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박사가 들려주는 ‘새’해 ‘새’ 이야기 경희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윤무부


새박사가 들려주는 새해 새이야기 경희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윤무부

 딩동!’교수님 댁 현관문이 열리고 거실에 들어서자 
새소리와 함께 팝송이 흘러나온다. 그 동안 윤무부 교수가 
새와 관련해 수집해 온 각종 비디오와 테잎들이 거실에 
가득하다. 다양한 새 모형과 사진들은 가족들의 사진과 
함께 어우러져 있고, 다른 방에서는 지방에 사는 
어느 스님이 녹음해 보내 주셨다는 새소리가 흘러 나온다. 
핸드폰의 벨 소리도 새소리일 정도로 새에 대한 사랑이 
유명한 새 박사 윤무부 교수.‘새’에 미쳐‘새’덕분에 
행복한 교수님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 보자!

글,사진 _조민경 / 13기 학생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 02학번

호기심과 열정으로 가득했던 젊은 시절

나는 거제도 장승포에서 7남매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났는데, 아버지를 따라 산과 바다를 많이
따라다녔어. 봄보리수나무의 까만 열매를 두 손 가득 따 주시던 아버지의 사랑이 지금도 생각나.
집 앞으로는 바다가, 뒤로는 산이 있는 동네에서 자라니까 저절로 자연과 함께할 수 있었지.
원래 호기심이 많았던 나에겐 심심할 틈이 없는 시간들이었어. 어느 날, 우리 동네에 처음 보는
새가 왔었는데, 너무 신기하게 생겨서 정신 없이 계속 구경했었지. 그게 바로 ‘트위티’였어.
왔다가 훌쩍 떠나 버린 그 새가 생각나 다른 새들도 관심 있게 보기 시작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미쳤었던 거 같아. 새들은 동물 중에 색이 다양해. 참 예뻐. 그리고 예민해서 다가가기 쉽지 않고,
왔다가 훌쩍 떠나가니까 지루해 질 틈이 없는 동물이지.

중학교 2학년 때, 미군 부대에서 일하던 둘째 형이 우리 집에도 넥타이 매는 사람을 만들어야겠다고 나를
서울로 데려 와서 공부를 시켰었어. 나중에 미국 유학 보낸다고 매일 코리아 헤럴드를 가져다 줘서 아침마다 열심히 읽었지.
그래도 학교 영어 성적은 반에서 20, 30등이었어. 그래도 나는 계속 읽었어.
어차피1등은 한 명이니까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애쓰느니 내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이었지.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나이에도 흔들리지 않는 고집이 있었던 거 같아. 산과 나무가 없는 서울 생활은 <무척 답답했어.
그럴 때면 한강에 갔지. 물고기도 없고, 고향 바다랑 많이 다르긴 했지만…”

사람친구보다 새 친구가 많다?!

그러다가 대학교 원서를 넣을 때 당시 인기 학과였던 영문과를 넣으라는 가족들 말을 듣지 않고,
몰래 경희대 생물학과에 원서를 넣고 가족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어. 넥타이와 미국 유학은 물
건너간 거니까. 그렇게 대학에 들어와서 나는 미친듯이 새를 만나러 다녔어.
사람들은 술과 담배를 하며 친해지는데 나는 새를 만나러 다니기 바쁘니까
사람 친구가 많지 않았지. 그래도 전국에 사는 400여종의 새가 다 내 친구였어.
400여종의 친구들을 만나러 다니기에도 바빴는 걸 뭐~.”

대학 시절에 “너 그렇게 새나 연구해서 밥이나 벌어먹고 살 수 있겠냐?”고 묻는 과 친구들이랑은 말도 안 했어.
너무 모욕적인 기분이었거든. 내 가장 친한 친구들을 우습게 여기다니! 봐~ 지금까지 새가 나를 먹여 살려 줬잖아.
교수가 되고 나서 둘째 형은 만나는 사람마다 새 박사 윤무부를 아냐고 자랑하고 다녀서 뿌듯하고, 아들은 지금
미국에서 조류학을, 딸은 동물 통계학을 공부하고 있어. 아들이랑은 지금도 매일 삼십 분씩 새에 대해 얘기해.
미국에는 어떤 새가 새롭게 발견됐는지, 어떤 연구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새 가족이야.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새에 미쳐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다 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당시에는 아찔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추억이야.
서해안 쪽에 숨어서 새를 관찰하고 있는데, 뒤에서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내가 간첩인 줄 안거지. 커다란 망원경에, 카메라에, 옷은 더럽지, 오해할 만도 해.
그 뒤로도 간첩으로 오인 받아 경찰서를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는지 몰라.
1967년엔 경기도 어느 개울가에서 미끄러졌는데, 때마침 그때가 집중호우로 많은 사람들이 익사하던 때였어.
통나무를 잡았다, 지붕 위로 올라갔다 하다가 정신을 잃었는데, 시체 12구랑 함께 발견된 일도 있었어. 아마도 새들이 내 목숨을 구해준 거 같아. 자기들 얘기를 세상에 더 많이 전해 주라고…

열정과 열심은 다르다

교수가 되고 나서 제일 염두 해 둔 게 열심히 하는 거였어.
그저 나 혼자 열심히 연구하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는 연구 결과를 내보였지. 논문 발표 횟수도,
연구 지원금도 경희대 안에서 50위 안에 들었었어. 2004년부터는 우수 교수에게 주는 지원금
200만원씩을 받게 되어서, 그 돈은 내가 산으로 들로 나가면 혼자 살림하고 얘들 키워 온
부인에게 주고 점수 좀 얻었지.

교수직을 퇴임하고 나서 그 동안 모은 자료를 정리하고, 책을 쓰고, 방송을 하며 바쁘게 지냈었어.

새를 보러 산 속에서 밥도 못 먹고 추위에 떨고 있었는데, 뇌졸증이 온 거야. 그 뒤로 두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지. 바쁘게 지내느라 건강이 많이 약해져 있었는데, 훌쩍 새를 보겠다고 떠난 게
무리였었나 봐. 지금은 건강이 많이 좋아졌으니 다시 활발하게 활동해야지. 지금은 일단, 집 안
가득 쌓여 있는 전세계 새에 관한 자료들과 영상, 사진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사이버 조류
박물관을 만들어 보고 싶어.

글,사진_조민경 / 13기 학생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 0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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