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영어 실전기] 제1화 ‘화장실’이 아니라 ‘꽃병’이라구요?

영국에서 처음 영어를 배울 때 몇 가지 당황스러운 것이 있었다.
영국인들의 독특한 발음도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그동안 배운 것과 다른 영어 스펠링이 더욱 골치였다. 미국식 영어를 배운
나에게 영국 영어는 쓸데없는 스펠링이 들어가 있고, 스펠링의 순서가 뒤바뀐 매우 귀찮은 언어였다.

색 = colour, 중앙 = centre, 쓰레기통 = litre 등등

스펠링만 다른 것이 아니라 발음이 다른 경우도 있어서 수업시간에 헛소리를 하기도 했다. ‘꽃병=vase(베이스)’의
영국식 발음은 ‘바스’이다. 선생님이 꽃에 관한 설명을 하다가 “바스~~~ 어쩌구 저쩌?quot; 하길래
나는 ‘꽃을 화장실(bath)에 둔다는 얘기’라고 생각하여 그 수업 내내 화장실을 예쁘게 하려면 이런 게 좋다~ 저런
게 좋다 라는 이상한 소리를 했던 것이다.

영어를 배울 때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것은 네이티브 스피커인 영국인이나 미국인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그들은 우리가 이른바 ‘콩글리쉬’로 말해도 대부분 알아듣는다.
마치 우리가 러시아인이 어색한 발음과 문장으로 말해도 말뜻을 모두 이해하듯이. 한마디로 말하면 그들과는 어차피 대충
얘기해도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영어를 쓰지 않는 다른 민족을 만났을 때이다.

터키, 노르웨이, 중국 등 언어가 다른 사람들끼리 만나면 세계공영어인 영어를 사용한다. 이때 그들의 영어가 얼마나
이상한지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아이 리멤버르~ 유! 유 아르 써르틴?” (I remember you. You are 13?)

중동 지역 사람들의 독특한 R 발음과 일본인들의 F, L 발음 안 되는 영어 등, 각 나라 사람들이 말하는 그들만의
영어를 알아듣기 위해서는 비교적 발음이 쉬운 영국식 영어가 그나마 편하다는 것이다. 유럽 사람들이 대부분 영국식 영어를
쓴다는 것도 내가 영국식 영어를 배운 이유였다.

그렇게 영어를 배우겠다고 나선 영국 연수는 입국 심사부터 만만치 않았다.
이것저것 물어보는 통에 오빠 나이의 대답을 실수했더니 갑자기 입국 심사관이 화를 냈다.
“아까는 오빠 나이가 27살이라고 하더니 지금은 왜 26살이라고 하지? 거짓말 하는 거냐?”
영어가 익숙치 않아 엉겁결에 대답을 잘못 한 것 가지고 트집을 잡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화를 내는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 영어 배우러 오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돈 벌러 온 사람들이다. 한국보다 물가가
비싸니까. 솔직히 말해라. 너 영어 배우러 온 거 아니지? 돈 벌러 왔지?”
공항을 통과하기까지 입국을 거절 당할까봐 조마조마 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입국 심사관들이 한국 학생들한테 그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일본학생들은 원래 돈 많은 나라라서
의심도 안 하거니와 그네들의 비싼 가방, 좋은 옷을 보고는 더욱더 돈 쓰러 왔다는 것을 확신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외국에 공부하러 가는 것이니 멋낼 필요도 없고, 더구나 12시간 씩이나 비행기를 타야 하니 싸고
편한 옷 걸쳐 입고, 등에는 배낭 하나 들쳐 메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니 돈 벌러 왔다고 의심하는 수밖에.

우여곡절 끝에 비자를 받고 어학연수 생활이 시작되었다. 사실 영국에서 처음 3개월 동안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조차
힘들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영국식 영어에 익숙해졌고 또 그들의 문화에 젖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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