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人格이 책에는 冊格이.., – 북 디자이너 정병규














정병규씨는 ‘2005 올해의 출판인’ 행사에서 특별상을 수상하셨다. 그는 지난 79년 동경에서 열린 유네스코 주최 편집자 트레이닝 코스에 참가해 활자 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했었다. 또한 국내 단행본 출판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 받는 ‘홍성신서’등의 기획자로 이미 실력을 인정받았고, 이를 계기로 편집자에서 북 디자이너로 변신을 하게 되었다. 국내 최초로 편집과 디자인 전문회사 ‘정 디자인’을 1984년 에 차렸던 정병규 씨는 ‘책격(冊格)에 걸맞은 디자인’을 강조하신다. 북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정병규 씨의 손을 거쳐 간 책만 해도 무려 3,000권이 넘는다.




“책의 내용을 모르고 어떻게 디자인을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정병규 씨는 책의 디자인을 부탁 받게 되면 우선적으로 원고를 꼼꼼히 읽으신다고 했다. 대부분의 디자인한 책들은 평소 작품의 내용을 잘 아는 작가들의 작품들이라고 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부터 교지를 만들었고, 고려대학교의 재학시절 고대내의 신문 편집장을 하게 된 것이 오늘날 편집 일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그 후 ‘민음사’와 ‘홍성사’ 등에서 본격적인 책을 편집하게 되었다. 책에 대한 정병규씨의 사랑은 절대적이다. 작업실 가득 정리되어 있는 책들은 책과 함께 살아온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
했다.
한수산, 이문열, 박범신, 최인호 등 내로라하는 문인들의 작품들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대학교 시절 문학도를 꿈꾸었기 때문에 책에 대한 애정이 녹아 있던 것일까? 책에 대한 애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북 디자이너로서 책의 내용들에 대한 파악과 직관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는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것 같다.

사회과학서적이나 인문학서, 문학작품 등 그가 디자인한 책들의 표지를 보고 있으면 어느 종류의 책인지를 쉽게 분류해 낼 수 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말입니다. 사람에게는 人格이 책에는 冊格이 있죠.” 정병규 씨에게 있어 책은 그의 삶 자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이 잘 차려 입어야 품위가 느껴지듯 책 역시도 그 격이 있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꾸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그의 믿음이었다.




정병규씨는 북 디자인을 할 때 활자를 가장 신경 쓰신다고 했다. ‘타이포그라피’라고 하여 활자 그 자체의 미적 가치와 정보전달 기능을 고려하여 책 전반의 격과 어울리는 활자를 고른다는 것이다. 음성적인 부분이 배제된 의미만 기록하고 전달하는 활자가 아니다. 활자 자체의 음성적인 부분과 역동성을 살릴 수 있는 활자 디자인이야 말로 책의 품격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셨다. 주어진 활자를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그 책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과 품격에 어울리는 활자의 선택으로 이미지가 살아 있는 활자사용 방식을 즐긴다고 하셨다. 책은 하나의 생명력을 지니고 출판되는데 그 책에 걸 맞는 격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북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신단다. 그러나 아직은 한글에 대한 타이포그라피의 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하신다.





북 디자이너는 책의 내용과 목적에 가장 잘 어울리게 책의 형태를 만들어 내는 두 번째 저자라 할 수 있다. 글자는 정보 전달의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글자 자체가 글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또한 책 전체의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정병규 씨가 이야기 하는 ‘책격’일 것이다. “뉴미디어시대가 도래하면서 동영상이 주가 되고 마치 인쇄매체를 통한 활자이미지와 정지된 이미지들이 곧 소멸될 것처럼 이야기들을 합니다. 하지만 정지된 이미지야 말로 동영상의 이미지들을 뛰어 넘는 상위의 이미지라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책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문화현상 속에서 시각문화의 한 축으로 활자를 다시금 이해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인 지금은 활자의 문자적 의미와 함께 활자가 주는 이미지 전달이 중요해졌다고 다시금 강조하셨다. 활자의 이미지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 북 디자인의 핵심인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도 정병규씨의 손을 거칠 책들은 정보만을 주는 책이 아니라 책 그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로 전달되는 생명력을 가지고 태어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책을 읽으면서 보이지 않았던 세세한 부분의 손길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지 상상해 본다.

글,사진_이기언 / 11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영상문화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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