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종단기]제28화 65살 인디오 할머니와 13살 에드윈의 꿈은?-미네랄 광산 ‘포토시’와 도금 사막 ‘우유니’

    15일 비자를 신청해 놔서인지 비자 내주는 아주머니께서 우리를 예쁘게 봐서인지 2주가 넘게 걸린다는 칠레 비자가 벌써 나와 있었다. 신나게 대사관에 가서(이로써 4번째 방문. 이젠 이 부촌이 너무나 자연스럽다.)비자를 받아 챙겨 넣고 세계에서 제일 높은 도시라는 포토시로 향했다. 고도 4,070m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도시의 유일한 생계수단은 1545년에 발견된 미네랄 광산이다. 이 광산으로 한때는 남미에서 가장 크고 잘 사는 도시였지만 18년 전 영국에서의 은 시장 하락 이후 18,000명이 일하던 이 광산에 이젠 남은 사람이라곤 여자와 아이들을 포함해서 6,500명 정도라고. 이들의 삶을 좀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광산으로 나섰다.
 
광산의 입구에서 광부들에게 줄 선물(다이나마이트, 코카잎, 술, 코카잎으로 만든 담배등등)을 산 후 광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 광산에서 총 190명의 여자들과 155명의 아이들이 일을 하는데, 대부분의 여자들은 광산 밖에서 찌꺼기로 남은 미네랄을 모으며 일을 한단다. 비가 내리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미네랄을 모으느라 돌 가루들로 온통 하얗게 범벅이 된 손을 지닌 채 임시 쉼터로 쌓아 올린 돌 앞에 앉아 있는 여자 인디오를 볼 수 있었다. 65살의 나이에 25년 동안 이곳에서 일을 해왔다고. 한 달에 1등급 짜리 은을 15kg 모아봤자 150볼리비아노(USD 20)밖에 벌지 못하고, 2등급 짜리 은을 8개월에 걸쳐 8톤을 모아봤자 평균 600볼리비아노 밖에 벌지 못한단다.

평균 일하는 시간은 8시간에서 심지어 24시간, 공휴일 없이 일을 하고 점심으로는 2시경에 씹는 코카잎이 전부란다. (볼리비아는 코카잎 재배가 법적으로 허용이 된다. 이는 여기 사람들의 중요한 생계 수단 중 하나로 거의 모든 국민들이 코카잎을 씹으며 배고픔과 추위와 고통을 잊어가며 생활을 한다.)
광산 안으로 들어가니 더욱더 처절한 삶의 현장들이 펼쳐진다. 허리조차 제대로 펼 수 없을 정도로 작게 뚫린 굴들이 이리저리 수없이 나있는데 램프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암흑 천지다. 대충 걸쳐진 빈약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로프 하나에 의존해서 3m 아래 구멍으로 내려가질 않나, 우리는 4,550m의 고지대에서의 극기 훈련에 숨이 차기만 한데 이런 환경에서 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뭐라 한마디 조차 나오지 않는다.
400년 전부터 사용하던 도구를 그대로 이용해서 모든 미네랄을 손으로 채취하고 있는 광부들의 모습은 정말 처절했다. 한달에 500볼리비아노(대략 USD 65 정도)도 안 되는 돈을 벌기 위해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매일같이 이 습하고 어둡고 해로운 물질로 가득한 광산에 와야 한다니. 산업 기반 시설이라고는 자체적으로 가진 것도 없고 국가의 모든 돈들은 정치계로 빠져 나가는 상황에서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 불평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는 인디오들의 삶, 정말 그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정말 없단 말인가.
고작 13살의 나이에 2년 전부터 이 광산에서 일하기 시작했다는 에드윈은 지금 24시간째 일하고 있는 중이란다. 한창
나이 어린 친구들과 재미있게 뛰어 놀고 공부하고 어리광 피우며 밝게 자라야 할 어린 아이가 어둡고 우울한 곳에서


이렇게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마음이 아파온다. 2시가 되서 코카잎을 씹고 96% 순수 알코올을
사탕이라며 마시는 것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사람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이렇게 아주 작은 여유 속에서
웃음을 짓는다. 우리는 희망하고 소망한다. 이들의 삶에도 언젠가 밝은 빛이 비출 날이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감사한다. 지금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들과 우리의 삶에 대해.
 
