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진할수록 아름답다 – 성심리학자 홍성묵 박사















성학이라는 학문은 없다. 사회학, 간호학, 법학, 역사학 등 모든 분야에서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은 자연히 성과 사랑에서 분리될 수 없는 것이며, 홍성묵 박사는 자연스럽게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예전부터 간헐적인 연구 활동은 있었지만 ‘세계 성 학회’가 설립되어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 된지는 1973년 이후. 홍박사는 30여 년 넘게 연구를 하며 80여 개국에 강연을 했다.

그는 남녀칠세부동석을 가르치며 언급을 금기시했던 한국의 성문화가 매우 그릇된 것이라 지적한다. 현재 청소년 및 대학생들의 성에 대한 인식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사회의 제도는 아직까지 제대로 정립된 부분이 미비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규제가 명확하지 않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을 우리는 성을 숨겨야 할 것으로 치부해왔다는 것이다.




서양의 개방적인 성문화를 ‘문란’이라는 단어로 잘못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건전한 성문화와 불건전한 ‘bad touch’를 명확히 구분하는 서양에 비해, 모든 것을 음지문화화 해버리는 우리의 문제점이 더 심각하다고 한다. 서양은 혼전순결에 대한 개념이 없다. 성 관계를 맺는 것은 ‘making love’. 즉 사랑을 창조하는 행위이다. 애인이 집에 와서 자면, 다음날 부모님이 아침을 차려주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결혼에 있어 순결을 중시한다. 결혼하지 않는 성 관계는 차 번호판을 가려주는 모텔에서나 이루어진다. 순결의 의미가 무엇일까? 그는 순결의 의미는 몸에 두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두는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깨끗하게 100%의 마음으로 한 사람만을 바라본다는 것. 그게 순결이라는 것이다. 몸의 순결을 중시하는 한국에서는 그래서 성적인 자아발현을 할 기회가 억압되어 불만이 쌓여가며, 이것이 결혼 후의 외도와도 연관된다고 한다. 성적인 불만을 서로에게 이야기 할 수 없었던 부부들은 이제 ‘애인문화’를 새롭게 형성해 가고 있지 않은가.
어릴 적부터의 교육이 그래서 중요하다. 사랑을 바탕으로 한 성은 부끄럽지 않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인식, 건전한 성과 불건전한 성에 대한 인식-초등학교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의 치마를 들추는 행위는 장난이 아니라 ‘bad touch’ 즉 일종의 성폭력이라는 것-이 머리 속에 자리 잡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성과 사랑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면서, 이성간의 교류에 너무 보수적이었던 사회 속에 놓여 있던 자신의 젊은 시절이 너무나 아쉬웠다고 한다. 중학교 때 강화도로 수학여행을 갔었는데 한 여학교에서도 같이 왔었다고 한다. ‘여자’라는 자체가 너무나 신기해서 밤에 선생님들 몰래 여학교 숙소를 급습했던 기억이 난다는 그. 그 시절에 여자라는 것은 엄마를 제외하면 다 화장실도 안가는 존재였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언젠가 대학 강의 중에 조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성경험을 해본 학생이 전체의 70%였다고 한다. 성 상담 센터에 고등학생이 자신의 성기가 휘어서 여자친구가 아파한다며 메일을 보낸다고 한다. 이것은 우려할 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50명 이상의 상대방과 관계를 맺었다는 남학생, 12번 중절 수술을 했다는 여학생, 성경험 즉 실전을 통해 사랑의 방법을 터득한다고 말하는 학생들.. 이들은 이것을 서구식 성문화라 여기지만 그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성과 사랑에 대한 건강한 가치관을 교육받지 못한 상태에서 서구 문화의 표면적인 것만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사회의 성문화가 ‘open’이 아닌 ‘방종’상태로 가는 것이 심히 걱정 된다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준다. ‘자신의 성기를 관찰하기.’
자신의 건강한 성. 건강한 삶을 관리를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민망해 하던 호주의 대학생들도 학기가 끝날 때쯤엔 그에게 시시콜콜한 연애담을 다 털어놓는다고 한다. 오로지 외국에서만 30년 학생들을 가르치신 교수님은 한국의 올바른 성문화 확립의 시급함을 느끼고 작년 4월 은평 천사원에 한국 성 건강센터를 열었다. 커플들을 위한 워크숍, 멋지게 사랑하는 법에 대한 워크숍, 실연을 당했을 때 빨리 잊어버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해 많은 구상을 하셨다는 박사님. 하지만 이곳 저곳 강연하느라 바빠 아직 어떤 것도 시작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아직은 사람들에게 성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하신다. 탁상공론은 불필요하며, 올바른 문화의 확립을 위해서는 사회교육과 미디어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하신다. 흥미성, 상업성 위주가 아닌 과학적이고 검증된 지식을 보급하여야 하며, 대학에서는 여러 교양강좌를 통해 학생들에게 올바른 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열정적인 노년의, 아니 우리보다 더 젊은 가치관을 갖고 계신 홍성묵 박사님과의 인터뷰는 흥미로우면서도 경이로운, 동시에 반성으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글,사진_김유경 / 11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03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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