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행 – 한국 외국어 대학교 중국어과 소모임

 
 
 
 
5월의 어느 화창한 날, 한국외국어대학교 용인캠퍼스로 향하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눈에 들어오는 푸르른 캠퍼스의 신록도 마음을 가뿐하게 해 주었지만 그보다 더 싱그러운 젊음을 만나기
위한 약속 때문이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저 멀리서 ‘만리행’ 친구들이 달려오는게 보였다. 유난히 그을린 얼굴 때문일까. 그들이 ‘만리행’
동지들이라는 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푸른 신록이 뿜어내는 그린빛 피톤치드처럼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신선한
에너지에 압도당하며 인터뷰는 시작됐다
 
 
    ‘行萬里路 讀萬卷書.’
만리를 가고, 만 권의 책을 읽는다는 의미에서 따온 이름 ‘만리행’은 중국을 사랑하고 배우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된
대학내 소모임이다. 현재 ‘만리행’ 의 책임대장을 맡고있는 임기환씨(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 4)는 자신을 시종일관 하나의
씨앗에 비유한다. ‘만리행’을 통해 중국사랑의 마음을 널리 퍼뜨릴 작은 씨앗 말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그 씨앗 덕분에 지금은 풍성한 열매가 하나 둘 세상을 향해 선보여지고 있다.

2000년도에 결성된 후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자전거로 중국 대장정을 다녀온 ‘만리행’ 친구들은 인터뷰를 하는 내내
‘죽을 각오’란 말을 습관처럼 내뱉었다.
그만큼 자전거로 중국을 여행한다는 것은 상당한 체력과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이었고 실제로도 자전거 여행당시 죽음을 가까이에서
느껴보기도 했기 때문이란다.

“작년에 처음 중국에 갔을 때였어요. 중국말도 서툴고 오랫동안 자전거 여행을 한 후라 상당히 지쳐 있었죠. 체력이
완전히 떨어져 기진맥진한 상태였는데, 어느 날인가는 선두에서 이름도 없는 산에 오르기 시작하라구요. 죽을 힘을 다해 쫓아갔죠.
그런데 자전거 체인을 고치다가 그만 일행들을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순간 사람 하나 없는 산에 혼자 내버려져 있는 나를
발견했죠. 누구한테 도움을 청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미칠 것처럼 막막하더라구요. 그때 처음으로 죽음을 떠올렸죠. ‘아.
이렇게도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구요.”

안기혁(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3학년)씨는 작년 중경에서 상해까지의 3,000Km 여행 중의 아찔한 기억을 이와 같이 상기했다.

때론 죽음과 직면하고 때론 거지꼴을 자청하면서 감행해온 ‘만리행’의 자전거 여행이 이번에 제 3차 원정을 맞이한다. 그들은
이번에 있을 광주에서 북경까지의 3차 원정을 위해 취재 당일날도 80km 를 달리는 혹독한 훈련을 잊지 않았다.

     
   
     
 
    요즘 한국에서 불고 있는 중국열풍에 대해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임기환 씨는 중국을 진심으로 사랑해야 중국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실제로 중국에 진출하고자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중 상당수가 맹목적인 동경 의식에 젖어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하려면 먼저 실제로
중국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아울러 치밀한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만리행’ 일원들이 중국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자전거 여행은 기존의 통조림식 패키지 여행이 아닌 자신들의 의지와
계획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여행을 꾸려나간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상해에서 홍콩까지의 연안지구를 코스로 돌지만,
몇몇 발달한 경제개발 지역을 제외하고는 중국 현지인과 접촉할 수 있는 자유분방한 여행형태를 고집한다고 한다.
현지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중국을 이해하고 사랑하려 한다는 ‘만리행’. 이것이 ‘만리행’을 더욱
특별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비결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루 100km 이상을 달리는 자전거 여행은 참가자 모두에게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주었다. 또한 고된
자전거 여행 끝에 온몸에 가해지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풀코스를 완주했을 때 느끼는 희열과 성취감은 가히 형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결국 너와 나, 우리의 행복이었다는 것을 그들은 깨달았단다.

이처럼 ‘만리행’의 목적은 특별한데 있지 않다. 자전거 여행을 통해 ‘우리’가 함께 행복해 지는 것. 이것이 ‘만리행’이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도착지인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건너뛰지 않으며 한 발, 한 발 땀흘리며 중국을 알아가고자 하는 그들의 정직한 열정이 달디단 열매로 맺어지기를
바래본다.

   
   
   
 

글_변혜숙 / 8기 학생기자
숙명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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