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의 전환 없이 생존은 없다 –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이면우 교수










이면우 교수는 ‘W이론을 만들자’에서 한국형 경영방식의 개발을 주창했고, 여기에서 그가 예측한 국가적인 위기는 90년대 말 경제 분야에서 현실화되고 말았다. 우리는 말 그대로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 이 시점에서, 이면우 교수는 지난해 ‘생존의 W이론’을 내놓으며 다시 한 번 W이론을 강조했다. W이론이 무엇이냐는 것은 둘째 치고서라도, 과연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항상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줬던 그이기에, 더욱 더 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사실 이면우 교수를 만나러 가는 내내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했다. 어쩌면 기자에게 있어 최초로 ‘혁신’이라는 단어를 일깨워준 장본인을 만난다는 기대감은 당연한 것일지라도, 역시 그는 한편으로 ‘지나치게 비판적이다’라는

평을 또한 듣고 있지 않은가. 혹여 기자의 생각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으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막막할 정도로, 그의 연구실로 찾아가는 발걸음이 내내 가볍지만은 않았다.

이면우 교수를 직접 만나기 전에, 인간공학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대학원생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교수님이 비판적이고, 강건하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젊은 사람이 아니었으면 인터뷰 요청을 재고했을 정도로, 이 교수는 젊은 사람을 만나고 그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에 흥미가 있다고 말했다. 과연, 올해 환갑을 맞았음에도 마인드를 매번 새롭게 다지고자 하는 그의 독특함이 새삼 느껴졌다.




‘이면우 교수 인터뷰’라는 주제 밑에 많은 질문거리를 생각해서 갔지만(물론 그의 전공이자 그가 최초로 국내에 도입했던 개념인 ‘인간공학’도 포함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을 어떻게 바라보십니까’라는 기자의 질문 하나에 이미 그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말았다.



92년 그가 쓴 책 ‘W이론을 만들자’는 출판 직후 사회에 상당한 이슈거리를 제공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모토 아래 성장을 계속했던 한국 산업의 진행 방향에 대해 정면으로 태클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간은 선진국의 기업 경영 방식(그는 대놓고 일본을 지목했다)을 답습하여 현재에 이르렀는데, 이는 앞으로 몇 년 뒤면 그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말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결국 97년 IMF 사태가 발생하고 이후 미국과 일본의 기업들이 지금까지의 경영 노선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의 예견이 옳았던 것이다.

그가 ‘W이론을 만들자’에서 주창했던 내용 중 하나인 ‘선진국을 그대로 따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후진국의 개발 초입에는 선진국 모방 정책이 좋아요. 그러나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에 올라오면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바로 우리가 개발하고 우리가 세계에서 최초로 시장을 만들어야 하죠.” 그 결과로 시장을 쥐고 펼 수 있는 ‘가격 결정권’을 선점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이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는 ‘독점’이라는 단어를 그는 거침없이 사용했다. 독특한 제품, 경쟁 상대가 없는 제품을 만들어야 독점 시장을 확보할 수 있고, 그것이 곧 개인의 이익, 사회의 이익, 국가의 이익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몇 개의 벤처 기업을 이끌고 있다. 쉰을 넘어 벤처 기업을 시작한 것에 대해 당시부터 말이 많았다. 이만하면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저명 인사고, 학문적으로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사람이 왜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 하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에 대해 그가 고언을 했을 때 돌아온 대답이 하나같이 ‘그건 교수님이 필드에 계시지 않아서 잘 모르셔서 그런 겁니다’라는 것이었다.

제자리에서 안주하고, 선뜻 미쳐버리지 않는 기업들에 대해 그는 자신이 직접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는 직접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게 되었다. 최근 그의 19번째 상품 ‘머리 잇는 기계’는 이탈리아 볼로냐,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용 박람회에 출품되었을 정도로 대단한 호평을 받고 있다. 돌아오는 것은 어디 말뿐이던가. 기자와 함께 계산해 본 그의 수익은 무려 조 단위를 뛰어넘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직 국가의 산업 정책과 각 기업들의 생존 전략은 하나같이 제자리걸음이다. 그는 선진국과 비교할 것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 미국은 끊임없이 시도하고, 혁신했기 때문에 현재의 위치에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도 또한 ‘잘못된 질문’이라 못박았다. 미국이 겨우 몇 십년 주도적인 위치에 있다고 해서 그들이 롱런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역사적으로 어느 한 민족이나 국가가 세계를 주름잡은 것은 길어야 한 세기를 넘지 못했다.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자신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그는 이제 정년이 채 5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생각만큼은 오히려 20대 기자보다 훨씬 도전적이고 자신감이 넘쳤다. 생각이 고착화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여 인생의 매 10년마다 새로운 목표를 거두고 성취하려 노력했다는 그가, 요즘 대학생에 대해서도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바로 ‘사회에서 제시한 가치관만 좇는다’는 것이었다. 고3 수능 공부 때 알게 된 것을 사회에서 발휘할 가능성은 제로인데, 그들의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점수라는 가치관 뿐이다. 학교에 들어와서도 유망 산업, 유망 학과만 찾느라 재수강에 진로 변경 등이 허다하다. 그러나 정작 사회에 나가면 자신이 유망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이미 절정기를 넘어 쇠퇴하고 있다. 결국 낙오자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에 현재 한국이 표류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자신이 울렁거리는 길을 따라가라고 말한다. 그 길에서 탐구, 좌절, 재도전 등의 과정을 거쳐야만 의식을 할 수 있고, 그것은 바로 개인의 성공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적인 것들의 상승을 불러와 세계와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의 생각의 범위는 이미 우리나라를 벗어나 있었다.

내년부터 그는 수 십 년간 맡았던 산업공학과 전공 필수과목 ‘인간공학’ 대신에, 신입생을 대상으로 ‘창의와 발상’이라는 과목을 맡아 강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묶여있는 어린 양들에게 브레인스토밍을 시켜볼까 한다면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호탕한 웃음을 지어보이던 이면우 교수. 과연, 이면우 교수는 진실된 의미의 개혁가이고, 실천가였다. 무슨 일이든 ‘된다고 본다’는 그의 생각처럼, 우리 산업과 사회 또한 빨리 모순들을 없애고 새로운 독점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_박태진 / 11기 학생기자
카이스트 수학전공 0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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