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종단기]제1화 부루마블, 그 주사위는 던져졌다.

  굴러가는 주사위에 따라 전 세계 곳곳의 땅을 따먹는 재미가 쏠쏠했던 그 놀이가
출국을 바로 6시간 앞둔 지금 떠오른다. 그 게임 덕분에 초등학교 시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나라들의 수도들을 줄줄 외고 다녔던 기억과 함께.. 우리 여행의 시작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집에서 판만 쫙 펼치면 편하게 게임에 빠져들 수 있었던 그때와는 다르게 온갖 곳을 다 돌아다니며 게임에
임하기 전 아메리카라는 신대륙의 땅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고 이제 드디어 우리는 좀 더 생생하고 입체적인 부루마블 게임의
첫 주사위를 던지려 한다.
 
     
 
 
  건축학과 왕따로 서로를 위로하며 꿋꿋하게 지내던 시절, 짧은 일본 배낭여행을
다녀온 나의 단 한마디 “휴학하고 여행가자!” 에 보통 사람들이라면 휴학을 하면 이렇게 되고 저렇게
되고 계산하고 쟀을 복잡한 일을 우리는 특유의 단순하게 밀어붙이기를 앞장세워 진행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남한
거 하기 싫어하고 탐험심과 모험심까지 가득해 우리의 이런 특성을 맘껏 발휘할 요량으로 아메리카 전대륙 종*횡단이라는 거창한
타이틀까지 달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일을 벌려 놓고 뒤 돌아 보니 수습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그 뒷수습에
정신 못 차리던 시간을 지나보니 어느덧 우리는 우리가 그저 꿈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하나 둘씩 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길었던 과정들이 결코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여행준비에 뛰어들려고 휴학원서를 들고 찾아갔던 담당 교수님께서
끝까지 허락을 해주시지
  않으면서 우리를 온갖 말로 설득하기 시작하셨다. “거기가 어떤
곳인지 제대로 알고 가려고 하느냐, 버스가 그냥 눈앞에서 뒤집히고 서있으면 달려 들어서 다 뺏어간다.” 등등
그래도 우리가 뜻을 굽히지 않자 차라리 자살을 하는게 어떠냐는 친절한 권유까지 들었다. 뿐만 아니었다. 스폰서를 구하러
다니던 우리에게 사회라는 벽은 철저하게 냉정했다.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우리의 여행을 단지 상품화 시키려는 사람들,
불우이웃 돕기 1km당 500원 적립의 특종을 바라는 사람들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고 다니면서 많은 좌절을 하고 눈물을
흘렸지만 우리의 여행에 대한 신념과 믿음이 있었기에 또한 그와 다르게 다짜고짜 찾아가서 떼를 쓰는 우리들에게 웃으면서
격려해주시고 따뜻한 조언을 해주신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결국 종점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점이 될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떠나기 바로 직전인 지금, 우리는
긴 8개월간의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짧은 잠깐의 여행을 다녀오는 듯이 마음이 편안하다. 사실 어제 우리는 중*남미
지역을 여행할 때 필수 예방접종인 황열병 예방접종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우리는 인터넷 정보만 믿고 출국 전 공항
검역소에 가서 맞으면 되는 걸로 알고 마음 놓고 있었는데 전화해서 알아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정해진 요일이 있는데다가
미리 예약까지 해야 했던 상황 속에서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운좋게 예약했던 두 사람이 아픈 관계로
맞지 못해서 우리가 대신 맞을 수 있었다. 비록 인천공항까지 가서 출국 예행 연습 겸 사전 답사를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 얼마나 운 좋은 아니 우리의 여행의 앞길이 순탄할 징조인가.
지극히 안전하고 무료한 새장을 벗어나 스릴 넘칠 넓은 하늘을 날으며 우리는 접혀 있던 우리의 날개를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맘껏 펼칠 것이다. 또한 그 하늘 속에서 느끼는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해 맘껏 토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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