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종단기]제27화 ‘빨간 눈의 악어’, ‘모기’와 함께한 체험!- 아마존의 팜파스

    깊고 파란 호수에 하늘이 그대로 비춰진다는 티티카카 호수의 마을 푸노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동안 좋다는 호수들은 다 찾아다녀서인지 그다지 큰 감흥이 없다. 하릴없이 3일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정신 없는 페루에서 뜨고 싶어진다.
자, 이제는 볼리비아로!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린 버스가 드디어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 들어섰다. 그러나 나무가 없는 언덕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황폐한 풍경과 흔한 횡단보도 하나 없는 도시 기반 시설 등 여느 남미의 도시들과는 첫인상부터 상당히 다르다.
크리스마스를 아주 수수하게 보낸 까닭에 새해만큼은 대도시에서 성대하게 보내리라 기대했건만 화려한 불꽃놀이 보기는 글렀구나!
 
센뜨로를 한 바퀴 도는데 정말 토속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고 할까? 거리에는 발 디딜 곳 없이 인디오 아주머니들이 장을 펼치고 있고, 대형 슈퍼마켓이나 인테리어를 한 상점들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거기에다 새해 풍습인지 여기저기에 새끼 라마를 그대로 말린 흉물스런(?) 시체가 널려있고 가짜 미국 달러가 주렁주렁 걸린 이상한 향을 팔고 있다. 신호등이 드문 도로의 차들은 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달리고, 사람들 역시 쌩쌩 달리는 차들 사이를 신기할 정도로 잘 피한다.
이런 라파스를 여행하는 사람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첫번째, 같이 원주민화가 되는 부류! 우선 그들은 볼리비아의 싼 물가에 감동하며 입가에 미소를 살짝 머금는다. 음식점에서 먹을 거라고는 뽀요(스페인어로 닭요리)밖에 없지만 다양한 군것질거리 체험에 배가 꺼질 시간이 없다.
그러나 이것에 적응하지 못한 다른 부류는 매끼니를 버거킹에서 때우고(그들이 버커킹에 가는 이유? 패스트푸드점라고는 유일하게 버거킹 밖에 없기 때문에) 길을 건널 때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인디오 아주머니와 흥정해서 빨간 휴지도 사고(하얀 엠보싱 휴지만 있다고 생각하는가! 남미에 오면 정말 다양한 색깔의 휴지를 골라 사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매일 다른 종류의 길거리 음식을 시도한 후 평가를 내리며, 버스 창 밖으로 바나나껍질을 휙 던지는 사람을 보고도 더이상 놀라지 않는다. 그렇게 나름대로 알찬 시간을 보낸(기도를 하며 경건하게 보냈다는 말씀. 돌아가는


그날까지 건강하고 즐겁게 여행할 수 있기를…아멘!) 우리는 물가가 싼 볼리비아에서 아마존를 체험하기 위해 루레나바께로 향했다. 무성한 정글 속에서 타잔놀이나 해볼까? 아~아아~
 
