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의 모태 – 산악인 이인정을 만나다













역삼동에 위치한 네팔 총영사의 사무실 아래에는 산악 박물관과 산악 도서관이 있다. 이 박물관과 도서관은 젊은 시절부터 산밖에 모르던 이인정씨의 꿈이었다.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해달라고요? 전부 산 이야기지지요 뭐…”라고 말씀하시면서 티벳산 홍차를 직접 끓어 주셨다. 사무실 곳곳에는 만년설의 히말라야 사진들로 도배되어 있다. 어릴 적에 인왕산 근방에 살았던 그는 북한산, 도봉산을 비롯한 서울 근교의 산부터 시작하여 지리산 한라산을 다녔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본격적으로 해외의 산을 정복하려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바로 그 시절에 ‘산악문화회관’과 도서관, 박물관 등을 세울 꿈을 키웠다고 한다. .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시절 산을 탔던 사람들은 누구나 꿈이 많았단다. 젊은 시절 하고 싶었던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 꿈을 이루어 내느냐 그렇지 못하는 가의 차이는 현실에 있어 굽혔는가 아니면 그렇지 않고 끝까지 고집을 피웠는가였다.




그는 동국 대학교의 재학시절 산악부에서 활동을 했다. 50,60년대,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는 희망이 없고, 낙이 없었다. 전쟁을 경험했던 세대들이었고,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던 시기였다.
그 당시 산을 탄다는 것은 현실도피일 수도 있었다. 또한 미군이 주었던 옥수수와 우유를 직접 경험했던 세대였다.



“대학에 와서 산악부 활동을 하다가도, 월남에 가면 산악 장비가 많을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군대에 지원했지. 남들은 전축이니, 라디오 등을 사가지고 오기 바빴지만, 난 산에 관련된 군 물품만을 챙겨 왔어.” 군대를 다녀온 이후 그는 동국대학교의 이름을 걸고 대학 산악부 최초로 나슬루(8,156M)를 정복하게 된다. 한국 최초의 히말리야 정복이었던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 때 당시 시청까지 카 퍼레이드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광경을 목격했던 한 학생이 바로 고등학생 박영석씨였다고 한다. 박영석 씨는 산악부에 들어오기 위해 동국대학교를 선택했다는 유명한 이야기도 있다. 이는 그랜드 슬램의 모태가 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인정씨는 한국 등산학교의 교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자신의 스승을 ‘산’이라고 여긴다. 산은 부부의 연을 맺게 했고, 산을 타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산과 관계된 그의 이야기 속에는 기쁜 일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 생각해 보니 물질이 전부가 아니더군요.” 그는 젊은 시절 자신의 선배, 동기와 후배들을 산에서 많이 잃었다고 한다. 엄홍길 씨의 ‘휴먼 원정대’는 바로 그런 맥락에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함께 했던 동료들과의 추억들이 즐거움만을 주는 것은 아니었기에 “요즘 젊은 친구들은 쉴 때 쉬지 못하고, 즐길 때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군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시대의 젊은 이들에게 ‘산’만을 타라고 강조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물질이기 이전에 사람에 대한‘배려’를 먼저 배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였다.

글,사진_이기언 / 11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영상문화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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