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종단기]제17화 이제 우리도 Open Water Diver!!

 
전세계에서 다이빙을 배우고자 모여든 여행자들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는 이곳 다이빙센터.각국의 언어로 쓰여진 다양한
다이빙 교본이 비치되어 있지만, 어떤 다이빙센터에도 한국어로 쓰여진 책은 없다는 사실이 이곳을 여행하는 한국인이 드물다는
현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읽는다고 애는 썼지만 읽어야 할 분량의 반도 채 읽지 못한 반쯤 채워진 숙제를 들고
우리는 다이빙센터로 향했다. 그러나 책에 쓰여진 내용을 다시 비디오를 보며 반복하기 때문에 책을 안 읽어가도 별 문제
없이 퀴즈를 풀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안심시킨다. 숙제로 주어진 문제들에 관한 부분만 쏙쏙 집어내어 단 몇 분만에
숙제를 다 해내는 요령을 터득하면서, 우리의 스쿠버 다이빙은 시작되었다.

3일동안 우리의 배를 엄청난 양의 바닷물로 채우게 했던 수영 테스트.(수영 연습을 하고 숙소로 돌아가면서 항상 배부르다고
꺽꺽댔던 우리.) 바로 그 수영 테스트를 받는 시간이 다가왔다. 수영 테스트를 받으러 다이빙센터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세차게 내리는 비가 우리의 우울한 마음을 한층 더 우울하게 만든다. 우리의 선생님 제리는 걱정하지 말라며 계속 다독이지만,
좋지 못한 날씨로 인해 세차게 파도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저 바다 앞에서 나오는 건 그저 한숨뿐…

다이빙 슈트에 스노클링 마스크, 오리발까지 착용했으니, 자~ 시작해 보자!
물 속으로 뛰어들고 보니 오리발 끝이 살짝 바닥에 닿는 게 생각보다 깊지 않다. 적어도 빠져 죽지는 않겠다는 사실에 우선
안심하고, 제리의 응원에 힘 입어 열심히 허우적대며 앞으로 20m쯤 나갔을까. 이제 됐다며 돌아가자는 제리의 반가운 신호!
앗싸~! 200m 수영 테스트 별거 아니다. 조금 허접한 테스트이긴 했지만…

오전에는 비디오 시청과 함께 숙제로 풀어간 문제들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퀴즈 시험을 치루고, 오후에는 다이빙센터에
마련된 5m 깊이의 풀에서 실전

연습을 쌓기 3일째, 드디어 바다로 첫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간다.이번에는 수심
12m 정도밖에 들어가지 않지만, 풀장에서 경험한 5m에 비하면 이 얼마나 떨리는
깊이인가! 부력을 조절해주는 BCD조끼, 산소탱크와 연결되는 레귤레이터(호스), 물 속에 잘 가라앉도록
도와주는 무게 벨트, 다이빙 슈트, 오리발, 마스크까지 점검하고 보트에 올라 오늘 함께 할 캡틴과 인사 나누었다.
 

어느덧 도착한 곳은 다이빙센터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바다 위. 산소탱크에 장비들을 연결하고 기타
준비와 마지막 안전 체크까지 다 마치고 나서야 보트의 끝 가장자리에 서서 한발을 내딛으며 바다로
뛰어드는 입수 자세를 취했다. 아직까지 깊은 바다에 대한 공포심이 가득해서인지 이거 영~ 쉽지가 않다.
이를 악물고 바다 속으로 한발 내딛어 뛰어들고서 BCD조끼에 공기를 집어넣고, 캡틴에게 OK사인까지 보낸 후에야
드디어 바닷속으로! 아직은 공기를 빼면서 조금씩 조금씩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데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의도한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오리발 처리하랴, 귀의 압력 맞추랴, 정신이 하나도 없다. 2일간 풀장에서 한 실전 연습은
어디로 갔는지…
어느새 고운 모래가 깔려있는 바닥에 닿았다. 주위를 둘러 내 몸을 감싸고 있는 건 온통 푸른 빛의 물 뿐…
고개를 들어 수면을 쳐다보니 바다 속으로 하얀 햇살이 비쳐지고 있었고, 그 햇살을 향해 방울방울 올라가는 공기방울이
가히 장관이다. 날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을 만큼 여유롭게 물의 흐름을 느끼며 헤엄치는 가운데, 색색의 산호초가
펼쳐진 바닷속 정원을 이리저리 유영하는 물고기떼들과 만나는 신비한 체험이 펼쳐진다.
바닷속 세상의 충격에 정신이 없는 우리에게, 제리는 곳곳에 숨어있는 갖가지 특이한 바다 생물들을 찾아내 알려준다.
먼지 같아보여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해파리’, 얼룩덜룩 보호색으로 모래 속에 낮게 숨어있는 물고기, 산호초
사이에 무리지은 조그만 새우들, 뱀장어처럼 생긴 초록빛의 이름 모를 물고기, 손을 다가가면 벌렸던 수풀같은
입을 쏙 집어넣어버리는 해삼 같은 것들…

스쿠버 다이빙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멋진 경험이었다. 4번의 스쿠버 다이빙을 아무런 사고 없이 퍼~펙트!하게
끝내고, 50문제 중 47개를 맞추는 우수한 성적으로 이론 시험도 통과한 우리에게 우리 이름이 들어간 임시
다이빙 자격증을 교부되었다. 수영도 못하던 우리가 open water diver가 되었다니! 감격!

