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오페라를 읽어 본다면 – 오페라 연출가 김학민














“당시 연극을 한다고 하면 사회적으로 고운 시선을 주지 않았지요. 일종의 사치라고나 할까? 하지만 소신껏 했습니다.” 지금도 대학생의 역할은 다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김학민씨는 격동의 80년대 대학생활을 이야기하면서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특히나 ‘소신껏’이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최근의 취업관련 동아리들에 대학생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지요? 예전에도 그런 동아리들이 많이 있었지요. AFKN이나 TIME반 같은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그런 동아리들도 낭만이 있었어요. 요즘같이 경쟁이 치열해 지는 시대에는 낭만이 느껴지지 않고 더욱 극성인 것 같지만…” 김학민씨는 대학생 때 느껴야 할 것과 누려야 할 것은 따로 있다고 했다.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경험을 발휘함에 있어서 자신의 잠재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결국 자신을 알기 위한 그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학교 때의 동아리 활동을 상기했다. 동아리에서 셰익스피어와 사무엘 베케트, 브레히트 등의 작품을 연극으로 올리면서 오페라를 하고 싶은 열망의 직접적인 계기를 마련했다고 한다. “연극을 하면서도 음악을 뺄 수 없었거든요. 언젠가는 음악이 있는 드라마를 하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지요.” 연극을 이야기 하면서 그의 눈빛은 어느새 대학시절로 촉촉히 젖어 들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오페라는 너무 음악만을 강조해서, 드라마가 없고, 뮤지컬은 대중성에 치우쳐 음악적인 면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음악적으로도 성숙하고 드라마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음악이 있는 드라마’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뚱뚱한 성악가들이 주로 하는 것이 오페라라는 선입견은 버려야겠지요? 오페라는 음악이 있는 재미있는 드라마거든요. 아름다운 노래, 극적인 반전, 숨가쁜 액션이 하나로 만나면서 이루어지는 감정의 깊숙한 몰입은 오페라에 전문가만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보편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것임에도 일반인들은 오페라는 음악을 전공자들만 보는 것이고 자신들이 즐길 만한 문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드라마는 겉치레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진실을 포착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스스로가 어떻게 아는가에 대한 문제, 좋은 것에는 핵심이 있게 마련인데. 전체의 분위기와 장면 별로 주는 컨셉이 따로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오페라 가수들이 가장 못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맥락의 중요한 것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연출은 숨어 있는 것을 찾는 과정이고, 음악을 들으면서 분위기 속에서 힌트를 얻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김학민씨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원에 있다가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 음대 오페라과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세계적인 연출가 로버트 데시모네에게서 연출법을 배웠고, 2000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오페라 연출 실기 박사 학위(DMA) 받았다. “우리나라 대학원에서는 하고 싶은 것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이론적인 것들을 너무 다루는 경향이 있거든요. 덕분에 공부는 많이 했어요. 글 쓰는 방법이라든지, 분석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많이 배웠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방황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미국에서의 대학원 생활에서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한국인 최초로 오페라 연출학위를 받을 때에는 행복했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모든 것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피아노 연주 등의 대부분의 악기를 조금씩을 다룰 줄 알게 되었고, 조금씩은 다 다룰 줄 알게 된다는 것이 연출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의 연출의 비결에는 당시에 배움의 과정에서 편식하지 않고 여러 분야를 골고루 접했던 점을 들었다. 다양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시기가 있었기에 행운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미국에서의 대학원 생활에 대해서는 공부라고 하기 이전에 즐길 수 있는 시기였다고 했다.
혹시 연출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면, 헤매다 보면 찾게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좋은 것을 찾을 수 있는 용기와 삶에 대한 고민이 인생이란 무대에서 훌륭한 연출가가 되는 비결이라고 했다.




“오페라는 보수적인 서양적 장르거든요. 음악이 강조되죠. 관습이 있고, 규율이 있죠. 관습이 있다는 측면에서 고급 예술의 장르이지요. 그러나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우리 식으로 소화해야 한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강의, 평론, 책의 출판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요즘 대학생은 인생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하다고 했다. 진실에 가까이 가려는 태도와 시선이 부족해 보여서 우려가 된다고 했다. 미디어의 변화는 보는 방식과 느끼는 방식, 표현하는 방식을 바꾸었지만, 환경적으로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한 것, 자연스러운 소통으로써의 오페라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진실을 놓고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방식은 드라마가 가진 가능성이기에… “공연문화는 멀어질 수 밖에 없겠지만, 직접적인 소통의 장으로써의 문화는 필요하죠. 다양한 음식과 다양한 영양분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적인 삶을 살려면 자양분이 될 것이 필요하다. 공연이 왜곡되고 무시되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김학민씨는 우리나라의 공연문화를 대하는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보편적인 관심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하며, 삶의 수준 역시도 여유가 느껴져야 찾는 몫이 있다는 그의 생각에 동의하게 되었다.

글,사진_이기언 / 11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석사과정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