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행복하세요?” – 삶을 노래하는 힙합 뮤지션, 데프콘










마침 눈이 내리는 날이었다. 작은 카페에서 처음 만난 데프콘의 첫 인상은 ‘크다’ 였다. 꽉 끼는 재킷만으로도 충분했을 법도 한데 특유의 뽀글뽀글 파마머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크다’를 뛰어넘어 ‘거대하다’라는 탄성을 내뱉게 할 정도였다. “초반에 EP 앨범 나오고 콘서트 대기실 같은데 앉아 있으면 무서워서 아무도 말을 못 걸었어요”라는 말이 거짓이 아닌 듯 했다.

데프콘은 2001년 강렬하고 공격적인 EP앨범을 처음 선보인 이후에 Lesscon 4 People 1집 앨범 때부터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힙합가수다. 그는 1집 앨범으로 제1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드렁큰 타이거, 리쌍, 에픽하이, 주석, MC스나이퍼 등 실력 있는 후보들을 제치고 최우수 힙합ㆍ댄스상을 거머쥐었다. 지금은 누구나 인정하는 중견 MC 지만 처음에는 어려운 점도 많았다. “처음 제가 나왔을 때 힙합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약간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모르는 애가 갑자기 튀어 나와서 랩을 한다고 하니까.”





그는 대학시절 우연히 친구로부터 ‘갱스터 랩’을 접하게 되었다. ‘깡패들도 하는 랩’을 신기해하던 그는 랩을 직접 해보기로 마음 먹고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처절한 ‘빈곤’뿐. 낮에는 아르바이트, 밤에는 음악작업을 하는 고된 ‘주경야독 생활’을 3년 가까이 한 끝에 결국 1집 앨범을 완성할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제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고, 따뜻한 밥 한끼 사주던 사람들과 지금도 친하게 지네요. 이제는 제가 그 친구들을 대접할 수 있어 좋습니다.”

그는 요즘 3집 앨범 준비로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밤을 꼬박 새웠다고 한다. “이번 앨범은 2집과는 다르게 조금 진지한 느낌의 음악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런 진지함을 ‘두께 있는 음악’으로 표현했다. 2집 때 보여줬던 대중성은 어느 정도 포기할 각오를 하고 있다. 곡 구성도 십대들을 위한 곡은 한 곡뿐이고, ‘다람쥐 쳇바퀴’ 직장생활로 힘들어하는 이십 대와 삼십 대를 위한 곡들이 대부분이다.

3집 앨범의 또 다른 특징은 ‘크로스오버’다. 데프콘스러운 음악을 하기 위해 장르간 경계를 과감히 무너뜨리고 있다. 힙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가수들이 앨범작업에 참여한다. 2집에선 서민정과, 윤종신이 참여했다면 3집에는 김도향, 자두의 피쳐링을 계획하고 있다.






그의 노랫말은 주로 ‘삶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1집 때는 가족, 2집 때는 소년소녀 가장이었듯이 3집 때도 역시 농 짙은 보통사람들의 일상이 전체 앨범 컨셉의 큰 틀을 이룬다. 그는 “힙합의 본산지라는 미국에서도 요즘 랩은 전부 ‘나 좋은 차 끌고, 예쁜 여자 만나서 대마초 핀다’라는 내용의 파티랩이 전부” 라며 문제점을 꼬집은 그는 자신은 뭔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어느새 ‘서른 줄에 들어선’ 중년의 래퍼, 데프콘에게 힙합은 무엇일까? “힙합은 자유로운 음악이죠. 경계가 필요 없는 음악이기도 하고요. 제 인생에 몇 번의 전환점이 있었어요. 전 그걸 ‘불이 온다’라고 표현하는데, 음악이 제게 가장 큰 불이었어요. 음악을 하면서 사업 같은 다른 불들이 많이 왔는데, 음악만큼 세지 않았죠. 전 지금도 음악을 통해 처음 제가 느꼈던 불을 붙잡고 있습니다. 저를 지금까지 지탱해준 힘이기도 하지요.” 젊은 시절 찾아온 ‘불’을 여전히 붙들고 있는 열정의 소유자 데프콘, 그의 멋진 3집 앨범을 기대해본다.

글,사진_윤진형 / 11기 학생기자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00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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