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보다는 ‘대장’ 이 되고픈 CEO



김 사장은 93년 일본유학 당시부터 99년까지 400여 대의 노트북 사용기를 하이텔의 노트북 동호회에 게재했었다. 이를 본 담당자가 사용기들을 모아서 웹에서 서비스하는 게 좋겠다고 했고, 노트북만 하기엔 좀 그러니깐 다른 것도 하나 해보라고 해서 디카를 하게 되었다. 일본에서 디카를 보고 왠지 뜰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였다. 그리하여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인)는 99년 10월, 하이텔의 CP(Content provider)로 시작하여 2003년 3월에 투자를 받고 독립도메인을 얻어 비로소 dcinside.com을 사용하게 되었다.

99년부터 PC통신이 인터넷으로 옮겨갈 때 이미 국가 주도하의 인터넷 인프라 확충으로 하드웨어적 기반은 선진국 수준이었지만 그에 걸맞은 소프트웨어적 공간이 부족했다. PC통신 시절, 정치·시사에 관심이 많았던 논객들 일부는 딴지일보에 흡수되었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었던 얼리어댑터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이 때 마침 불기 시작한 디카 열풍에 맞물려 디인이 알려지게 되었고, 디지털매니아인 얼리어댑터들 역시 디카에 관심이 많았다. 디인의 서막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로 순탄한 여정을 거치며 사용자 수가 증가했다. 그러던 2002년 어느 날, 이용자의 급작스런 증가로 사이트가 마비되는 현상이 있었다. 몇 주간 사이트 이용이 힘들 정도로 느려졌던 것이다. “그때 돈을 더 썼어야 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라며 실수를 인정하는 김 사장. 하지만 이젠 하이텔, 하나포스, 동아닷컴, 야후와 제휴하여 인터넷 트래픽 부담을 많이 줄여 쾌적한 서핑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트래픽을 상당히 많이 잡아먹는 동영상 갤러리까지 제공하고 있다.


하루 페이지 뷰 200만, 순수 방문자 수 50만, 작년 매출액 90억, 순수익 3억이 디인의 성적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회원들의 로열티이다.”디인을 욕하면 ?d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다른 어떤 사이트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겠어요?” 김 사장의 한 마디에 자신감과 고마움이 묻어난다.

이런 로열티는 어디서 온 것일까? “빠른 피드백이 생명이죠” 라며 한 에피소드를 말 해주는 김 사장. 애완동물 사진을 올리는 애완동물 갤러리에 햄스터 사진을 주기적으로 올리는 유저가 있었는데 어느 날, 이구아나를 키우는 유저가 햄스터를 이구아나 먹이로 주는 사진을 올렸다. 그걸 본 햄스터 주인이 너무 혐오스러우니 파충류 갤러리를 따로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로 인해 애완동물 갤러리가 분류되었던 일이다. “저희는 기획회의를 따로 하지 않습니다. 직원 33명의 머리보다 이용자 50만 명의 머리가 좋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죠.” 이런 적극적인 피드백이 오늘날의 디인을 있게 한 힘이다.

아직까지 프레임 구조를 유지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디자이너 한 명, 프로그래머 고용하는데 드는 돈으로 디카 리뷰어를 한 명 더 고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라는 김사장의 대답. 거기에 덧붙여 “회원제를 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을 보고 리플 하나 달기 위해서 로그인해야 한다면 누가 리플을 달까요?”광고나 홍보, 디자인 개선, 등 외형적인 면보단 디카 리뷰, 강좌, 갤러리 확보, 사용자 편의 등 실질적인 면을 중시하는 김사장의 사업 철학이 묻어난다.

대학 전산과를 다니던 89년도에 PC통신을 시작하여 90년대 초, 하이텔 인기 유머 작가로 활동하며 큰 꿈을 안고 책을 출간했지만 쓴 잔을 마셔야 했다. 잡지 편집자, 인터뷰 기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PC통신을 통해 컴퓨터 용품을 팔기 시작하여 돈을 벌기 시작했다. 93년 일본에 국제경영학을 공부하러 유학을 갔을 때도 공부보다는 장사꾼 기질을 발휘하여 일본의 컴퓨터 제품을 국내에 파는 일을 했다. 일본에서 돌아와 하이텔 횡수동 활동을 하던 96년 여름엔 북한의 잠수함 침투 사건을 의심하는 글을 올렸다가 구속되기도 했지만 그는 철저한 사업가 마인드로 자신의 삶을 꾸려 왔다.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물음에 3가지가 있다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그.
“하고 난 뒤 후회할지 몰라도, 안 하고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짐짓 무서워서 물러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두 번째로 해외에 꼭 나가보세요. 비수기 해외여행, 술 몇 번 안마시면 갈 수 있습니다. 일본, 영국, 태국, 중국을 다녀왔었는데 그 한 곳 한 곳 마다 느낌이 달랐고 제가 작은 사람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어를 꼭 공부하세요. 취업 때도, 승진 때도 항상 걸립니다. 언젠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론 평생을 고생합니다.”

“어쨌든 망해도 손해 볼 건 없다” 는 말로 자신이 이 위치에 오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골프를 치는 사장보단 이용자들과 호흡하며 만두를 좋아하는 대장이 좋습니다.”는 김사장. 인터뷰 후 사진 촬영 동안 “원래 정장 잘 안 입는데… 잘 안 어울리죠?” 라며 웃음을 짓는 그에게서 구수한 사람향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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