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 한국 NGO 찾아온 미국 코넬대학원 인류학과 에이미 리빈


 

오늘 인터뷰는 채식주의자인 에이미를 위해 한 상 가득 신선한 채소로 이루어진 점심을 대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제 먹은 비빔밥에 배탈이 나, 만 하루 꼬박 앓은 그녀를 앞에 두고, 우리만 갈비온반과 콩비지를 우적우적
먹고 말았다..
    “배 안 고파요~.” 자꾸 미안해 쳐다보는 우리에게, 손사래 치며 건넨 첫 마디.
영어 억양을 그대로 가진, 한국어는 누가 해도 귀엽다. 유창하게 말하지는 못해도, 대부분의 한국어를 듣고 이해할 수 있다는
그녀. 그녀는 미국 코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이다.
“원래는 중국의 NGO에 대해 연구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아직은 사회주의의 색깔이 진해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 중국에 가서 연구활동을 하는 건 어렵다고 주변에서 말해주었죠. 다른 나라들을 물색하던 중,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되었죠.”
그녀의 대학원 논문 주제는 ‘아시아의 NGO’였던 것. 수업 하나를 들으면 관련서적 서너 권은 너끈히 독파하고, 실천하는
액티비스트(activist)인 그녀 입장에서 보면, NGO 논문을 쓰려면, 직접 체험해야 하고, 그를 위해 머물 곳을
찾는 건 당연한 선택이었다. 한 학기가 지나도록 교재 하나 떼지 못하는 우리 대학생들에겐 이상하겠지만 말이다.
 
       
 


에이미와 한국과의 인연은 정말 우연이었다.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그녀가, 한국의 NGO를 찾아 자원봉사
희망 이메일을 보냈는데, 정말 우연히 한국 NGO 녹색연합에서 긍정적인 답을 얻어 냈으니 말이다.
 
    그렇게 2001년 5월, 그녀는 처음 한국 땅에 발을 딛었다. 벌써 3번째 방문. 그녀에게 한국은
오면 올수록 더 머물고 싶은 제2의 고향이 되었다. 지난 해 여름에는 연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까지 배웠을 정도다.
그녀가 일하는 곳은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한국 환경운동의 양대 산맥이다. 녹색연합에서 그녀가 하는 일은 주로
해외 NGO 활동과 관련된 문서를 번역을 한다. 또, 그린 코리아 리포트(Green Korea Report)라는 영문
뉴스레터의 기자로도 활동하며 세계의 NGO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언어는 문화다. 공문 한
장에도 그 뉘앙스를 포착하지 못해 많은 것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 같은 고급
인력들은 저임금인 NGO 상근자를 기피하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다행히 녹색연합에는 국제연대 담당자(이유진 간사)가
있지만 혼자서는 역부족. 지난 두 차례의 방문 때 회원들 집에서 숙식을 해결했던 에이미가, 이번엔 이유진 간사네 자취집에
얹혀(?) 살면서 그를 돕는다. 평일에는 자원봉사 활동을, 주말이 되면 설악산이나 제주도 등으로 여행을 떠나 한국의 아름다움을
물씬 느끼려고 노력한다. 지난 번엔 이유진 간사의 시골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NGO 활동을 해보았던 그녀는 한국의 NGO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미국은 하나의 주(州), 심지어
하나의 도시 안에서도 NGO끼리 교류가 없이 단독적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국의 NGO는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데도, 단체끼리 교류가 활발하고 결속력이 대단하다며 부러워 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땐 한국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NGO가 성립한 역사가 짧기 때문에 그만큼 활성화 되어 있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 같은 거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올 때마다 성장해 있는 NGO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매년 한국에 오게 되요. 무한한 성장 가능성, 그게 한국의
매력이죠.”
 
       
 


처음에 그녀는 미국 언론에서 보도되는 한국의 모습과 자신이 보고 느끼는 것과 차이가 심해 많이 혼란스러웠다.
시민들의 자율적인 의식에 의해 행해지는 ‘촛불의식’도 미국 언론에선 집단주의였고, 반미 감정 역시 한국민이
미국에 적대 감정을 갖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한국인들의 이기주의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직접 와보지 않은 미국인들은 언론을 통해서 한국을 판단하죠.
그래서 미국에 돌아갈 때마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한국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야기 해주면 그제서야 한국을 이해하고
수긍하더라구요.”

최근 그녀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국 대학생들의 힘을 느꼈다고 한다. 자신이 믿고 지지하는 후보를 결국
대통령에 당선까지 시키는 위력은 대학생들로부터 나온 것이란다. 실제로 연세 어학당 시절, 그녀가 만나본 대학생들은 대부분
‘건강’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어른들이 걱정하고 우려하는 모습보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당차게 주장하는 우리 대학생들을 보면서 한국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고 할 정도.
“하지만 한국의 대학생들이 세상을 좀더 넓게 봤으면 좋겠어요. 저처럼
해외로 봉사활동을 나가도 좋구요. 배낭여행도 유익하죠. 세상은 넓고 기회는 많으니까요.”

통역을 돕기로 했던 이유진 간사가 갑작스레 브라질로 출장 간단다.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리는 세계사회포럼(WSF)에 참석하러.
그래 그 준비에 엄청 바빠 에이미와 둘이 진행하게 된 인터뷰. 서로 엉뚱한 대답을 하며, ‘사오정’이 되기도 하면서 유쾌한
시간이 흘렀다. 어설픈 한국어로 맞장구 치는 에이미는 미소년 같다. 아마도 훤칠한 키와 하얀 피부 때문일까.
1월 말 개강하는 미국 학사 일정에 따라 미국으로 날아갔다 5월 말 시작되는 여름 방학에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인 에이미
리빈. 그때도 그녀는 봉사활동과 NGO 연구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바라보는 한국의 긍정적인 모습이 모쪼록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_김경미 / 8기 학생기자
전북대학교 과학교육학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