 
     
 
   
다이빙 코스를 시작하기 전, 우리에겐 잠깐의 갈등기간이 있었다. 갈등의 윈인은 우띨라에서
새로 사귄 많은 친구들이 다같이 우띨라를 떠나는 날이 바로 우리가 다이빙 코스를 시작하는 날이었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다이빙 코스를 받기 전 4일동안, 우리는 그들과 매일 같이 저녁식사와 수영, 카약 등으로 정말 재미있는
시간을 함께했었다. 다같이 라세이바에서 래프팅을
하고 중미에서 같은 루트를 함께 여행할 것 같은 마음에, 친구 따라 강남 가고 싶은 충동이 자꾸 생겨나,
  다이빙을 하지않고 같이 떠날 것인가를 두고 전날 밤 무척 고민했던것. 결국 우띨라에 온 본연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우리는 의연하게 친구들을 떠나 보내며 4일간의 다이빙 코스를 끝내고 총알같이 따라 붙을 것을 다짐했다. (우리가 누구던가?
북미에서도 36시간동안 버스를 타고 순식간에 대륙 횡단까지 했던 사람들이 아닌가! 중미는 북미에 비하면 아~주 작다.)
다시 다이빙센터로 발길을 돌리긴 했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사실 4일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용케 찾아내서 저녁같이 먹자고 하던 윌 때문에 조금은 예민해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사람들과 저녁을 같이 먹으려면 상당한 돈이 지갑에 두둑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둘째로는 사교성이
너무나 훌륭한 윌로 인해 저녁을 먹는 동안 늘어나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다는 것. 둘째 이유야 바로 옆에 있는 사람잡고
얘기하며 놀면 되지만, 우리에게 큰 문제로 다가왔던 것은


첫번째 이유였다. 끼니는 되도록이면 싸게 끝내려고 하는 우리와는 달리, 맛있는 레스토랑만 골라 찾아 다니는
친구들이 부담스럽기만 했다고 할까… 물론 덕분에 4일내내 갖가지 바비큐 생선, 치킨들을 상큼한 샐러드, 홈
메이드 감자와 함께 먹는 갖은 호사를 누리긴 했지만…
 

여행을 하면서 서양인 여행자들과 우리가 다르다고 느낀 가장 큰 부분은 식문화였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 숙소는 허접한 곳에서 묵더라도 끼니만큼은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사람들.
우리가 길거리에서 조각 내어 파는 과일들을 사먹을 때, 그들은 과일이 먹고 싶으면 레스토랑에 가서 과일
샐러드를 시켜먹는다. 그리고 돈을 절약하기 위해 숙소에 딸려 있는 부엌에서 음식을 해 먹을라 치면, 하나도
빠짐 없이 완벽하게 재료를 갖추고서 시작하는 사람들. (우리는 늘 그 모습을 보며 ‘차라리 사먹는 게 낫겠다’를
수 백번 외쳤다.) 또한 멕시코에서 우리가 그 많은 타코 가게를 순례하는 동안, 단 한번도 서양 여행자를 본
적 없었다는 사실. 해외 여행에서 가장 큰 문화적 경험으로 다가오는 것이 그 나라만의 식문화를 체험해 보는
것인데, 자기가 알고 있는 음식만을 사먹고 요리하는 사람들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나 할까.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여행하면서 다른 여행자들과 같이 식사를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느낀 또 다른
점 한가지는 다른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고 음식이 나오는 대로 각자가 주문한 음식을 각자 먹어버린다는 것.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었지만 나중에는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띠깔에서 만난 일본인 히라이가 음식이 다 나와 자동적으로
손이 간 우리에게 ‘화장실 간 마사시를 기다려 주자’고 했을 때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그러나 이 얼마나 정감
있는 동양의 문화인가!

 
친구들과 헤어지고 이제
드디어 우리만의 식문화 색깔을 다시 되찾는가
싶었는데, 혼자 남은 오스트리아인 해리 덕분에 매일 저녁 역시나 우리의
식사는 레스토랑에서 계속되었다. 우띨라에서의 8일간의 즐거웠던 생활을 접고 육지로 향하는 배 안에서,
우린 중미 어딘가에 있을 친구들을 다시 만날 생각에 마음이 즐거워졌다. 세계인의 연락망. 인터넷이
있는 한 어디에선가 만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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