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꿈과 하늘을 향한 희망 라퓨타




현재 전국 대학의 열기구 동아리는 강릉대, 충주대, 원광대, 그리고 항공대뿐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역사가 깊은 동아리는 항공대 라퓨타로 1991년 창립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시 열기구 문화는 그 자체가 생소한 것이었다. 동아리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열기구 비행을 즐기던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현재 라퓨타가 소유한 기구는 2대, 교관의 기구까지 합해 모두 3대이다. 자체 열기구를 소유한 곳은 라퓨타가 유일하다. 다른 동아리들은 이벤트 회사나 항공협회에서 열기구를 빌려 사용하는 상황이다.
라퓨타를 찾아갔을 때는 1학기 종강총회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20여명 남짓한 학생들이 진지하게 총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총회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백승훈 회장(항공대 항공운항학과 03학번)을 만날 수 있었다.


열기구의 원리는 구피 내외의 밀도 차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열기구는 수평 동력이 없고 오직 수직 동력만 있다. 하늘에는 여러 가지 바람이 부는데 150m 이하는 지형의 영향으로 지역풍이 불고, 150m 이상에서는 일반풍이 분다. 지역풍이 바람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은 반면, 일반풍은 고도에 따라 일정한 바람이 분다.
“이륙 전에 이런 데이터를 가지고 비행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부는 바람을 찾아 다니는 거죠.”
열기구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풍선 부분인 구피(envelope), 공기를 데우기 위한 버너(burner), 사람이 타고 장비가 적재되는 바스켓(basket)이 있다. 한번 비행하는데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반정도의 시간이 걸리나 이것은 기상상황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아산에서 열린 대통령 배 대회에 나갔을 때죠, 첫 비행이었는데 비가 많이 와서 16분만에 내려온 적도 있습니다.”



라퓨타는 매년 SAGA에 참여한다. 세계 열기구 대회인 SAGA는 보통 80개 팀 정도가 참여해 다양한 종목으로 순위를 매긴다. 전년도 회장인 노진용 (항공우주기계과02학번) 군은 재작년에 일본에서 열린 SAGA에 참가하였다. 대회에는 목표지역에 빨리 다다르기, ‘미니멈 디스턴스’ 라고 해서 가장 적게 이동하기, 제자리에 착륙하기, 일정 고도에서 지표의 표적을 맞추기 등 다양한 종목이 있다. 국제 대회에서 라퓨타의 비행 수준은 중상위권 정도. 유럽이나 가까운 일본, 미국 등 열기구가 전통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나라들에 비하면 상당히 선전하고 있는 편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감동 그 자체 입니다.”
열기구는 3000m까지 비행이 가능한데 보통 1000-2000m정도의 하늘을 비행한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즐거움을 맛본 사람은 쉽게 헤어나지 못하죠. 특히 다른 항공기와 다르게 자연을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열기구는 항공기에선 맛볼 수 없는 창공의 바람을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강조하는 백승훈 회장의 얼굴엔 생기가 돌았다.


열기구만큼 지형과 기상의 영향을 받는 레포츠가 또 있을까? 열기구로 자유비행을 할 수 있는 국가에서 지정한 자유공역지역은 국내에 아산과 익산 그리고 제주도뿐이다. 특히 제주도는 바람이 강해서 비행이 가능한 날이 일년 중 손을 꼽을 정도라고.
“제주도로 열흘 정도 비행을 계획해서 간 적이 있는데 비가 와서 하루도 못 띄워보고 돌아온 적도 있습니다.”
산이 많은 국내 지형 탓이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봄, 여름에는 비행이 힘들다. 농작물이 자랄 시기라 추수가 끝나고 비행하는 게 관행이다.

올해 1학기는 라퓨타에게 어려운 시기였다. 항공대 패러글라이딩 동호회에서 작은 사고가 있었는데 그 여파로 항공관련 동아리 활동이 엄격한 통제를 받게 되었다. 한 학기 내내 장비 검열을 받아야 했고, 학교 내에서 하는 계류비행도 관제탑의 허가가 필요해진데다 지도교수 문제로 한동안 활동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라퓨타는 현재와 과거의 상실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 한다.
“지금까지는 열기구 조종사를 많이 배출하지 못했지만 기초부터 차곡차곡 배워 나간 회원들이 비행경험을 넓혀가고 있어, 조만간 국내 최대 열기구 모임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합니다.”



동명의 재패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는 몇 백년 전, 하늘 높은 곳 그 어딘가에 실재했다고 여겨진 ‘상상의 낙원’ 라퓨타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염원으로 시작하여 피날레 부분에 ‘뿌리를 대지에 내리고, 바람과 함께 살아가라. 씨로 겨울을 살찌우고, 새들로 봄을 노래하도록 하라.’ 는 말이 나온다. 하늘에 떠있는 성 ‘라퓨타’가 유지될 수 있는 근본적인 동력이 지상에 뿌리를 내려야만 하는 이그드라실(Igdrasil), 즉 거대한 나무라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결국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인 라퓨타는 파괴되고 주인공은 다시 지상으로 내려온다. 인간은 지상을 걸으며 하늘을 꿈꾸는 희망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1783년 몽골피에 형제가 열기구를 처음으로 날린 이후, 많은 기술이 개발되어 하늘을 날고픈 인간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더 거대하고 빠른 항공기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열기구에 대한 사람들의 묘한 끌림은 좀처럼 사그라지질 않는다. 지상의 라퓨타는 오늘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미래의 꿈과 하늘로의 희망을 동시에 사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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