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폭탄을 만들어드립니다! – 래핑클럽 트레이너 미스터 토네















자신을 래핑클럽(Laughing Club)의 트레이너라고 소개하는 반백의 할아버지는 하늘색 폴로 티셔츠에 베이지색 면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선 보통의 인도인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무뚝뚝한 무표정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얼굴에 미소를 담고 태어난 것처럼 그의 얼굴은 말 그대로 ‘웃는 상’이었다. 우리는 반갑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토네씨는 래핑클럽에서 트레이너이자 홍보대사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다. 래핑클럽은 웃음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1995년도에 카타리아 박사와 그의 친구 네 명이 뭄바이 시내의 운동장 구석에서 조촐하게 시작한 래핑클럽은 현재 전세계에 3만 5천 개의 클럽을 갖고 있다. 카타리아 박사는 현재 전세계를 돌며 래핑클럽 홍보와 세미나를 하고 있다.






웃기를 작정하고 모인 사람들에게 왜 웃느냐고 묻는다면 우문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핵심적인 물음이다. 에두르지 말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과연 왜 웃는지? “저희들이 웃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전 코미디언도 아니고 농담도 그렇게 잘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농담과 같은 말재주로 사람을 웃기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웃음은 신이 인간에게 주신 공짜 선물입니다. 이런 공짜 선물을 적극 활용해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죠. “
토네씨는 다니던 철도회사를 퇴직하고 우연히 래핑클럽을 알게 됐다. 카타리아 박사로부터 7년 동안 웃음요법을 배운 후에 그는 래핑클럽의 전문 트레이너로 일하기 시작한다. 클럽에 사람들이 모이면 동작 하나하나를 가르치는 게 트레이너의 몫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질문 중간마다 우리에게 웃음요법 동작을 직접 가르쳐 줬다. 몸풀기 동작은 ‘후후하하하’ 동작이었다. 박수를 치면서 ‘후후하하하’를 반복하는 것이다. 쉽고 간단했다. 같이 하는 사람들의 생소한 표정과 몸짓이 재미있어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문제는 장소가 호텔로비였다는 것. 토네씨와 기자들 몇이서 호텔 로비 테이블에 앉아 박수를 치며 ‘후후하하하’를 외쳐대고 있자니, 호텔 직원이 다가와 조금 조용히 해달라고 정중히 부탁하고 간다. 아쉽지만 인터뷰를 끝내고 정식으로 배우기로 하고, 다시 인터뷰 질문지로 돌아왔다.






웃음요법은 요가와 땔래야 땔 수 없는 사이처럼 보인다.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웃음요법은 요가의 두 가지 중요한 요소를 채용했는데, 하나는 요가체조(Yogic Exercise)이고 하나는 요가웃음(Yogic Laugh)입니다. 그리고 요가에서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호흡인데, 이런 요가의 호흡법도 래핑클럽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래핑클럽은 인도 전통요가의 현대적 변주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예 그렇습니다. 래핑클럽은 요가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토네씨는 줄곧 ‘웃음은 약’이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정말 웃음은 약일까? 웃음요법으로 병을 치료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했다. “바로 카타리아 박사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카타리아 박사는 1978년대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척추통증 때문에 괴로워했습니다. 본인이 의사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치료를 시도해봤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죠. 주위에서 ‘코미디를 보는 게 어떠냐’라는 권유를 받아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기 시작했는데,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아예 래핑클럽을 만들어 사람들과 같이 전문적으로 웃기 시작했죠”






현재 뭄바이에만 500여 개, 인도 전역에는 2000개의 클럽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저희들이 웃는 것을 보고 인공적이다, 과장됐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웃음은 우리 인간의 본성 중 하나입니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겉으로 끄집어 낼 뿐입니다.” 래핑클럽에 대해 사람들이 쉽게 가질 수 있는 오해에 대해 토네씨는 이렇게 해명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했다. “래핑클럽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웃음을 통해 세상은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인류는 언어로 하나될 수 없고, 종교로 하나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웃음으로는 가능합니다. 웃음은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종교의 배타성을 뛰어 넘습니다. 더 나아가 웃음을 통해 세상에 평화가 깃들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 폭탄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웃음 폭탄(Laughter bomb)을 떨어뜨리길 원합니다.”
웃음으로 세계평화를 이루겠다는 배짱이 놀라웠다. 토네씨의 예의 그 웃음기 가득한 얼굴에선 그 어떤 허위의식이나, 과대포장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역시 ‘정신의 나라’, ‘신의 나라’ 인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Peace through Laughter’, 부디 래핑클럽의 이 표어처럼 잃어버린 개인의 평화와 더불어 온 세상의 평화를 웃음으로 되찾을 수 있기를.



인터뷰를 끝마치고 기자들 모두 밖으로 나갔다. 토네씨는 신바람이 나서 동작 하나하나를 가르쳤다. 호랑이 동작, 손가락 동작, 호리병 동작 등등. 그 중에 기억에 남는 한 동작이 있었는데, 바로 ‘휴대폰 고지서 동작’이다. 손바닥을 마주 댔다가 마치 휴대폰 고지서를 펼치듯이 손바닥을 펴는 것이다. 중요한 건 손바닥을 펼치기 전까진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가, 펼쳐 든 손바닥을 보고 나서 ‘아~ 하!하!하!’ 웃어야 한다. 이번 달 휴대폰 사용료가 걱정 돼서일까, 다른 건 제쳐두고 이 동작 하나만큼은 확실히 배웠다. 평화는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휴대폰 고지서 나오면 꼭 해봐야겠다.

글_윤진형 / 11기 학생기자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 00학번

사진_박태진 / 11기 학생기자
카이스트 수학전공 0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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