참을 가서 우틸라 섬의 끝자락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스노클링을 할 장소를 찾아 나섰다. 적당한 위치에
가서 배를 고정시키고 스노클링 마스크 쓰고 튜브 입에 단단히 물고 깊이를 알수 없는 바닷물로 첨벙! 튜브 덕분에 숨쉬기
고민 안해도 되는 터라 겁도 없이 마구 헤엄쳐 가는데 아뿔싸. 튜브로 물이 들어온다. 수영 잘하는 사람들이야 튜브에 물이
들어 오면 튜브를 입에서 빼고 물을 뱉어버리면 되겠지만 튜브를 빼는 즉시 죽음일 수 밖에 우리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정신 없이 살아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카약을 향해 헤엄 쳤다.(여기서 정말 웃긴 사실 하나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카약으로
헤엄치는 은화의 눈에 반대편에서 얼굴빛이 하애져서 똑 같은 표정으로 정신 없이 카약으로 헤엄치고 있는 예현이가 보였다는
사실. 어찌나 하는 짓이 똑같은지…–;) 카약에 있는 힘껏 달라 붙어서 살았다는 안도감에 숨을 돌리고 있는데 이런 우리의
마음을 알 턱 없는 윌이 밑에서 다리를 잡아 당기며 장난을 친다. 이제는 항상 돌아갈 거리를 생각하며 카약 근처에서 스노클링을
하는데 태어나서 처음 본 바닷속 세계는 아름답다 못해 경이로울 정도였다. 보라빛 산호초 주위를 헤엄치는 색색깔 물고기들.
형광 파란빛 물고기, 노란 줄무늬에 까만 점박이 물고기, 떼를 지어 다니는 반짝거리는 작은 물고기들 정말 과학 책자에서만
보던 세상에 눈을 뗄 수 조차 없었다. 스노클링 튜브 없이도 물안경 하나 쓰고 자유자재로 다니며 즐기고 있는 윌, 소냐,
피오나가 부러울 따름이었다. 힘이 딸릴 데까지 스노클링을 하다가 돌아오는 길에 파도 하나 없이 유리 표면같이 잔잔한 바다의
멋진 풍경과 동시에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내일부터 시작할 스쿠버 다이빙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200m
수영 테스트를 어찌 감당해 낼지. 오늘 느낀 죽음의 공포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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