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미술계의 팜므파탈을 꿈꾸는 열정적 그녀,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














그녀를 만나는 일은 참 어려웠다. 그만큼 바쁘다는 뜻도 되겠지만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자제하고 있는 그녀만의 특성 때문이기도 했다. 사람을 만나 에너지를 쏟다 보면 오롯한 그녀의 일에는 막상 쏟을 힘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대단한 이 사람, 바로 사비나 미술관의 이명옥 관장이다.

누구나 처음에는 그녀의 독특한 이력에 관심을 보일 법하다. 성신여대 교육학과를 졸업, 교사가 아닌 일반 직장(그것도 방송국 교양 PD였단다)을 7년 간 다니다가 중도 하차한 후 만든 것이 이 사비나 미술관이다. 하지만 막상 그녀를 만나본다면 그런 과거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그녀가 내뿜는 에너지는(흔히 ‘포스’라고 불리 우는) 막강하다. 우리나라 최초로 갤러리에서 미술관을 전환한 것도, 사립미술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제주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에 분관을 세운 것도 모두 그녀의 힘에서 비롯됐다. 뿐만 아니라 『팜므파탈-치명적 유혹, 매혹 당한 영혼들』을 비롯한 10권의 책을 출판해 여느 작가 못지않은 필력을 발휘하고 있으니 ‘무한도전’이라는 말은 바로 이럴 때 써야지 싶다.






그녀가 미술계에 들어선 것은 급작스런 결정이 아니다. 예술 전반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던 그녀는 이미지가 주는 강렬한 효과에 주목했고, 영화나 음악과는 다르게 하나의 이미지만으로 경제나 사회를 반추할 수 있게끔 하는 특별한 매력에 끌리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도전이 언제나 순탄치 만은 않았다. 일일이 어떻게 설명하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하던 그녀가 순간적인 침묵 후 입을 열었다. “나의 의지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우리 사회는 그리 관대하지 않아요. 하지만 내가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방식을 원하지 않을 때 오는 안타까움은 굉장히 크죠. 하지만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기에 제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녀를 현재까지 이끌고 온 힘은 순전히 그녀 자신에게서 비롯된다. 스스로를 ‘실행 하지 않으면 병이 나는 사람’이라고 지칭한 그녀는 하고자 하는 일은 실패하더라도 우선 하고 봐야 하는
성격이다.
거침없고 당당하다. 하지만 결코 대단한 의지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 그녀의 부연설명. 단지 삶은 원하는 데로 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안 그래도 제약 많은 삶에서 생각만이라도 free하고, 원하는 거 해야지. 안 그러면 숨막혀 죽지~.”라는 그녀의 말 한마디가 자못 귀에 들어와 박힌다. 하나의 일을 하고 나면 그제서야 부족한 부분이 보이고, 그러면 다시 일을 시작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열정과 성취욕은 그녀가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본인 스스로 신명을 바쳐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언제나
‘즐거움’ 그 자체다. 물론 6개월 밤을 새서 고생을 하다 보면 육체적으로 지치기도 하지만 출판물 등 결과에 대한 반응이 좋으면 그보다 더 강력한 피로회복제는 없단다.





그녀의 보금자리 ‘사비나 미술관’은 이런 그녀만의 색깔과 생각을 가득 머금고 있다. ‘사비나’는 카톨릭 신자인 그녀의 세례명. (최초의 페미니즘 여성 아티스트의 세례명 역시 ‘사비나’인 것을 고려하면 미술과 뗄 수 없는 운명을 지녔을 지도 모를 일이다.)
미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 중 하나이기에 현 미술계에 대한 걱정도 많다. 대중음악은 있어도 대중미술은 없는 것 같다는 질문에 ‘있다’ 라고 단호하게 대답하며 단지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을 뿐이라고 덧붙인다. 최근에는 백화점에서도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게 퍼져 있지만 미술과의 거리감으로 인해 낯부터 가리게 된다고. 이런 이유로 인해 그녀는 학교 교육부터 실기 위주가 아닌 감상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술 감상을 통해 자신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 법을 터득하게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좋은 미술 교육법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녀 스스로도 보다 좋은 프로그램과 환경을 만들어 학생들이 편하게 찾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목표 달성을 했나 싶으면 어느새 더 높은 위치에 올라서 있는 이명옥 관장이기에 그녀 앞에 붙는 수많은 관용어구와 수식어들이 전혀 아깝지 않아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아니 1년 후에 지금보다 더 성장해 있을 그녀를 만난다 하더라도 결코 놀라워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건 사그러들지 않은 그녀의 ‘열정’을 발견했기 때문이리라.


글,사진_이지현 / 12기 학생기자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04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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