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국결사를 위한 청춘 카운슬링



사람들은 세상이 변했다고 쉽게 이야기 한다. 그러나 변한 것은 사람이 아니다.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청춘의 고뇌와 변화에 대한 열망과 도전정신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청년실업 50만의 시대. 사람들은 세상이 변했다고 얘기하지만 김형태 씨는 그 이유를 밖이 아닌 우리들 내부에서 찾고 있다.
시대와 사회를 막론하고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와 갈등을 하고 싸우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의 20대는 걱정스럽다. ‘싸가지 없음과 게으름’ 때문이다. 시간을 즐기거나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해 무관심할 뿐 기성세대와 싸우고 따지지 않는다. 이것이 게으름이다. 생각하기를 거부하는 게으름.


그런데 그는 더 깊게 들어가면 진짜 원인은 지금의 20대가 기성세대와 싸우고 배워야 할 기회조차 박탈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0대가 12년 넘게 배워 온 교육은 입시 위주이고, 대학 생활은 사람들과의 관계 위주가 아니라 취업 위주이다 보니 사회에서 필요한 교양과 사회의 언어, 질서를 배울 시간을 갖지 못한 체 사회에 덩그러나 버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는 적자생존이고, 무한 경쟁이다. 우리에게 본이 되고 길을 알려줄 선배도 어른도 없다. 구식은 다 나쁜 것이라는 상업주의만 판친다. 그러다 보니 과거를 망각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게 된 것이다.
연봉이 20대 ‘현실’의 전부가 되어선 안 된다. 기성세대와 사회 부조리에 대해 비판하고, 진정한 자신에 대해 발견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20대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이 누구이고,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하기 보다는 자신의 몸값에 연연하고 있다. 어떤 직장을 다닐까가 아니고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교류하는 세대와 배움의 폭을 넓혀야 돼요. 또래들끼리만 친하니까 진도가 하나도 안 나가는 겁니다. 존경심과 배움의 자세로 많은 사람들에게 배워야죠.”


인터뷰 내내 독서의 중요성은 강조되었다. 김형태 씨는 지금의 젊은이들은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책을 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사람들은 인터넷과 TV를 보고 더 단순해진다. TV는 상품이다. 즉, 스폰서가 있다. 드라마는 작가의 마음대로 쓸 수 없다. 그러나 책은 자본의 논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TV를 보면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온다. 원래부터 중학생 수준 정도로 만들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들은 기본적으로 나이가 많고, 인생경험이 풍부한 선배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배울 수 있는 ‘어른’을 만나기 위해서는 책을 봐야 한다. 책을 통해 현명함과 인생의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


그의 이력은 한 마디로 ‘종횡무진’이다. 1989년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그토록 원하던 미술을 했다. 네 번의 개인전과 다양한 퍼포먼스 작업을 했다. 홍익대 앞의 퍼포먼스 카페 ‘발전소’를 운영했고, 97년 황신혜 밴드를 결성해 5장의 음반을 냈다. 99년엔 ‘햄릿 프로젝트’에서 햄릿을 연기해 백상예술대상 인기상을 받았고, 2003년엔 책 ‘김형태의 도시락 1집; 곰 아줌마 이야기’를 출간했다. 한때 대학가에서 카페를 운영하기도 하고, 청년예술 체험 프로그램 ‘무규칙 이종 예술단’을 만들어 활동했다. 그러던 그가 이제는 또 청년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하는 카운슬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끊임없는 열정과 능력의 자양분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는 20살 때 경제적인 독립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가 똑같이 베끼기만을 가르치는 기성 입시 미술 제도를 용납할 수 없어 편안한 길이 보장된 입시학원 강사자리를 뛰쳐나왔다. 그 때부터 가시밭길을 선택한 그에게 어려운 시절이 시작되었다. 날 계란, 흰 우유 그리고 라면으로 연명하면서도 하루에 한 끼 이상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가 남들보다 탁월한 재능과 능력을 타고났을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었다. 무엇이든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했다. 좋아서 시작한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라이브 공연을 그만 둔지 2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손가락에 굳은 살이 남아 있는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지독하게 노력하는 가를 보여준다.
그가 말하는 진정한 능력은 바로 ‘시간’이다.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개인의 길을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음치입니다. 그렇다고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아요. 뒤늦게 시작할 수도 있죠. 언제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청년의 알리바이입니다. 내가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나는 청년시절을 이렇게 보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알리바이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원래부터 예술가가 꿈이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재미있게 하면서도 굶어 죽지 않는다는 것을 남들에게 당당하게 보여 주는 것 또한 꿈이었다. 미술가에서 갑자기 음악가로 변신하게 된 이유는 미술이라는 장르 자체가 대중과 멀었기 때문이다. 대중음악가로 ‘위장취업’해 이름을 알리며 젊은 세대와 소통을 시도한 것이다.
그런 그가 최근에 선택한 방법이 바로 인터넷을 통한 카운슬링이다. 컴퓨터 붙어사는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 이렇게 항상 그는 새로운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규칙 없이 상대방이 항복할 때까지 계속되는 이종격투기처럼 이종예술가로 다양한 인생을 살고 있는 그는 요즘 다시 20대처럼 살고 싶다고 한다. 20년 전, 설레는 마음으로 기타를 처음 잡았듯이 새로운 마음으로 음악을 하고, 뭔가를 다시 시작한다는 열정으로 배우고 싶다고. 세상을 걱정하고 구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청년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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