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興)’을 통해 ‘통(通)’을 꿈꾸다.이안



2004년 5월 6일, 이안은 1집 앨범 <물고기 자리>를 들고 대중가수로 데뷔했다. 일명 ‘오나라송’으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던 그녀였지만, 세계를 돌아다니며 우리 음악을 알린 세 대학생들을 담았던, MBC 다큐멘터리 <아주 특별한 소리여행>의 ‘이동희’를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사람 또한 상당히 많다.

“저는 이제 대중음악을 하는 대중음악인이에요.” 국악이 아닌, 대중 음악. 국악 악기가 들어가고 우리 선율이 첨가된 ‘가요’라는 설명이다. 타이틀 곡인 오리엔탈 발라드 <물고기 자리>는 물론 <정인(情人)>과 <아리요>를 아낀다는 이안의 앨범에는 이수영의 ‘빚’을 작곡한 황규동, 조성모의 ‘To Heaven’을 작곡한 이경섭, ‘가을동화’의 배경음악을 작곡한 정진수 등의 내로라하는 작곡가들이 참여했다. 2년간을 준비해온 앨범 <물고기 자리>에서 이안은 “예상 일정을 3달 늦춰가며 마이클 잭슨이 앨범을 마스터링했던 일본의 Bernie Grundman Studio에서 마스터링을 완성하고, 자켓 촬영도 네 번을 다시 할 만큼” 음반의 완성도에 집착했다.

“이번 앨범의 경우에는, 그 접근 방식을 악기와 선율로 잡았어요. ‘대금이 이런 선율로, 이 부분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울리지 않으면 과감하게 빼기도 하며 많은 실험을 해봤죠.” 한꺼번에 국악을 기계적으로 접목시킨 것이 아니라, ‘숨은 그림 찾기’처럼 국악의 악기 · 선율 · 리듬을 숨겨 놓았다.


음악을 듣고, 그 감동에 울어본 적이 있는가? 사춘기 시절 주파수를 맞춰가며 듣던 라디오 심야 방송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에 감동하던 보통의 청소년들처럼, 이안은 사춘기 때 자신을 처절하도록 감동시켰던 음악이 국악이었다고 말한다. “궁중의식에 사용되었던 ‘수재천(壽齋天)’이라는 곡이나 전용택 해금 주자의 ‘노랫가락’을 듣고 있노라면,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흘렀어요.”

“상상을 통해서 그 감동을 더 키우곤 했어요. 상상 속에서 저는, 시조를 친구들과 읊고 있는 조선 선비도 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신분 차이에 절망하는 고려의 기녀가 될 수도 있는 거죠. 광활한 만주 벌판을 말을 타고 달리며 침입자와 싸우는 고구려 장수가 될 수도 있고, 평범한 농사꾼이 될 수도 있고요.”

조용히 눈을 감고 상상해 본다. ‘큰 배가 있다. 여러분은 선원이다. 모두가 함께 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를 젓자고 소리 내어 얘기한다.’
“어기~ 야~ 디여~차~ 어~ 기야~ 디야~ 어기~ 여차~ 뱃놀~ 이 가~ 잔다”
큰 눈으로 정면을 힘있게 응시하던 이안의 입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는 ‘뱃노래’ 가 흘러나왔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우리 소리만을 공부했던 이안은, 이번 앨범에서 리듬 앤 블루스 창법을 시도했다. “국악과 리듬 앤 블루스 창법은, 발성법과 호흡법부터 완전히 달라요. 국악에서는 아주 탁한 소리에서부터 극도로 고운 소리에까지, 목에서 나는 모든 소리를 포용하죠. 성대를 짓눌러서 굳은 살을 배게 하거든요. 피도 몇 번 토하고 다시 연습을 해서 강하게 만들죠. 리듬 앤 블루스 창법은 한 마디로 목을 ‘아끼는’ 것이고요. 아직은 완전히 익숙해지지는 않네요. 그래도 정말 열심히 했어요.(웃음)”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장구를 치다가 어느새 신명에 빠져 ‘흥겨운’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 음악은 한(恨)과 흥(興)으로 이루어진 문화거든요. 일제 시대 때에는 너무나 슬펐기에 한이 부각될 수 밖에 없었지만, 이 시대에 맞는 것은 흥이죠. 이제는 흥의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10년 동안 국내에서 가장 우수한 국악 교육을 받아 왔던 이안은, 지금 우리 소리의 대중성에 주목하고 있다. “민들레는 씨앗을 바람 따라 퍼트리고, 아스팔트를 뚫고 꽃을 피워낼 만큼 강인하거든요. 민들레 같은 가수가 되고 싶어요.” 이번 앨범, 이안은 최선을 다했다. 앨범에 삽입된 가야금 · 북 · 장구 · 꽹가리를 직접 연주했으며 를 직접 작사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애국가보다 더 많은 힘을 가졌다고 느꼈던 ‘아리랑’을 ‘쾌지나칭칭’과 접목하여 <아리요>로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하는 등 앞으로도 자신의 목소리를 점점 높여갈 생각이다.

“목소리에는 그 사람의 성격이 묻어난대요. 목소리 뿐만 아니라 제 음악에도 나름의 향기가 났으면 좋겠어요. ‘아, 그 사람은 이런 향을 썼었지’라는 식의 독특한 향을 내고 싶어요.”


“음악은 제 삶이에요. 음악 스타일이 바뀔 때마다 제 삶은 과도기를 겪죠. 지금은 대중가요를 하지만, 언젠가는 월드 뮤직을 할지도 모르죠. 배워야죠. 전 배울 게 너무 많아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거든요.” 이안은 언제나 그렇듯,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안은 유럽에서 ‘소리 여행’ 중 틈틈이 관객들에게 그녀가 펼쳐 보았던 음악과 공연에 대한 의견, 느낌에 대해 두 세 마디씩 질문을 던졌고, 그에 대한 답과 반응을 모두 기록했다.
여행기 <아주 특별한 소리여행> 또한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수집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수확의 일부였다.
앨범이 발매된 지금도, 이안은 사람들에게 질문한다. “어떤 곡이 제일 좋으세요? 이 부분은 어떠세요?” 라며 이안은 자신과 ‘통하였는지’ 묻고 있다.

무엇이라 대답하겠는가. 이안의 흥(興)을 느꼈는가? 이안과 통(通)하였는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