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정한‘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네 명의 악동 <노브레인>














약속시간을 약간 넘겨 노브레인의 보컬 이성우 씨가 도착했다. 몸이 좋지 않아 한의원에 들렀다 오는 길이라고 그는 말했다. 훌렁 티셔츠를 들추며 가슴에 부황을 뜬 검붉은 자국을 보여주자 다른 멤버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괜찮냐?”고 묻는다. 10년을 동고동락해서 일까. 인터뷰 내내 그들에게서 피를 나눈 웬만한 가족이상의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 달에 열린 ‘노브레인 결성 10주년 콘서트’의 성공을 축하하는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냥 파티분위기로 즐기기 위한 자리를 준비했어요. 많은 팬들과 뮤지션들이 참석해주어 생일축하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어서 기쁠 따름입니다. 사실 아무도 우리가 10년 동안 음악을 하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멤버들보다 주변 분들이 느끼는 뿌듯함이 더 컸던 것 같아요.”라고 수줍게 말한다. 사실 노브레인은 델리스파이스, 언니네이발관 등과 함께 한국 인디밴드를 태동시킨 장본인으로 손꼽힌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항상 ‘인디1세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여기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뭐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이런 과한 수식어들이 따라 붙을 때는 괜히 무안해요. 그냥 앞으로도 계속 노브레인만의 음악을 계속하면서 2세대, 3세대에게도 좋은 선배로 남고 싶어요.”라며 10살배기 밴드다운 겸허함으로 답했다.





야속하게도 노브레인은 가수임에도 불구하고, 10년 동안 공들여 선보인 11장(정규앨범은 4장)의 앨범보다 한편의 영화로 우리에게 더 가까워졌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라디오 스타>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영화 속에서 노브레인이 분한 독특한 캐릭터의 ‘이스트 리버’도 동반인기를 끌었다. 과연 그들이 생각하는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사실 이준익 감독님도 처음부터 우리가 가수이기 때문에 명연기를 기대하지는 않으셨어요. 단지 우리가 영화속에서 마음껏 놀 수 있게끔 만들어 주셨어요. 그래서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노브레인에게 영화촬영장은 또 다른 배움터였다. “촬영 내내 이준익 감독님의 광활한 가슴과 박중훈 선배님의 코믹하면서도 진지한 프로정신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라고 네 명은 입을 모았다.

노브레인은 얼마 전부터 공중파 영화정보프로그램 고정진행자리를 꿰찼다. ‘노브레인의 발칙한 영화’라는 제목부터 그들의 생뚱 맞은 악동이미지와 딱 들어 맞는다. “개성 있다는 이유로 외면 받았던 숨은 진주 같은 영화를 발굴하여 재미있게 소개하는 게 저희 몫이에요. 영화에 대해 잘 모르지만, 모르면 모르는 대로 노브레인답게 솔직하게 진행할 겁니다.”라고 각오를 전하는 입매가 다부지다.




2001년 노브레인은 세상을 놀라게 했었다. 일본 후지 락페스티벌에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었던 해군 군함기, 욱일승천기를 찢는 초유의 사건을 일으켰던 것. 당시 하루에 스무 개 넘게 밀려드는 인터뷰로 모두 녹초가 되었고, 음악으로 조명 받지 못하고 퍼포먼스로 집중 받는 게 ‘짜증’스러웠다고 5년 전을 회상했다. 당시 일본교과서 왜곡문제로 한일간에 긴장이 고조되던 시기였지만, 자칫 국가간의 외교문제로 번질 수도 있을 강력한 퍼포먼스를 하필이면 일본에서 벌였을까. “사실 그 퍼포먼스를 준비했을 때부터 너무 과격해서 이해해줄 사람들이 적을 것이란 생각은 했었어요. 하지만 막상 욱일승천기를 이빨로 찢고 나니 관객 반응이 썰렁했어요. 관람석3분의 1정도는 열광했는데, 나머지는 차가운 반응이었어요. 뭐 그 정도 반응은 예상했었으니깐….” 그 사건으로 노브레인은 언론의 따가운 질타는 물론, 멤버가 교체되는 큰 홍역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격려와 지지를 보내준 팬들이 지금의 노브레인을 있게 했다. 또 영화 <라디오 스타> OST에 수록되어 인기를 얻은 ‘넌 내게 반했어’도 한 몫을 톡톡히 했다. “’넌 내게 반했어’는 저희 효자곡이에요. 솔직히 이제 그 곡을 연주하면 지겨워 죽겠지만, 노브레인이 중간에 멤버교체, 소속사와의 결별, 음악 방향성 상실 등으로 힘들어 했을 때 우리를 좋은 길로 인도해준 고마운 곡이에요. 대중에게 우리를 어필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효자곡이 아니라, 우리를 살렸기 때문에 효자곡이죠.”




1000회가 넘는 라이브 공연으로 음악성을 인정받았고, 영화출연을 통해 소주를 사주겠다는 마흔 넘은 아저씨 팬도 생겨났을 만큼 대중적인 이미지도 쌓은 노브레인. 하지만 일각에서는 ‘변질’이란 단어를 운운하며 그들의 상업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팬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익숙한 질문인양 “상업적, 비상업적을 가르는 게 말장난 아닌가요? 안 유명하고 그냥 음악만 하면 비상업적이고 대중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하고 노래가 음악프로그램 순위에 들어가면 상업적인가요?”라는 속사포 같은 반문으로 되돌아왔다. 덧붙여 “그냥 우리 음악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노브레인은 혼자 음악을 들으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함께 듣고 즐기고 싶어서 음악을 만들기 때문이에요.”라며 상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가뿐히 종식시켰다.
흔히들 노브레인의 음악을 ‘펑크 락’으로 규정짓곤 한다. 하지만 노브레인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즐거운 음악’이라고 단순화했다. “예전에는 음악을 공부하듯이 조심스럽게 접근했는데, 지금은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일까. 노브레인은 ‘한번 놀아보자’고 마음먹은 학생들이 모인 대학축제 무대를 즐긴다. 취업시즌인 요즘, 대학공연을 가면 그들은 이렇게 외친다. “인생은 한방이다! 젊음을 만끽하고 즐겨라! 너무 대세를 따르려고 애쓰지 마라!” 데뷔10년을 넘기며 무게중심을 잡아가는 네 명의 악동, 노브레인. 그들의 피에는 아직도 ‘인디 정신’이 흐르고 있었다.

글,사진_이상훈 / 12기 학생기자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0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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