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회는 기다리는 자에게 주어진다 영화배우 홍석천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여자 머리채를 잡고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과격한 마초 ‘노’이다. 소화하기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웃으며 말한다. “그 동안 맡아보지 못했던 캐릭터라 연구하기 힘들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봐줄까 하는 게 더 힘들었어요.”

과거 ‘작업의 정석’, ‘주글래 살래’, ‘선물’과 같은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하긴 했지만 주연을 맡긴 처음이었다. 그래서 감회
또한 새로웠다. “내 인생에서 맞는 네 번째 터닝 포인트인 것 같아요.

‘남자셋 여자셋’에 출연했을 때, 커밍아웃을 했을 때,
드라마 ‘완전한 사랑’으로 브라운관에 복귀했을 때, 그리고 지금.” 그럼 앞으로 영화 출연에 집중할 계획이냐고 묻자 허심탄회한
대답이 돌아온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다하겠어요? 좋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열심히 뛰어야죠.”



충청도가 고향인 그는 고등학교 시절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평소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법대나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하길 원했던 부모님은 거세게 반대했지만 자신의 꿈인 연기자를 포기할 수 없어 결국 설득에 성공,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여타 동아리 활동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과내 활동은 무척 힘들었다. 대학교 2학년 때까지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연기자는 잘 생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꿈을 접었던 것이다. 이런 그의 마음을 바꾸어 놓은 지도 교수였던 최형인 교수님이었다. “지금은 청춘, 멜로드라마가 대세를 이루고 있어서 그렇지만 언젠가는 너처럼 개성 있는 캐릭터가 주목 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라며 격려해 주셨던 것. 교수님의 격려 덕분에 연기를 다시 시작하였다. 그는 권해효, 설경구, 유오성, 이문식과 같은 과 선배들이 성공한 것을 보면서 교수님의 선견지명에 혼자 웃음 지었었다고.



‘왕의 남자’, ‘브로크백 마운틴’, ‘메종 드 히미꼬’의 잇단 성공으로 인해 동성애에 대해 많이 너그러워진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물었다. 홍석천 하면 떠올리는 ‘커밍 아웃한 배우’ 도식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인터뷰어로서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이기도 했다. 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뭐, 별거 있나요.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해를 구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 인데… 시간이 약이죠, 뭐.” 그래도 자신이 나온 인터넷 기사를 보면 예전엔 커밍아웃에 관한 리플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멋있다”, “스타일이 산다” 등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늘었다고 한다. 그를 ‘커밍아웃한 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 홍석천’으로 봐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솔직한 심정도 털어 놓았다. 매번 인터뷰 할 때마다 물어보는 말인데 기사로 몇 줄 답해봤자 상업적으로 소비될 뿐이고 매번 답하는 것도 이젠 조금 지친다는 것. “그냥 무대에서 화끈하게 모든 것을 보여주고 그런 질문은 이제 그만 받으려 구요.” 그런 그가 최근 또 하나의 야심 찬 스캔들(?)을 준비하고 있다. MBC 드라마 주몽에서 영포왕자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 원기준과 게이 뮤지컬을 계획하고 있는 것.
하루 아침에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유명 스타와 그의 수기를 대필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그린 이 뮤지컬에 직접 주인공으로 출연해 동성애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의의 계기를 만들어 보겠다는 계획이다.




인터뷰 내내 그는 시종일관 여유가 있었다. 이러한 여유는 실패의 연속을 통해 얻은 소중한 선물이었다. “대학 졸업하고 여기저기 연기자 시험을 보러 다녔는데 50번 넘게 떨어졌어요. 꼭 최종심사에서 탈락하는데, ‘난 안 되는 구나’ 하는 생각도들고… 결국 개그맨 시험을 봐서 합격했는데 체질에 맞지 않아서 그만 뒀어요.” 그 후로 연극, 뮤지컬, 광고 등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힘든 시절을 견뎌냈다. 이를 눈 여겨 본 PD가 ‘남자 셋 여자 셋’에 발탁하여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장사를 잘 할 수 있는 아이가 있고, 법관이 되면 잘 할 수 있는 아이가 있는데, 무조건 돈이나 명예를 따라서 그걸 결정지어 버리면 안 되죠.” 주위 눈치 보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끝까지 매달리면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 마디 덧붙였다. “우선 현실을 직시하세요. 자신의 그릇을 알아야 하고 그릇이 작다면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지 처지를 비관하거나 한탄만 한다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답니다.” 긴 무명시절, 그리고 커밍아웃 때문에 감수해야 했던 힘든 상처를 이겨내고 오뚝이처럼 우뚝 선 홍석천. 그는 기회를 기다릴 줄 알며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훌륭한 연기자였다.

글,사진_오수호 / 12기 학생기자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00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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