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딸이 되고픈 여자~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한비야
나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계속 뿜어져 나오는 그녀의 밝은 에너지와 열정의 정체는 무엇일까? 답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그 일은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일’이다. “남한테 피해도 안 주고, 피해도 안 받는 삶은 너무 좁은 삶이죠. 나한테도 좋고, 남한테도 좋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서 행복한 얼굴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역시 세계를 두루 여행한 사람답게 호탕하고 여유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지난 10월 8일, 파키스탄에서는 규모 7.0이 넘는 강진이 일어났다. 사망자 수 8만명, 이재민 수 300만 명의 대참사였다. 이 참사현장의 최전선에서는 한비야씨도 있었다. 월드비전 긴급구호 팀장으로서 말이다.
지진이 난 직후, 한비야씨를 포함한 의료팀이 1차로 파키스탄에 파견되었다. 약 2주간의 구호활동을 마치고, 귀국을 했으나, 현지에는 아직 해결해야 될 많은 문제들이 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겨울나기’. 이번 겨울을 나지 못하면 어렵게 구한 목숨들을 다시 잃게 될 수도 있다고. “바닥에 누우면 냉기가 올라와서 잠을 못 자요. 그런데 집을 잃은 어린 아이들은 옷도 얇게 입고 비닐 한 장 깔고 바닥에서 잘 수밖에 없어요.” 그런 아이들은 십중팔구 감기에 걸리고, 곧 폐렴으로, 또 저체온증으로 이어지며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단돈 3천 원짜리 담요 한 장이라며,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얘기한다. 파키스탄에서 돌아 온 후, 이들의 겨울나기를 위해 각종 매체와 기관들에 홍보활동을 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다는 한비야씨. 그래도 어려운 나라를 돕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져서 뿌듯하다고 한다. 최근엔 한 무역회사를 통해 모자 달린 어린이용 방한복 5만 벌을 확보하게 되었다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세계를 한 가족처럼 품고 있는 그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바를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프리카 속담에 ‘거미줄도 모으면 사자를 묶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한 명 한 명은 힘이 없지만, 뭉치면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말이죠.”
요즘 대학생들은 다들 안정되고 보장된 미래를 바라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한비야씨. 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안전할 수는 있지만, 날개의 퇴화를 담보로 하는 것임을 주지시킨다. “새의 본질은 날아가는 것이에요. 단 한 번이라도 자기 어깨 밑에 날 수 있는 날개가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실패할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하다가 그만 둘 것을 두려워 해야 한다며 태국 코끼리에 대한 예화를 든다. 아기 코끼리의 발목에 쇠밧줄을 묶어 놓으면 밧줄을 끊으려고 바둥거리다가 지쳐서 포기하고 마는데, 나중에 큰 코끼리가 되었을 때 발목에 헝겊밧줄만 묶어 놓아도 끊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포기해버린다고 한다.
한비야씨에게는 별명이 많지만,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바람의 딸’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실은, ‘빛의 딸’이 되고 싶다고. “내가 가는 곳,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밝은 에너지를 주어서 또 다른 사람에게 그 에너지를 전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는 자신의 밝은 에너지를 받고 ‘가슴이 뛰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자 보람이라고 말한다.
인터뷰 내내 밝은 웃음과 언니 같은 친근함을 가지고 대해 주셨던 한비야씨. 미얼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지금 이 시간, 미얼 독자 각각의 가슴 속에 숨어 있던 작은 불씨가 빛의 딸 한비야로 인해 활활 타오르는 것이 보이는 듯 하다.
글,사진_홍세진 / 11기 학생기자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04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