 
루레나바께로 향하는 버스에서 자욱하던 안개가 걷히는 순간, 버스가 달리고 있는 길의 상태를 알아차린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 데도 16시간이나 걸리다고 하길래 길의 상태가 좋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런 꼬부랑 외길에 낭떠러지일 줄이야. 게다가 반대편에서 오는 다른 차를 만날 땐 이런 길에서 후진을 하는 것이 아닌가! 뒤에서 창문을 열고 후진하던 광경을 지켜보던 인디오 아주머니가 그만 가라고 소리를 고래 고래 지르는 데도 아랑곳 않고 기술적으로 절벽 끝에 서는데 정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더욱이 길을 따라 10m마다 십자가들이 보이는데 어찌나 기가 막힌지…(알고 보니 그 길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길이라고 불린단다.)
그러나 가슴 졸이는 순간도 잠시, 끝없이 펼쳐진 산들이 이루는 장관에 오로지 감탄사만 나온다. 이 위험천만한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 있다 했더니만 정말 이 풍경과 함께 하는 사이클링이라면 이 위험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림 같은 경치가 펼쳐지는 안데스 산맥의 줄기를 따라 점차 낮은 고도로 내려 오니 확실히 후덥지근해진다. 이제 그 위험천만한 길을 벗어난 건가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갑자기 버스가 멈춰 선다. 아니나 다를까 타이어에 펑크! 거의 대부분 도로가 비포장인데다가 중고 타이어들을 쓰는 까닭에 타이어에 펑크가 나는 건 예삿일이라고. 이제 연착되는 것에는 초월했다.
먼지로 뒤덮인 다른 타이어를 꺼내 몇 분만에 갈아 끼우고는 다시 출발, ‘저녁’마을에 도착했다.(라파스에서 루레로 가거나 루레에서 라파스로 가는 모든 버스들이 저녁을 먹기 위해 이 마을에 멈춰 서기 때문에 이 마을은 세나(스페인어로 저녁식사) 간판을 내걸은 음식점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1시간 후에 돌아오겠다던 버스는 2시간이 다 되어 가도 오지를 않는다. 기다림에 지친 버스 승객들이 단합해서 버스를 찾아 나섰다. 터미널 한쪽 구석에 박혀 있는 버스를 찾아내서 다시 올라타려는데 엔진이 위험해서 이 버스로는 도저히 갈 수가 없다고 한다. 승객들이 버스를 찾아 오지 않았다면 몇 시간이고 기다리게 할 생각이었던 건지…. 이 사람들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가?
더욱이 근처에 있던 다른 회사의 버스로 갈아타라고 하는데 임시 방편으로 지목한 버스는 원래 타고 있던 버스보다 훨씬 작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지 못해 10시간 내내 꼬박 서서 가야 할 판국.(그 와중에도 우리는 한국 아줌마 근성을 발휘해 역시나 무서운 인디오 아줌마들 사이에서 우리의 자리를 잡아냈다.–v) 한국에서라면 난리가 났을 일인데 이 사람들은 불평 하나 없이 짐을 옮기고 버스를 갈아탄다. 이것도 이 나라의 문화인가하고 신기해하며 출발을 기다리는데 또 다른 문제 발생. 이번에는 버스 주인이 이 버스는 내일 아침 라파스로 가야 할 버스라며 갈 수 없단다.
오늘은 이 버스에서 자고 내일 아침 다른 버스가 준비되면 옮겨 타라나? 드디어 사람들이 화났다. 사람들이 모두 버스 회사 부스로 달려가 50명의 승객 대 2명의 운전사가 싸우기 시작했지만 어찌나 고집이 센지 2시간을 싸워도 결판이 안 난다.(물론 우리도 화났다. 그러나 그 옆에서 ‘말로'(스페인어로 나쁘다) 몇 번


조용히 외치고 버스로 돌아옴.)
그러나 아무리 황소 고집이라도 50명의 머릿수를 당해낼 수 없지.
운전사들은 두 손을 들고 승리를 얻은 승객들은 환호하고… 그렇게 우리는 밤 11시를 넘겨서야 다시 루레로 향할 수 있었다.
아~멀고도 험한 루레 가는 길이여!
 
