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담는 ‘시간’, 사진으로 담는 ‘삶’ _ 행복한 사진가 조선희와의 대화





  사진은 기록이다. 누구는 사진을 빛의
예술이라고 하고, 공간의 과학이라고도 하지만 사진은 그것 자체가 하나의 삶처럼 우리와 맞닿아 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고, 수많은 스튜디오에서 모델이 웃고 움직이며 셔터소리와 함께 순간이 포착된다. 그 동안
스튜디오 속의 사진가 영역은 우리와 동떨어진 공간이었다. 포토그래퍼가 찍는 사진은 카메라의 전문성으로 포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진을 찍는 것은 우리 생활 가까이로 다가오게 되었다. 최근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적 보급과도 관계가 있지만, 우리가 생활에서 항상 접하고 있는 광고, 신문, 잡지에 나오는 여러 가지 전문적 비쥬얼들은
그것 자체가 우리를 구성하고, 이끄는 하나의 요소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치 공기처럼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사진들
중에서 유난히 눈길을 끄는 사진이 있다. 거리의 벽을 도배한 원빈의 얼굴에서 베어
나오는 슬픔, 과장된 파마머리의 차태현의 앨범, 이정재와 송혜교의 광고 비주얼. 세련되고 감각적인 사진으로 상업사진을
하나의 예술장르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사진작가 조선희 씨다.
공기 중에 물방울이 떠돌
듯, 눅눅한 기운이 감도는 7월의 오후, 그녀의 작업실인 삼성동 ‘조아조아 스튜디오’
찾아갔다.

유명해졌다는 걸 잘 느끼지는 못해요. TV에 가끔 나오고, 여성 포토그래퍼이고,
목소리나 스타일이 독특하다 보니 많이 튀지 않았나 싶지. 글쎄 알려져서 좋긴 하지만 특별히 그것에 대한 소감은 없어.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것 정도? 아무래도 이름은 들어본 작가이다 보니 사람들이 일을 맡길 때 더 신뢰를 가지게
된다고 할까. 그런 거는 도움이 되지. 가끔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재미있기도 해요. 아, 편하게 말해도 되죠?

걸걸한 목소리, 밝게 염색한 머리, 자유로워 보이는 스타일과 작고 까만 얼굴을 가진 그녀는 굳이 그 동안의 같이 작업한
스타들을 거론하지 않아도 ‘조선희’라는 이름 하나로 스타성을 가지고 있다. 한 해에 수 백 명씩 쏟아져 나오는 사진학과
출신 포토그래퍼 사이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그녀가 살아남았다. 미술 전공도 아니고,
디자인 분야이긴 하지만 학교 다닐 때, 전공 디자인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졸업전시회에 출품하는 작품 대신 논문을
썼을 정도로) 그녀가 사진을 찍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선생님이 사진 서클 담당이었던 것에서 출발
한다.
대학 입학 후 들어간 흑백 사진 동아리 ‘연영회’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다 보니, 결국 대학 4년 째 졸업할 때, 그녀에게 남은 건 사진뿐이었다.

처음에는 유명한 사진작가가 된다거나, 꼭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 사진 찍는
것 자체가 좋아서 처음엔 한 달에 50만원만 벌 수 있으면 평생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그렇게 여러 군데
찾아 다니다가 김중만 선생님을 찾아가게 된 거야.

  물론 많지. 특히 테크닉 쪽으로
문제가 많아. 이건 평생 내가 사진을 하는 동안 가져야 할 짐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그건 내가 사진 전공을 한 작가들에게
가지는 자격지심만큼이나 사진전공자들도 어떤 틀이 있는 것 같아. 묶여있는 강박관념이랄까.
  1000%! 원래 그런 꿈이 없었으니까. 난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일을 하게 되고, 그 일을 하다 보니 더 큰 일을 하게 되고.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엔 하찮은 일부터 시작했는데, 그 땐 그것이 하찮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한
컷 찍기 위해, 멀리까지 가서 12시간씩 기다리고…

내가
처음 찍은 연예인이 개그맨 서경석이었는데, (원래는 당시 인기가수 K이었는데, 선배에게 일을 뺏겼다고.) 당시 지리를
잘 모르던 내가 몇 시간 진땀을 흘리며 달려가, 만난 시간은 겨우 5분이었어. 누구나 다 그렇게 시작하지. 그렇게 시작한
것도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 중요한 건 자신에게 주어진 그 일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일을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잘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 운도 있어야 하지만, 능력도 있어야 하고, 당연하지만 노력도 해야 하고.

