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는 훔쳐갈 수 없는 우리 역사다!




<미래의 얼굴>은 서길수 교수를 만나기 위해 지난달 10일에 열린 (사)고구려연구회의 32차 정기 학술발표회장을 찾았다. 고구려연구회는 서길수 교수가 지난 94년에 설립한 단체로 현재 민간 최대의 고구려 연구기관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 날 서 교수는 “학자들이 지원을 받기 위해 중국의 고구려사 연구 현황을 부풀려 말하고 있다. 이는 전국민을 패배주의적 포기상태에 빠뜨리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의 연구인력과 수준을 근거로 이를 반박했다. 실제로 중국에는 고구려사 관련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2명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에는 32명이나 있고 석사학위의 경우도 중국이 12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98명에 달한다. 또한 논문을 살펴보아도 우리나라의 경우는 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전개하는데 반해 중국은 주석도 없고 수필처럼 써내려 간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고구려 연구자는 많고 연구 결과도 탄탄합니다. 순수학술적인 연구가 중국의 몇 배 이상 많지만 고구려사는 당연히 우리 것이므로 ‘귀속 문제’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까지의 연구역량과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고구려의 정체성을 연구한다면 쉽게 중국의 논리를 누를 수 있을 것이고 사실 중국은 이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정책적으로 고구려사 왜곡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우리에게 있다는 서 교수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었다.



경제사를 전공한 서 교수가 고구려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배낭여행과 에스페란토어였다. “대학생이었던 68년에 세계 에스페란토협회에 가입해 틈만 나면 배낭을 메고 외국을 떠돌았죠. 86년에는 세계 에스페란토협회 임원으로서 에스페란토 세계대회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고 3년 뒤에는 안시성을 보기 위해 무작정 만주로 갔습니다.” 안시성을 찾아갔을 때 현지 조선족들은 안시성은 물론이고 고구려 장수 양만춘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단다. 안타까움을 느낀 서 교수는 고구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기로 마음먹었고 그 때부터 광개토대왕비, 광개토대왕릉, 홀본산성, 국내성 등 고구려 유적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서 교수가 고구려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것은 1990년에 지린성 지안에 있는 환도산성을 보았을 때다. “환도산성의 성벽을 보며 고구려의 산성이 1500년이나 나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하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그 때가 사십대 후반이었는데 내 인생의 50대를 몽땅 고구려에 바치자고 마음먹었죠.” 답사를 다니면서 고구려 유적의 웅장한 스케일에 놀라고 또 놀랐다는 서 교수. “우리 민족의 열등의식을 없애고 자긍심을 세워 사대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웅장한 스케일을 바로 고구려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움직임 이후 가장 바빠진 사람이 바로 서 교수일 것이다. 각종 언론매체에서 고구려사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기사를 작성할 때는 꼭 서 교수를 찾는다. 특히 EBS, KBS 등에서 올해 마련한 방송특강 프로그램에 강사로 나섰는데 오랜 답사 경험과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쉽고 시원하게 강의를 이끌어 나가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는 것은 고구려연구회 홈페이지()를 통해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방문객도 늘고 질문을 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는 게시물도 많이 늘고 있는 것.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움직임에 대해서 서 교수는 국가, 학술계, 국민 모두가 지나치게 자조적이어서도 안 되지만 위기의식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일본은 독도우표 발행을 두고 총리가 앞서서 항의를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좀 더 강력하게 대응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얼마 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중국과 구두로 합의를 하고 논쟁을 끝내버린 정부를 겨냥한 말 같았다.

“민간단체와 일반학술단체들은 적극적으로 대응논리를 개발해야 합니다. 고구려사가 우리 역사라는 구체적 논리를 개발해서 중국에 제시할 수 있어야겠죠. 그리고 국민들은 고구려가 우리 문화라는 것을 인식하고 문화적 측면에서 생활화를 했으면 합니다.” 이렇게 모두가 노력한다면 고구려사를 둘러싼 중국과의 진실게임에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말하는 서 교수가 무척 든든하게 느껴졌다. 그가 90년도에 환도산성을 보고 고구려에 빠진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얼굴 독자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학생들은 고구려사 문제에 사회적 이슈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조금 더 실질적으로 우리 역사라는 측면에서 바라봐 줄 수 있었으면 좋겠고, 현장에 꼭 가보기를 권합니다. 평양, 중국에는 못 가더라도 중원고구려비나 아차산성 등을 둘러보며 고구려를 느껴보고 생활화 해주기를 바랍니다.” 서 교수가 말하는 고구려 문화의 생활화란 무엇일까? “사실 양궁, 씨름, 택견 등은 모두 고구려 문화가 그 모태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고구려 문화재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죠. 백제 문화재나 신라 문화재에는 익숙하지만 고구려 문화재에는 낯선 것이 바로 지금의 우리 모습입니다.”

얼마 전에 서 교수는 10년 동안 이끌어 온 고구려연구회의 회장직을 그만뒀다. “고구려연구회를 만든 것은 열악한 고구려 연구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징검다리 노릇을 하자는 것이었죠. 이제 고구려 연구자도 많이 나왔고 국가에서도 연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만큼 떠나는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40여 차례 중국을 오가며 그가 모은 사진은 무려 1만여 장, 동영상은 100분이나 된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그동안 모은 자료를 모아 발간할 계획이며 고구려사 연구도 계속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 교수는 방송국에서 별도의 편집 작업을 하지 않고 그냥 쓸 수 있을 만큼의 촬영실력을 갖춘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 그가 준비중인 책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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