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팀 – 똑바로, 제대로, 말을 뱉어라

 
 

지난 11월 29일, 마지막 토너먼트의 주자들은 ‘사이버 공간, 성평등 실현의 장이다’라는 주제에 대해 각각
‘사이버 공간이 기회 평등의 장으로 성평등 실현에 도움을 준다’는 찬성 입장과, ‘오프라인 공간이 기회 평등의
장으로 성평등 실현에 도움을 준다’는 반대 입장에 서서 최후의 설전을 벌인 결과, 우승은 찬성팀에게 돌아갔다.
최근 토론대회의 부상으로 주어졌던 중국 연수에서 돌아온, 두 팀의 최후의 승자인 조선영(99), 엄경임(99),
노운(01) 씨를 만났다. 인터뷰는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개최된 토론대회의 우승자들답게 질펀하고도 왁자지껄하게
진행되었다.

토론대회는 먼저 서류심사부터 시작됐다. 사실 그녀들은 서류심사에서 통과할 거라는 확신조차 없었다고 겸손하게
말을 꺼냈다.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난 후 한 달 여에 걸친 대회는 토너먼트 형식을 취했다.
 
    매주 하나의
주제를 주고 제비뽑기를 한다. 여기에는 대회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데, 찬성과 반대의 입장 표명을 분명하게 하고, 사회자도
별도로 따로 뽑아서 진행했다. 자신의 입장과 다를 수도 있는 매번 새로운 주제를 다루는 토론대회는, 준비기간이 가장 힘들었다.
무엇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감이 더해져 힘들었다고.
1차 토론의 주제는 ‘외모도 경쟁력이 될 수 있다’였다. 하필, 찬성 쪽으로 제비가 뽑혀서 당황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더 유리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말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오히려 역이용했으니까. ‘외모’의
개념에 연연하지 않고 좀더 확대한 의미로 나가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드는 논리를 폈다. 국문학이 전공인 그녀들은, 사회과학적인
지식이 부족하지만, 그래서 주제를 특별한 선입견 없이 대할 수 있었으며 인문학적인 자신들의 마인드가 더욱 도움이 되었다고
이구동성 말했다.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휴머니즘’을 꼽았다. 토론과 휴머니즘, 언뜻 보기엔 전연 관계없을 것 같지만,
토론의 목적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바로 설득이라는 면에서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생각하는 휴머니즘이
기저에 깔린 토론이야말로 상대편뿐 아니라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토론은 말과 감정의 싸움이 아니라 논리의 싸움이에요, 그리고 나아가서 ‘발전적인 방향’까지 제시하는
것이 제대로 된 토론이라 할 수 있어요.”
엄경임(99) 양이 말하자 팀의 막내 노운 (01)양이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토론 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지식만을 이용한 단순한
말싸움으로 번지기 때문이죠. 토론이라는 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발전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거에요. 자신의 의견이
반박받았다고 감정적으로 대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고 봐요.”
그녀는 토론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남의 말을 제대로 잘 듣는 분석능력이라고 지적하자 조선영(99)
양도 찬성했다.
“토론은 결국 특정한 합일점을 향해서 나가야 해요. 최대한 객관적 자료를 이용하여 자기 주장을 확고히 하고,
상대방의 의견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상세히 설명해주면서 내 의견을 펼쳐 나가는 거죠. 따라서 토론에서는 순발력과 치고
나가는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해요”
토론대회 우승 이후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는 말에 그녀들은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말’로써 상대방의 마음을 바꾸는 있는 힘을 직접 체험해보면서, 그 부드러움 힘에 대해 느꼈다고. 그녀 개인들 입장에서라면,
단순히 말 뿐 아니라, 글쓰기 능력까지 함께 배양되었다는 사실이다. 매주 토론 주제를 정리하면서 A4 용지에 무수하게
썼던 것이 도움이 된 모양이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학교 대표로서, 또 이번 토론대회의 목적이었던
‘여성 리더의 자질 함양’의 의미를 몸소 체험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
이제 그녀들은 어떤 주제가 주어져도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공중파 텔레비전에서 하는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하겠단 우스개 소리까지 할 만큼. 그녀들은 조심스럽게 지적한다. 조금씩 토론문화를
제대로 만들어가는 많은 움직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똑바로! 제대로! 말을 뱉을 수 있는 그 날을 꿈꾸며…”
말이다.
 
       
 
       
 
 

글_조문주 / 8기 학생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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