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4쿼터라는 것, 아시나요?




“1회전만으로 인생이 꾸려지는 시절이 있었지요. 평균 수명 62세에 직장 정년이 58세 정도였던 그런 시절 말입니다. 지금은 평균 수명이 76세까지 올라갔습니다. 정년이요? 없다고 봐야죠.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자신만의 특기’가 없으면 정년은 언제든 찾아올 수 밖에 없습니다. 21세기 인생은 4쿼터 게임이지요.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이내 낙오됩니다.”
SK그룹과 맥을 같이하는 ㈜SKM의 경영지원본부장 및 전무 그리고 ㈜동산C&G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이규화 씨는 대학생 자녀를 둔 50대 초반의 평범한 아버지이자 천안연암대학 조경학과에 재학 중인 03학번 학생이다. ‘나무 의사’를 후반전 밑그림으로 삼은 이후 새로운 꿈의 실현을 위해 맹렬히 전진하고 있는 중.
이규화 씨는 은행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후 줄곧 상승가도를 달렸고 그 결과 말단에서 최고관리자에 이르기까지 회사 생활의 면면을 다 경험해 볼 수 있었다. 평범한 회사원이 목표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보았던 그는 어째서 다시 ‘대학’을 선택했을까.
“50년 전후에 태어난 우리 또래가 겪은 한국 사회는 변화의 연속이었습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저에게 익숙한 일이에요. 그만큼 일했으니 쉬어도 되지 않냐는 권유도 많았지만 저는 그 시점을 인생의 전환기로, 갓 시작되는 ‘후반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향후 2, 30년 동안 집중할 새 ‘일’을 갖고 싶었지요. IMF와 오버랩 된 갑작스런 ‘명예퇴직 붐’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모델이 되어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구요.”




그는 크고 단기적인 것(욕심) 대신 작으면서도 장기적인 것(꿈)을 마음에 담기로 했다. 의외로 답은 간단히 눈 앞에 나타났다.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일 > 흙, 식물이 함께 하는 일 > 조경 > 수목의 유지, 관리 = 나무 의사’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그는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했고 구체적인 재교육의 통로로 대학을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해서 입학하게 된 곳이 ‘자연을 닮은 교육, 자연과 하나되는 대학’을 기치로 하는 천안연암대학.
생명산업 분야의 인재 육성을 위해 LG연암문화재단이 설립, 30여 년째 그 꿈을 이어가고 있는 이 곳은 현재 장학금 수혜율 80%, 재학생 취업률 90% 등의 빼어난 교육 환경을 자랑하고 있다. 우등 만학도인 이규화 씨도 장학금 수혜자 중 한 사람. “이규화 씨의 모든 행동이 다른 학생들의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수업에 임하는 태도, 학업에 대한 열정, 목표를 위해 꾸준히 공부하는 성실성-모두가 말입니다.” 제자를 칭찬하는 조경학과 송근준 지도교수의 얘기다.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섭취하고 싶어 대학원 진학을 결심한 그는 독서실과 집을 오가며 매진한 결과 토플 시험에서 237점을 따내기도 했다. 과 수석에 이은 토플 고득점. 50대에 이 모든 것을 이뤄내기까지 ‘자신과의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나는 ‘1회전으로 끝날 수 있는 삶’의 다음 단계인 ‘전/후반전 게임’을 치르는 중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 사람들이 살게 될 시대는 그보다 더 치열한 ‘4쿼터 경기’입니다. 생명과학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되는 한편 ‘고용 없는 성장’으로 취업 시장은 날로 정체되고 있어요. 더구나 세계의 변화에는 하루가 다르게 가속도가 붙고 있지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낙오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날 겁니다.”
인터뷰 막바지, 그는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을 덧붙였다. IT 분야와 소위 ‘화이트 칼라’ 직종은 업무 환경이 부단히 진화하는 영역으로, 그 속도를 따라잡을 자신이 없다면 조경/원예/축산 등의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것. “그 분야에서 10% 내의 위치를 점할 수 있으면 그것이 성공입니다. 업종에 대한 고정관념만으로 미래의 수입과 지위를 미리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죠.” 소위 ‘뜨는’ 직업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젊은 세대들에게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조언인 셈이다. 다음으로 이규화 씨가 강조한 것은 자신의 일에 임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에 대한 것. “인생은 ‘선택’과 ‘포기’ 이 두 가지에 대한 의사결정의 연속이에요. 놀기를 선택하는 것은 곧 학업에의 포기를 의미하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꿈에 매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인터뷰를 마친 후 다음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강의실로 돌아가는 중년 이규화 씨의 뒷모습을 보며 같은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네 20대 청춘들은 왜 저만큼 부지런하지 못한 것일까 하는 물음표가 머리 위로 떠올랐다. 퇴직금의 안락에 기대는 대신 자신이 몰두할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다시 시작하고 있는 이규화 씨의 현재는 ‘모두가 no라고 할 때 yes라고 말할 줄 아는 용기’를 강조하던 어느 광고를 떠올리게 했다. 용기와 도전으로 새 삶을 일구는 50대의 모습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있는 삶의 교훈을 만날 수 있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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