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있는 만화가, <위대한 캣츠비>의 강도하












망원동 그의 작업실은 한창 이사로 분주한 가운데 있었다. 피곤한 모습이 역력한 그였지만 반갑게 맞으며 건네온 것은 따끈한 커피였다. 스탄 게츠의 재즈 음악이 조용히 깔리고, 그는 전혀 어색함 없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위대한 캣츠비>가 끝나자마자 무섭게 쏟아진 인터뷰 공세에 지난 한 달간 그는 매일매일이 인터뷰였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는 <캣츠비>는 그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캣츠비>는 고양이와 개들을 등장시켜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린 만화다. 그러나 등장인물 캣츠비와 페르수, 선, 하운두의 사랑 이야기를 많은 독자들이 큰 호응을 보낸 만큼 결론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만화를 다 읽고 나서 씁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나 제 만화가 독자들에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면, 저는 성공한 겁니다!” 강도하는 그간의 만화들에 대하여 가졌던 자신의 불만들을 충분히 곱씹어보고, 그것을 극복해보려고 한 극복기가 바로 <캣츠비>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엔딩이라고 하면 다들 모두가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끝나거나, 장대하게, 또한 모든 실마리가 완벽히 풀리는 것들을 생각해요. 저는 그게 늘 불만이었어요. 최대한 조용하게, 잔잔하게 막을 내리자. 그것이 제 목표였지요.” 소위 우리가 떠올리는 주인공의 조건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캣츠비’의 수동적인 삶만 해도 크게 변하는 거 없이 상상의 여지만을 남기고 끝이 난다. 강도하씨는 그렇게 마침표는 독자들이 찍도록 내버려두길 원했다. 강도하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저는 인터넷 만화라 하면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에세이나 블로그의 확장 정도로 생각하는 인식을 바꿔 놓고 싶었어요.” 그에게 온라인 공간은 나이나 성별, 취향 등이 엄격히 나눠져 있는 오프라인 만화세상과 다른, 드넓은 평원과도 같았다. 그는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만화를 그리길 원했다. 그래서 그는 불만대로 ‘저질러’버렸고, 돈이 되지 않는다고 아무도 뛰어들지 않았던 인터넷 매체에 뛰어들었다. 드라마적인 스토리와 스크롤을 내리며 보는 웹만화의 특성을 잘 살린 <위대한 캣츠비>로 말이다.





그는 캣츠비나 하운두 같던 자신의 청년시절을 떠올렸다. “이십대 초반의 나는 게릴라가 될 수 밖에 없었어요. 내가 가진 힘은 아무리 펌프질 해도 지치지 않고 무한하게 솟는 줄 알았으니까.” 그는 그 당시를 연애든, 일이든, 무엇이든지 가장 끝이 어디까지일까를 확인했던, 가장 진한 경험들만을 했던 시기라고 말한다. “라면 국물을 끝까지 다 마셔본 사람만이 그릇에 남은 녹지 않은 스프 찌꺼기를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그러나 그 때로 돌아가서 다시 그런 경험들을 해 보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고 말하는 그다. 그것은 굉장히 아프고 힘든 경험들이라고 말한다. “두 손에 칼을 쥐고 휘두르는 열정은 탐나죠. 당연히!” 하지만 텅 빈 속으로 베지 말아야 할 것들까지 베는 시행착오들이 있는 그 어수선한 시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그에게서 이제는 느긋함과 노련함이란 것이 느껴졌다.




“마음 속에 꿈틀대는 그 불만이란 거, 그것을 불만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변화는 일어납니다.” 그는 <위대한 캣츠비> 다음의 작품 역시 극복하지 못한 또 다른 불만들을 극복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비록 칼을 휘두르는 청년의 역동은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좀 더 유연하고 노련하게 마음 안에서 칼을 휘두를 수 있는 만화가 강도하를 꿈꾸면서. “나 자신도 여전히 시행착오를 밟고 있지만, 단지 그것을 먼저 거치고 있는 사람으로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은, ‘그대 정말 젊다면 불만을 가지세요’.” 저지르고 싶을 때 맘껏 저지르고, 시행착오를 양보하지 말라는 그의 말은 열정과 유연함을 균형 있게 갖출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값진 20대에게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당대를 살고 싶고, 당대와 소통하고 싶어하는 만화가 강도하에게서 보이는 긴장감은 그가 아직도 새파란 청춘임을 증명하는 듯 했다.

열심히 만화를 그리다 여느 때처럼 책상에 엎드려 주무시듯 타계하신 만화가 신동우 선생처럼 드라마틱하게 만화가의 삶을 살고 싶다는 그. 앞으로도 강도하씨의 ‘꾸준히 불만 있는’ 작품 활동을 기대해본다.

글_양하나 / 11기 학생기자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04학번

사진_이기언 / 11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영상문화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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