 
22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나서야 도착한 루레나바께.
아침에 비가 왔는지 진흙 길은 장난 아니게 질퍽거리고 날씨는 후덥지근하고…. 벌써부터 고원지대가 그리워지려고 한다. 그러나 남미에 와서 아마존에 가지 않는다면 말이 안되지~.
열심히 여행사를 돌아다니며 팜파스와 정글 투어에 대해 정보를 모으기 시작하는데 여행사별로 하루 US$15~25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그때 우연히 다시 만난 호주 친구 폴과 노조. 어제 팜파스에서 돌아왔다는데 아주 저렴한 여행사에서 설명을 듣고 있던 우리를 조용히 밖으로 불러낸다. 그리고는 같이 팜파스에 갔던 다른 친구의 등을 보여주는데 마치 두드러기가 난 것처럼 온 등이 모기 물린 자국이다. 모기장이 쳐 있지 않은 곳에서 식사하는 짧은 시간 동안 물린 것이라며 million, billion을 외쳐대고 조금이나마 비싼 곳에서 투어를 하는 것이 신상에 좋을 거라는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은근슬쩍 걱정이 되기 시작한 우리 둘은 과감히 몇 달러를 더 던져 조금 더 비싼 투어를 신청하고 모기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긴 셔츠, 긴 바지, 모기 방지 스프레이도 가방에 챙겨 넣었다.
다음날, 루레나바께에서 4시간을 달려 드디어 2박 3일간 타잔놀이의 무대가 될 야꾸마 강에 도착했다. 나무 보트로 옮겨 탄 후 유유히 흐르는 짙은 황토빛의 좁다란 강을 따라 간지 한 2,3분 되었을까? 강가 나무 아래 악어가 두 눈을 부릅뜨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야~ 진짜 악어다! 그 후, 숙소인 오두막 집까지 가는 동안 원숭이, 새, 악어, 거북이 등 곳곳에서 숨어있는(?) 동물들 찾기에 정신 없다. 모기 피하기에 정신 없을 줄 알았는데 모기도 그 정도로 많지는 않고….

그러나 그것은 잠깐의 착각이었다. 보트를 대려고 강가에 다가서는 순간 온몸을 둘러싸는 모기떼! million, billion은 과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모기를 쫓을 연기를 피우기 위해 불을 놓은 개미집 근처에서 떠날 줄 모르는 우리의 멤버들. 비싼 투어는 그나마 나을 줄 알았는데 오두막집은 아직도 짓고 있는 중이어서 집 안이나 집 밖이나 모기의 공격을 피할 순 없다.
앞으로 이곳에서 지낼 3일이 암담하기만 하다. 그러나 얼마나 사랑스러운 모기들이냐며 농담을 건네는 멤버들의 여유 때문인지 세차게 비가 퍼부은 후 모기가 줄어든 까닭인지 어느새 모기들의 윙윙거리는 소리에 적응이 된 우리, 이 모든 팜파스 체험이 소중하기만 하다.
번쩍거리는 빨간 악어의 눈만 볼 수 있던 팜파스의 밤,
강의 흐름을 따라 조용히 흘러가는 보트에 누워 보던 쏟아질 것만 같던 밤하늘의 별들,
강렬하게 내리쬐는 뙤약볕 속에서 아나콘다를 찾아 물이 무릎까지 차는 늪지를 건너고 한없이 펼쳐진 초원을 허벌나게(!) 걸었던 한낮의 하이킹,
짓다가 만 오두막집에서 먹었던 그 맛과 양에서 따라올 자가 없는 루시의 요리들,
핑크 돌고래가 보이기라도 하면 핑크 돌고래를 부른답시고 다같이 보트를 열심히 두드리던 시간들,
무더위에 참지 못하고 피라냐와 악어가 가득한 강 속으로 뛰어들던 우리의 멤버들,
그리고 우리를 너무 반갑게 맞이해주고 주위를 열심히 돌며 배를 채우던 모기떼마저도 너무나 소중한 체험이 되었다.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즐거웠지만 팜파스를 나와 긴 옷들을 벗어버리고 무장해제를 하니 이것은 인간의 몰골이 아니다.
늪지대에서 거친 옷, 신발은 거저 가져가라고 해도 안 가져갈 듯하고 온몸에서는 동물의 냄새로 내 머리가 아플 정도.
팜파스 투어를 하고 난 후 정글에 갈지 안 갈지를 결정하기로 했는데 그나마


정글에는 모기가 많지 않다지만 대신 샌드파리와 개미가 있지 않은가. 그래~아마존 체험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같이 팜파스 투어를 한 멤버들과 가라오케에서 신나는 루레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이제는 라파스로 돌아가 칠레 비자를 해결해야 할 시간. 일주일 전에 신청해 놓은 우리의 비자는 과연 어찌 되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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