 
한참 비포장길을 또다시 달린 끝에 지구에서 달과 가장 흡사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우유니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만난 브라질 친구들과 함께 이리저리 Salar de Uyuni 투어를 알아봐서 바로 내일 출발할 투어도 정했다. 요즘 철인 3종 경기 뛰듯이 바쁘게 움직이는 통에 몸이 남아 나지 않는다. (여행 초반 뽀얗고 통통했던 얼굴은 이제 온데간데 없고 오랜 여행으로 인해 예현이의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살이, 은화의 얼굴엔 젖살이 빠져 더 튀어나온 광대뼈만 남았다.)
Salar de Uyuin의 소금사막을 보러 떠나는 날. 아침에 잠깐 만난 폴과 노조를 뒤로하고(이로써 3번째 만남이다. 이 얼마나 작은 세계인가!) 8인용 지프에 몸을 실었다. 마을을 벗어나기 시작하자마자 보이는 하얀 소금 벌판들. 조금 더 달리자 끝도 없이 펼쳐진 소금 사막의 장관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지평선 저 너머 있는 언덕들은 하얀 소금에 반사되어 그 형체가 지표에서 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 하늘과 더불어 한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것처럼 펼쳐진 흰구름들은 지금 내가 지구상에 있는 것인가 의심케 만든다.
이 소금 사막 한가운데 벽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침대와 당구대까지 소금으로 만든 호텔이 있는데 그 숙박료가 무려 50달러란다. 생각해보면 그다지 비싼 것은 아니지만 이 물가 싼 볼리비아에서 결코 만만치 않은 돈이다. 우리? 당연 엄두도 안 난다. 창문에 붙어서 열심히 구경했다.
Isla de los Pescadores(직역: 생선들의 섬(?) 이 일대가 예전엔 바다였고 이 언덕이 섬이었는데 어부들이 살았단다.)라 불리우는 언덕에 도착해보니 지금은 소금 사막으로 변해 버린 바다를 말하는 듯이 온통 커다랗고 기이한 선인장들로 가득하다.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소금 사막에 아무렇게나 주저 앉아 먹기 시작하는데 바닥이 거의 육각형 모양으로 갈라져 있는 모양이 예술이다. 비가 오면 젖은 소금과 고인 물이 하늘을 반사시켜서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진 풍경이 벌어진다는데 아쉽게도 내리라고 빌었던 비는 오질 않는다.
산후앙에 있는 숙소에 도착해서 하루 종일 지프에 구겨져 있었던 몸도 펼 겸 이 조그마한 마을에 있다는 디스코떼까에 가서 신나게 몸 풀기 시작~ 우리를 포함해 오스트리아인 마누엘, 스페인인 마리아, 과테말라인 마갈리 이렇게 다섯이서 요란벅적하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30분만 놀고 오겠다던 결심은 사라지고 4시간 동안 열심히 흔들어댔다. 결국 째려보다 못해 지친 얼굴로 바를 지키던 주인 아저씨께 미안한 마음(왜냐! 음료수 하나 안 시키고 춤만 연실나게 춰대고 놀아서. ^^;)과 함께 조용히 물러났다. 그 다음날부터 다른 팀 멤버들에게 디스코떼까 그룹이라는 명예로운 별명 하나까지 달았다는 사실~
호수 한 가득의 플라맹고를 볼 수 있었던 Laguna capana, 분홍빛 물빛을 자랑하던 Laguna Colonada, 새벽에 더 활발한 활동을 한다고 해서 새벽 4시 반에 추위에 몸서리 쳐가며 보았던 간헐천들 (땅 한가득 연기로 가득한데 그 구멍에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부글부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끓고 있는 진흙 물들이 보인다. 지옥의 모습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온몸에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노천 온천으로 들어가던 영국 아줌마들(이 사람들 훌러덩 훌러덩 벗는 습관은 이젠 잘 알고 있지만 눈앞에서 완전 누드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는 아줌마들을 보고 또다시 5초 기절. 아직도 우리는 순진한가 보다.) 지프를 타고 가면서 만났던 황량한 사막들, 오묘한 빛깔을 자랑하던 산들, 사막 한가운데에서 보았던 해돋이까지. 이 모든 것들을 꼭꼭 마음 속에 담아두기에 바쁘다.
칠레의 산빼드로 아타까마로 향하는 버스 정류장에서 우유니로 다시 돌아가는 무리와 칠레로 넘어가는 무리들로 나뉘어지고 보니 그동안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 다 칠레행이다. 칠레 국경을 넘으니 펼쳐지는 곱게 쫙 뻗어 있는 아스팔트 길에 감탄을 해가며 칠레 입국 심사소에 도착해서 비자 필요 사항을 체크하는 아저씨에게 당당하게 KOREA REBUBLIC을 찾아주는 친절을 베풀기도. (15일짜리지만 비자가 있다고요~)

아르헨티나의 IMF 이후 1/3으로 줄어든 페소가치 때문에 싸다고 소문이 나 모든 여행자들이 칠레를 생략하고 아르헨티나로 넘어간다더니 도착하자마자 싸다고 찾은 숙소가 6달러를 호가한다. 게다가 끼니를 해결하려면 적어도 6달러가 필요한 이곳 칠레의 물가 때문에 과히 기분이 좋지 않다. 같이 온 디스코떼까 멤버들은 아르헨티나의 살타로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우리도 같이 따라 가


고 싶지만 또다시 걸리는 비자 문제로 인해 속만 상한다. 그래. 어차피 수도 산티아고까지 가서 아르헨티나 비자를 따야 하는 게 현실인데 여기서 유명하다는 달의 계곡도 보고 나름대로 칠레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이제부터 파타고니아로의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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