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서 삶을 읽어내는 사람, 최종규




지난 8월의 더운 금요일, 용산에 있는 헌책방 ‘뿌리서점’에서 최종규씨를 만났다. 헌책방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람인 줄은 알지만 약속 장소가 헌책방이라는 점이 남달랐다. 시간 맞춰 ‘뿌리서점’에 들어서자 사진으로 뵌 적이 있는 종규씨가 책을 고르고 있었다.
기자입네 인사도 했건만 당장 인터뷰할 생각이 없는 듯 책만 들여다보고 있다. 그 덕에 1시간 남짓 헌책방을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었다.

헌책방은 깔끔한 새 책방과 다르다. 곰팡내 나는 책 탑이 이 곳 저 곳 쌓여있어 빽빽하고 비좁다. 그 날 따라 오가는 사람이 많았다. 꼬마 둘과 나들이 나온 부모의 모습이 정겹다. 주인 아저씨는 책 팔러 온 이에게 책을 사시랴 책 손들에게 음료수 한 컵씩 따라주시랴 손이 바쁘다. 선풍기는 탈탈탈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1시간이 지났을까. 종규씨가 책값을 셈한다. 근처 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기던 중에 그가 검은 비닐봉지로 싼 무언가를 툭 내민다. “이런 책들은 꼭 읽어야 되요.” 평소 책 선물을 즐긴다는 그는 자기 시간 뺏은 못난 기자에게도 선물을 건넨다.


최종규씨는 헌책방 즐김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판이 끊어진 독일어 참고서를 찾다가 우연히 헌책방을 찾게 되었다. 이후 ‘참고서가 아닌 다른 책’을 보기 위해 헌책방을 다시 찾게 되었고 그렇게 13년이 흘렀다. 13년 동안 최종규씨는 전국의 헌책방을 찾아 다니고 헌책방 약도를 그리고 헌책방 사진을 찍으며 지내왔다.

2001년 4월부터 프리챌 커뮤니티에 헌책방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고 이후 지금의 싸이월드로 옮겨왔다. ‘함께살기:우리말과 헌책방 쉼터’ (hbooks.cyworld.com)는 이제 회원 수 4000명에 가까운 이름난 모임이 되었다. 최종규씨의 누리집(홈페이지)이기도 한 이 곳에는 언제나 그의 글이 넘쳐 난다. 100개 남짓한 게시판 중에는 ‘책 시렁에 숨은 책’, ‘책방옆-밥술차쉼터’, ‘얼굴 자랑 함~혀 봐’ 등 재미난 이름을 가진 게시판이 많다. 헌책방 기사를 넣은 게시판도 있고 우리말 바로 익히기를 위한 게시판도 있다.

종규씨는 스물 한 살 때 집을 나와 신문 배달 일을 하기 시작했다. 기자를 꿈꿨던 적이 있어 10대 일간지를 날마다 볼 수 있던 그 때가 참 즐거웠다. 그렇게 5년 동안 신문을 보고 나자 쓰레기 같은 신문과 방송에 오염되어서 자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없구나 하는 것을 느꼈단다. “서로서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는지가 중요한 거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제대로 취재도 안하고 오보도 많은 신문 기사를 가지고 자기 이야기인 것처럼 떠들고 있어요.” 아침마다 쓰레기 같은 신문을 보는 대신 보고 싶은 글을 골라서 보고 자기 이야기를 찾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종규씨는 ‘함께살기’ 모임에 글을 띄운다. 지난 5월에는 이 곳에서 다룬 이야기들을 엮어 ‘모든 책은 헌 책이다’라는 책도 펴냈다.


최종규씨는 대학교 졸업장이 기득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남자라는 것도 기득권이 될 수 있고 지식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도 기득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기득권을 버리면 버릴수록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고 덧붙인다. “대학교에 온 목적은 졸업장이 아닙니다. 대학생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해요. 목적을 찾았다면 목적어를 말할 수 있어야겠죠.” 최종규씨는 무릇 어른은 어른답고 아이는 아이답고 대학생은 대학생다워야 한다고 말한다. 취업 준비 하기 위해, 연애하기 위해 대학생이 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젊기 때문에, 젊기 때문에 종규씨는 손 놓고 있는 요즘 대학생들이 아쉽기만 하다.


최종규씨는 작년 4월 새 신랑이 되었다. ‘함께살기’ 모임에는 그가 아내의 양말을 빤 이야기며 밥을 짓는 이야기들이 종종 올라오곤 한다. 애처가, 공처가를 떠나서 사람이면 누구든지 자기가 입은 옷을 빨 줄 알아야 하고 자기가 먹을 음식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데레사 수녀의 ‘입고 먹고 자고 말하는 것을 가난하게 해야 된다’는 말을 좋아한다는 종규씨는 쌀뜨물로 설거지하고 비싼 밥, 비싼 옷을 사지 않는 사람이다. 듣는 사람을 위해 쉽고 부드럽고 고운 말을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오늘 만난 최종규씨는 작지만 건강한 삶을 살아내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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