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만화, 마린블루스




어린 시절, ‘로봇 찌빠’ 를 보며 일찌감치 만화가의 길을 가리라 결정했던 조숙한 소년이
있었다. 훗날 고향인 포항 바닷가의 기억을 되살려 각종 해산물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 ‘해물들의 서울 상경기’를 그리게
된 소년. 그 이름에 조금 ‘jazzy(?)’ 한 느낌을 더하여 지금의 마린블루스를 탄생시킨 사람이 바로 작가 정철연
씨다.

“마린블루스가 사랑 받는 이유요? 평범한 이야기라 쉽게 공감하는 것 같아요.”

작가의 말처럼, 마린블루스가 가진 최대의 강점은 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즐거운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는 데 있다.

치킨 한 마리를 주문했는데 목 두 개, 다리 세 개가 들어있다.
성게 군, 치킨집에 전화를 건다

“이거 닭 한 마리 아니죠?”

먹을 거 갖고 사기 치지 않는다는 치킨집 주인 아저씨의 말에 목이 두 개, 다리가 세 개 달린 기이한 닭을
상상하는 만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리네 일상을 떠올리게 한다.

헤어진 애인의 흔적을 태우려고 갔다가 불만 쬐고 돌아오는 주인공의 모습은 읽는 사람 자신의 모습과 겹치며 마음
한 구석을 찡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일상성과 더불어 작가가 꼽는 마린블루스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등장인물들의 참신성.

작가의 분신인 주인공 성게 군을 비롯하여 성게 군의 영원한 친구 선인장 양, 군대에 간 쭈꾸미 군, 애교 넘치는
사장님 등의 캐릭터는 넘치는 개성과 현실적인 생동감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굵은 눈썹에 귀여운 분홍
별 모양이었다가 충격을 받으면 진지한 극화체로 변신해 폭소를 자아내는 불가사리 군은 이 캐릭터만을 위한 인터넷
카페가 개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작가는 어떻게 이러한 ‘살아 있는’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었을까?

“다른 인터넷 만화도 자주 보지만 참조하는 편은 아니에요. 등장 인물들은 조금 과장되기는
하지만 모두 실존 인물들이죠. 다 제 친구들을 바탕으로 그린 거에요. 물론 별 모양 머리에 대머리는 없지만. 아, 저도
성게 군처럼 머리가 크군요. ㅋㅋ ”

캐릭터들은 최근 다양하게 상품화되었고 일본 수출까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상태이다. 지나치게 상업화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많지만 작가는 담담하게 말한다.

“제가 만화가인지 캐릭터 디자이너인지 아직 모르겠어요. 만화가를 만나면 캐릭터 디자이너라고
하고 캐릭터 디자이너를 만나면 만화가라고 하지요. 크게 상관하지 않아요.”

하지만 귀엽기만 한 캐릭터의 모습과는 달리 사회 문제에 대한 작가의 확고한 생각이 반영될 때도 있다. 이라크
전쟁 반대나 병역 기피 문제에 대한 만화가 그것이다. 혹시 안티 집단에서 테러를 하거나 사이트가 해킹되는 것이 두렵지는
않을까?

“위협을 당한 적은 없구요, 가끔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장문의 메일이 오기는 해요.
살면서 누구나가 사회 이슈에 대해 무관심할 수는 없잖아요. 저도 마찬가지구요. 마린블루스가 ‘일기’ 이다 보니 그런 관심이
반영된 것뿐이에요.”

작가는 당분간 마린 블루스 캐릭터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한다. 캐릭터 상품 외에도 기획 중인 일이 많다고 하니
마린블루스 팬들은 기대해도 좋을 듯.

작가는 두 가지 소망을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첫 번째는 마린블루스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캐릭터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과 함께 살아 숨쉬는 캐릭터. 더 욕심을 부린다면 스누피처럼 오래오래 사랑 받는 캐릭터가 되었으면
해요.”

글_김연정 / 9기 학생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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