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방임과 뜨거운 자유를 이야기하는 소설가 김영하



상을 받기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수상 이전에도 이미 나의 능력에 대해 충분히 인정 받았다고 생각하며, 상은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한 평가일 뿐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지 과거가 아니다.


간단히 말해 ‘서편제’ 와 같은 소설은 쓰지 않겠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주제가 아닌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이야기에 집중하겠다.
한국적인 면과 동양의 오리엔탈리즘에 기대지 않겠다는 것이 나의 작가적 신념이다.


작가는 글만 잘 쓰면 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소설의 질이다. 소설이 좋으면 자연히 번역가들이 번역하기 마련이다. 나는 소설가다. 번역은 소설의 질이 좋으면 누군가는 맡기 마련이다. 체조선수가 이단평행봉의 높은 고난도의 기술을 완벽히 해내는 것처럼 질 좋은 소설을 쓰면 된다.


기본적으로 한국 문학이 알려지기 위해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나서는 일에 나는 반대한다. 문학이 무슨 반도체사업과 같은 수출산업도 아니거니와, 국가 개입을 최소해야 된다고 본다. 오히려 한국 정부가 한국 문학을 알리기 위채 정책적으로 나서는 것은 또 하나의 국가주의이며 시장을 왜곡시킬 뿐이다. 덧붙여 한국 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고통스런 진실’이지만 과연 한국문학에 가와바타 야스나리, 미시마 유키오 같은 작가들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우선 나는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많은 인파들 속에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여 무엇을 하겠다는 자체도 별로 안 좋아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이야기 성향이 강하고 대중적이다. 나의 작품이 좋아서 영화화 되는 것보다 한국 영화 산업이 여타의 문화산업을 끌어들이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돈이 되어서 판권을 팔았을 뿐 기본적으로 영화에 대한 별 관심은 없다.



보았다. 그냥 그랬다. 별 느낌 없었다.


요즘 독자들의 수준이 높아져서 더 이상 원작자를 욕하지 않는다. 나의 소설 중 영화로 만들어졌거나 기획 단계에 있는 작품은 ‘주홍글씨’, ‘오빠가 돌아왔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검은 꽃’ 이 있다. 누차 말하지만 영화는 그저 서커스나 오락에 가깝다. 소설과 달리 투입되는 재화의 량도 다르고, 소설에 비해 영화는 미학적 실험에 있어 자본과 산업의 제한이 엄청나다. 그러므로 영화가 나의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 졌다고 한들 사실 나와는 거의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문학이 자유로운 장르라면 영화는 몸이 무거워 움직임이 둔한 존재다.


우선 작가로서는 행운이다. 나이든 사람이 연구의 목적으로 나의 소설을 읽는 것보다야 좋은 일 아닌가? 감수성이 말랑한 대학생들이 나의 책을 좋아해 준다니 기분 좋은 일이다.


아니다 전혀 관심 없다. 우선 라디오 프로그램의 DJ인 이적과의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출연하게 되었다. 또 기존의 카운셀러들이 너무 얌전하게 충고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매번 돌려서 말하거나 완곡히 충고하는 것 보면 짜증났다. 그래서 나는 주로 맘대로 살아라. 그냥 알아서 살아라. 막 살아라와 같이 솔직하게 말한다.


그것은 듣는 사람이 알아서 취사선택할 부분이다. 나로서는 해 주고 싶은 말만 하면 된다. 그 다음은 듣는 이가 선택하는 것이다.


우선 설렁설렁 살라고 말한다. 요즘 대학생들이나 젊은 사람들 너무 열심히 산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봐야 미래 예측도 할 수 없고 상식적으로 10, 20대에 40, 50 이후의 삶을 계획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것 하라고 말한다. 인생에는 즐거운 일이 많은데, 그 즐거운 일들을 모두 보류하고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어렵다.




나는 그냥 대충 사는 학생이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취업이 어렵지도 않았고, 그냥 동아리 활동과 연애하면서 즐겁게 살았다. 내가 학교 다닐 적에는 휴학 제도가 교환학생 제도가 없어서 그냥 하루하루 학교 나가면서 살았다. 그냥 학교를 거닐면서 재미있게 보냈던 것 같다. 취업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군대 가기 싫어서 대학원을 갔다. 대학원에서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빛의 제국’이라는 작품을 집필하고 있다. 2004년 여름부터 시작하여 이제 10분의 1정도 완성했다. 40대 고정간첩의 이야기이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과연 고정간첩과 평범한 사람의 삶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의 여부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역사상 많은 수학자들 중에서 고정 간첩이 적지 않았듯이, 수학자의 삶과 일반인의 삶 사이에서 어떤 본질적인 차이가 없듯이. 고정 간첩도 그렇게 다르리라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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