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페미니스트, 그녀는 논쟁 중! – 영화평론가 유지나












안티 미스코리아 운동,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호주제 폐지 운동, 그리고 최근 대마초 비(非)범죄화를 위한 활동까지, 그녀의 본업은 영화학자이자 평론가이지만, 그녀는 영화 외의 일련의 공적인 활동들에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연루시켰다. 본인도 그리 싫지 않은 눈치다. 그런데 그녀의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 본인 스스로는 너무나 사인이고 싶지만, 그를 둘러싼 세상이 그로 하여금 사인으로만 활동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음에 대한 분노와 일종의 의무감이 감지된다. 그녀는 지금껏 연루된 쟁점들 중 가장 최근의 것이라 할 수 있는 대마초 비 범죄화 움직임에 대해 자연스레 말을 꺼냈다.

“개인이 혼자 조용히 우울할 권리까지 국가가 개입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한국밖에 없어요. 언제부터 국가가 개인의 우울함까지 통제하려 들었죠?” 그녀는 현재의 대마초 처벌 규제가 명백히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강하게 주장했다.






사실 대마초 비 범죄화 움직임만이 그녀가 참여한 ‘공적’ 이슈가 아니다. 최근 스크린쿼터 축소 논의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지난한 스크린쿼터 논쟁 역시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는 이슈 중 하나이다. 복수의 공적 이슈들이 동시에 점화되고 있는 요즘, 그녀는 분주하다. 현재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스크린쿼터를 여러 역학관계의 교차로라 풀이했다. 미국의 대 자본을 뒤에 업은 미국의 영화 산업 종사자와 그들의 이권을 대변하는 미국 정부 관계자, 이들의 요구에 일희일비할 수 밖에 없는 한국 정부와 한국 영화산업 종사자의 역학관계 위에 스크린쿼터제도가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이처럼 중층적인 맥락의 통찰 없이는 제도의 경제문화적 취지와 목적, 그리고 이 제도가 보호하려는 실체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단언했다. 그녀에 따르면 스크린쿼터 취지와 목적은 문화적인 다양성의 보호다. 그리고 이를 유지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스크린쿼터라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논하기 전에, 이 제도는 더욱 세분화, 공고화되어 국가적 카테고리 내에서만 보호하지 말고 자본주의 산업적 논리의 위계질서의 바닥에 깔린 마이너 영화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저에게 있어 문화적 다양성과 평등주의는 일종의 개인의 이상이거든요, 그 이상에 당당해 지기 위해 저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을 가리켜 인간이기 이전에 자연물의 하나라고 이야기했다. 앞으로의 활동과 계획에 대해 자신을 구속하는 모든 인위적인 것들을 해체하는 작업을 쉼 없이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스로 에코-페미니스트라고 말한 그녀는, 집이 없어서 지하철이나 도심에 기거하는 홈리스 또는 집이 없다는 사실에 비관해서 자살하는 사람들을 보면 인간적으로 연민을 느낀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산에서, 땅에서 자연물의 하나로 살아갈 수 있는데 굳이 스스로를 도시라는 굉장히 매캐한 좁은 틀에 가두며 살아갈까요? 그런 그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그녀에 따르면 지난 인류가 근대화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정복, 통제할 수 있다는 우월감으로 앞으로도 계속 살아간다면 지구는 망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덧붙여 우주에서 지구의 존재는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라며 그러한 이유에서 그는 개인적으로 우주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마음의 평화와 따뜻한 정서적 씨앗을 뿌리고 그것을 꽃 피우며 살아가라고 대학생에게 충고하는 그녀에게 있어 삶의 자유란 다분히 ‘자연스러운’ 성질의 것이라 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결코 ‘자연스럽지 않은’ 수많은 격론과 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논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을 보면 심각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어쩌면 개개인으로 하여금 진정한 자유의 경험이란 실로 막대한 담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한 이유에서 에코-페미니스트, 유지나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짐은 물론이다.

글_정연욱 / 10기 학생기자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03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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