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그림 그리는 여자 오라니!

오라니 씨의 정식 직함은 헤나(Henna) 디자이너. 헤나는 식물에서 염료를 추출해 몸에 문양을 그리는 인도
전통 예술로, 곱게 간 헤나잎을 물에 개어 그리기 때문에 아프지도 않고, 3주쯤 후에 지워지기 때문에 문신에
비해 부담이 적다.

“홍대 앞 ‘헤너 디자인’에서 일할 때, 김민희, 이정현, 엄정화도 해줬어요.
내가 한국 연예인들을 잘 몰라서 그렇지, 정말 많았을 꺼야.”

미술을 전공해서 더욱 아름다운 헤나를 그리는 오라니 씨가 한국에, 그것도 고대 앞에 정착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그녀가 남편 조강국 씨를 처음 만난 건 92년. 지금의 남편 조강국 씨는 3개월간의 유럽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다가, 비행기가 경유하는 방콕에 잠시 머물게 됐다.
그는 익숙하지 않은 습한 더위를 피해 한 사원에 들어가게 됐고, 당시 고교생이던 오라니 씨를 만났다. 오라니
씨는 절의 풍경을 그리러 왔다가 땀 흘리는 조 씨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손짓으로 불러 콜라를 건네 주었다고
한다.

“운명이 아니었을까요?”

조 씨는 콜라를 건네주는 오라니 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도 못하는 그녀에게 내 마음이 가득 담긴 사랑의 편지를
쓰고 싶었어요.”

그 이후부터 그의 적극적인 애정 공세가 시작되었다. 아프리카, 유럽, 심지어는 베트남에 여행갈 때까지 태국을
경유하며 오라니 씨와 만날 기회를 만들었다.

조 씨의 지인이 태국에 여행사를 세울 결심을 하자, 오라니 씨를 현지 직원으로
적극 추천하는 등 연결고리를 하나씩 늘려갔다. 이후 오라니 씨가 여행사에서 근무하며 영어와 한국어를 많이 배워
언어 소통이 가능하게 됐고, 조 씨는 외국인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는 제주도가 고향이어서 어려움 없이 결혼을
생각할 수 있었다.

지난 98년, 어린 나이에 결혼한 오라니 씨는 한국에 와서 고생을 많이 했다. 종로의 조그만 한옥 월세방에서
4년 동안 살림을 꾸렸고, 카페 앞 자투리 공간의 가게를 위해 매일 수많은 물건을 옮겨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게가 문을 연 작년부터 낮 12시에서 밤 10시까지, 일요일도 격주로 쉬며 매일 문을 열었다는 그녀의 말에서
신비로움을 능가하는 생활력을 엿볼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가게 물건의 90%는 오라니 씨가 2~3달에
한번씩, 태국까지 가서 직접 사온 물건들이고, 귀걸이는 손님이 없을 때 가게 구석에서 부지런한 손놀림은 멈추지
않으며 만든 것이다.

그사이 오라니 씨는 한국사람이 되어갔다. 그녀의 특기는 해물전.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기가 막히죠”

라는 말은 그녀가 한국사람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 월드컵 이후, 태국까지 퍼진 한류를 따라 기회가 된다면 태국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싶다고.

요즘 오라니 씨는 걱정이 많다. 더부살이하는 카페의 사정으로 현재 위치를 떠나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처음
가게를 열 때 고대, 그것도 여학생 비율이 적은 이공대 옆에 위치했다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지금은
단골도 생기고 태국에서 온 고려대 교환 학생들도 종종 놀러 오는 소중한 공간이기에 아쉬움이 많다고. 그 와중에도
주 구매자인 인근거주 30-40대 주부, 점심시간에 들러 저렴한 귀걸이를 사가는 학생들, 홍대 앞에서 알던
단골들, 입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 때문에 그녀의 하루는 정신이 없다.

오라니 씨는 기자의 손에, 초콜릿색 잉크로 헤나를 즉석에서 그려줬다.
30분쯤 있다가 잉크가 말라 갈라질 때쯤 손을 닦았더니 은은한 주홍빛 꽃이 남았다. 오라니 씨의 향기 같은~.

글,사진_이원경 / 9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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