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열정으로 날씨와 사랑에 빠지다 MBC 기상캐스터 이재승









엄밀히 말하면 그의 꿈은 아나운서였다. 고등학교 시절, 일요일 아침이면 대학생들이 물 대포를 이겨내고, 흔들 다리를 건너면서 도전의 맛을 알아가는 KBS <돌격대장>이라는 프로그램을 꼭 챙겨봤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손범수 아나운서 모습에 자신을 덧입혀보고는 기분 좋은 상상에 빠졌다. 차분하게 깔리는 저음의 목소리와 진솔함으로 매끄럽게 진행해가는 손아나운서 모습이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에게는 어느 영화배우보다도 멋져 보였다. 그 후로 주위에 당당히 외쳤다. 아나운서가 되겠노라고.
“고등학교 때부터 사방에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소문을 내고 다녔어요.(웃음) 그래서 아나운서를 준비하면서 솔직히 결과에 대한 부담감도 컸지만, 오히려 주위에서 ‘넌 꼭 해낼 거야.’라고 격려해주고 지켜봐 주니깐 좋은 결실을 맺었다고 봐요.”
사실 남성 기상캐스터는 예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기상청 직원, 기상장교, 기상전문기자 출신으로 특별 채용된 경우였다. 그 후 기상캐스터가 여성 전용석(?)으로 관례화 되어오던 중, MBC에서 올해 기상캐스터 공채의 성별 응시 제한을 없애면서 남성캐스터로 이재승씨가 발탁된 것이다. 사실 그는 ‘최초의 공채출신 남성 기상캐스터’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 실패의 경험도, 어려움의 시간도 감수해야 했다.
“3년 전, 방송사 아나운서에 지원을 했는데, 전부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보험사에 취직을 했죠. 사내연수 3개월을 포함해서 6개월을 근무했는데, 문득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도서관을 전전하는 백수로 지냈죠. 그때 아버지는 난리가 나셨죠.(웃음)
”그 후 케이블 국회방송(NATV) 아나운서로 2개월 정도 근무하던 중, MBC 기상캐스터 모집공고를 보고 당당히 지원을 결심했다. “기상캐스터 모집공고를 보자마자 ‘나를 뽑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불쑥 들더라고요. 원래 합격하려면 그런 느낌이 든다고 하네요.(웃음) 그래서 ‘1번’으로 지원했죠.” 면접에서는 ‘좋아하는 시를 외워보라.’는 면접관의 요구에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지만, 중학교시절 지어낸 자작시 <시계태엽>을 재치 있게 읊어내면서 위풍당당 기상캐스터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국가대표 축구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붉은 티셔츠를 입고 얼굴에 태극무늬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 비 오는 날에는 노란
우비와 우산을 들고 방송에 나서는 기상캐스터의 모습은 상·큼·발·랄 . 그 자체다 . 하지만 이재승 캐스터가 말하는 기상캐스터의 숨겨진 모습은 참 고달프다 .
” 아나운서 ‚ PD‚ 기자의 세 역할을 모두 하는 것이 기상캐스터예요 . 기상청에서 핫라인을 통해 기상정보를 받아 그 중에서 중요한 것을 뽑아 타이틀을 만들고 , 오프닝 멘트도 생각해야 하고 , 크로마키에 보여질 그림도 구상해서 그래픽담당에게 넘겨야 해요 . 또 이러한 정보를 효과적이고 정확하게 아나운싱 해내야 하죠 . 태풍이나 홍수피해방송 시 자막을 통해 나오는 지역별 강수량의 수치도 캐스터들이 일일이 집계하여 내보내는 것이랍니다 .

요즘 그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여성캐스터들과 차이를 둘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 답을 찾는 것 . “날씨가 안 좋으면 바쁘다 .”는 그는 똑같은 기상정보가 주어지더라도 캐스터의 역량에 따라 정보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기상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 . 바쁜 와중에서도 언론대학원에 재학 중인 그가 수업에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과제를 챙기는 것도 그 노력 중 하나이다 .

그는 기상캐스터를 꿈꾸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단연 ‘순발력 ’을 꼽는다 . “캐스터는 순발력이 생명이에요. 물론 순발력은 전달력도 포함하는 개념이고요 . 아무리 단련된 기상캐스터라도 갑작스럽게 바뀌는 기상정보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고도의 순발력과 집중력이 필요하거든요 . 생방송 중에도 이어폰으로 ‘호주주의보 해제 ’ 등의 속보상황이 계속 전달되거든요. 또 뉴스앵커와는 달리 기상캐스터는 프롬프터 없이 기억에 의존해 기상정보를 즉시 풀어내야 하기에 순발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틈틈이 아나운싱 연습도 많이 하고 손동작도 연습해두면 금상첨화겠죠 .”




재치만점 이재승 캐스터는 일본에서 독도관련 망언을 퍼부었을 때 “오늘 울릉도와 대한민국의 땅 독도는 맑겠습니다.”라는 멘트로 국민들의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더니, 태풍 ‘산산’이 북상했을 때는 “가을철 수확을 앞두고 이번 태풍이 이름처럼 산산이 부서지길 바랍니다.”라는 언어유희로 농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었다. 또 올 추석에는 홍길동 의상을 입고 날씨를 전하는 신선한 파격을 선사하며 우리를 즐겁게 했다.

“하나님은 내가 바라는 것을 모두 주시지 않으셨지만,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을 주셨다.”는 좌우명 아래, 치열하게 살고자 노력했다는 그의 별명은 ‘불꽃’. 그래서 그가 대학시절 만든 농구팀도 ‘불꽃농구단’이었고, 아나운서 준비를 위해 만든 스터디 이름도 ‘불꽃스터디’였다. “지금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면 힘들어하지 않고 좌절하지도 않을 것 같아요.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열정으로 계속 달려야죠.”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이 순간 이글거린다.

“제대로 된 기상캐스터가 되려면 최소한2년은 지나야 된다.”고 그는 말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을 두 번씩은 경험해봐야 기상자료를 해석하는 능력이나 날씨에 대한 감각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록 그가 제일 존경하는10년 차 베테랑 현인아 캐스터의 방송을 보면서 침 흘리는 애송이지만, 훗날 강산이 변하면 그를 동경하는 후배도 하나 둘 늘어날 것을 생각하면 일이 마냥 즐겁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하는 것이었다. 찰나 신(神)과 범접이라도 한 것일까.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가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치며 내뱉은 짧은 한 마디. “온다!” 자신 있게 대답한 그였지만, 바로 이어 “사실 지금은 세계 어느 기상청에 물어봐도 크리스마스의 날씨를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 자신 역시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길 바랄 뿐이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이재승 캐스터와 함께 조심스레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꿔본다. 왜냐하면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으니깐!

글,사진_이상훈 / 12기 학생기자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0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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