사진계가 남성 위주로 흐르고 있는 시점에서 그녀가 여성 포토그래퍼로써 가지는 위치는 확고하다. 최근에 여성
포토그래퍼가 많이 생기긴 했지만 그녀가 처음 활동할 때만 해도 사진계에서 여성은 희귀했기 때문이다. 성공한
여성 포토그래퍼로써 가지는 특별함
에 대해 물었다.

남자가
보는 시각과 여자가 보는 시각은 확실히 다르지. 왜냐하면 남녀는 생각하는 구조부터가 다른 종족들이거든. 내가 남자가 아니기
때문에 남자 포토그래퍼들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모델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해. 나 같은 경우는 남자 모델을 찍는 게 더 편해. 남자에게 더 애정이 가서 그런가.(웃음) 이성에게 가지는 호기심이나
미묘한 어떤 감정, 그런 것들을 표현하기가 훨씬 좋은 것 같아.

  연예인 사진을 찍는 게 내 취향이라서가 아니라 요즘
광고계가 그렇게 돌아가기 때문이야. 내가 일을 처음 시작할 때, 광고에서 스타들을 쓰기 시작했고, 그래서 어쩌다 보니
연예인 사진을 많이 찍게 된 거지. 시대적 영향이랄까. 내가 연예인 사진만 찍는 사람은 아니거든. TV에 나올 때, 스타들
찍는 모습만 나오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 내가 그들을 찍고 싶거나, 꼭 그들이어서가 아니야.
  모델을 특별히 다루는 방법은 없는데… 모델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정도? 사진작가가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성격이라고 봐. 성격뿐 아니라 카리스마도 필요해. 2~30명의
스텝을 이끌고, 총괄하는, 촬영장 분위기를 한 가지에 집중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지.
  장나라 차태현, 안재욱, 정우성 등

중간에 전화벨이 울리고 그녀가 웃으며 통화하는 동안, 공사장 건물 지하에 만들어 놓은 작업실을 둘러봤다.
집게로 하나씩 매달아놓은 사진들과, 컴퓨터, 수많이 쌓여있는 잡지와 사진들.
시멘트와 전구불빛에 의존하고 있는 그 곳에서 그녀는 새로운 사진을 구상하고,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화를 끊고,
어시스트에게 커피를 부탁하고는 말을 이었다.

난 상업사진과 순수사진을
나누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모든 것이 한 맥락이거든. 엄밀히 말하면 난 상업사진 영역에서 일하지만, 돈 받고 찍은 사진이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하진 않아. 모든 게 내 작품이니까. 어떠한 분야에 특별히 애정이 가기보단 순간에 만족하고, 재미있게
하려는 편이지.

  내가 처음에 대학 사진 서클 전시회에 출품하기 위해
여행을 갔다가 역에서 기차를 수리하는 수리공 아저씨를 보았는데, 가슴이 턱 막히더라구. 그 장면이 너무 아름다운데, 노출이랑
포커스 조절을 하는데 미숙한 내가 그 순간을 놓쳐 버릴까봐 불안했거든. 사진을 찍는 순간, 셔터소리가 나는 순간, 그
때의 내 감정도 같이 찍힌 생각이 들었어. 그렇게 나는 감정이 담긴 사진을 찍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꼭 어떤 사진을
찍겠다가 아니라 그저 평생 사진을 찍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고.
  요즘 학생들은 너무 먼 곳만을 보는 것 같아. 처음
사진을 시작하면서 현재 성공한 사진작가만을 바라보니까 중간에 지쳐서 포기하게 되는 거지. 그보다는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내가 왜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가에 대해 마음의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어.

사진은 그녀에게 인생이자, 역사이다. ‘아직까지는’ 사진작업이 단순히 직업으로써가
아니라 마치 노는 것처럼 즐겁다는 그녀는 사진을 ‘기록’이나 ‘예술’이 아닌 생활로 보고 있다.
1시간 가량
얘기를 하고 “그럼 우리 사진 찍을까?”하며 앞 서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사진작가
조선희는 무엇보다도 사진을 특별히 찍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그 동안 보여주었던 그 스타일리시하고, 세련된
사진들은 트렌드함 외에도 더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사진들은 이미 대중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_박은 / 9기 학생기자
서강대학교 수학과

사진_심승규 / 9기 학생기자
연세대학교 재료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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