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수 – 타인의 입장에서,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인류학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전경수 교수는 자신의 전공과목인 인류학을, 시야를 넓혀주고
관점을 제공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내가 최고다’ 라는 나 중심의 사회에서 상대성, 즉 ‘타인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소외된 것들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것이 인류학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이유에서일까, 전경수 교수의 관심 영역은 상당히 독특하고 전방위적하다.
먼저 똥을 오물이 아니라 연료로 보는 환경학에서부터 가부장적인 부거제(夫居制)를 거부하는 가족주의에 이르기까지 – 그의
인류학은 손을 뻗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리고 그의 인류학은 지극히 생활중심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멀리 있는 학문의
모습이 아니고 말이다.

   
 
  지난 1992년 전경수 교수는 ‘똥이 자원이다’ 라는 책을 통해 그의 독특한
환경관과 인류학적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똥이 물과 만나면 환경에 치명적이지만 똥을 모아 발생하는 가스를 연료로 이용하고
잔여물은 퇴비로 이용하면 환경을 구하고 연료고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였다.

전교수는 쓰레기 재활용이라는 소극적 환경정책은 이미 상처입을 대로 상처입은 자연에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그의 똥철학은 그로 하여금 압구정동의 아파트를 팔고 서울외곽의 허름한 집으로 이사하는 결단을 내리게 했다. 이사간 집에서
똥을 모으기 위해 마당에 구덩이까지 팠지만 냄새가 퍼져 나갈 수밖에 없는 낮은 담들과 이웃들의 반대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교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조만간 더 시골로 이사가 똥을 모을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어 그의 똥철학을
실천하겠다고 한다.

     
 
    또 하나, 전교수의 주장은 바로 ‘처거제’로 사회균형을 잡자는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가족구조는 부계혈통과 부거제를 기초로 하고 있다. 아버지의 성을 물려받으면서 가계를 계승해 가는 것은
부계혈통의 단적인 예이고 여자는 죽어서 남자집의 귀신이 된다 는 말 속에서는 뿌리깊은 부거제를 발견할 수 있다.

17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조선사회는 부계혈통과 함께 처거제 중심으로 된 가족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16세기 임진왜란과
연이은 병자호란으로 조선사회는 피폐해져 사회는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된다. 전쟁으로 무너진 사회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성리학자들은
강력한 남성중심 체제를 만들었고 이것이 지금의 부계혈통제와 부거제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전경수 교수는 이러한 부계혈통과 부거제가 현재 한국사회의 균형을 깨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의 무게중심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17세기 이전의 처거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사회를 유지시키는 원동력이 여성의 출산인 만큼 출산권으로 여성의 권리를 당당히
찾으라는 것 또한 전경수 교수의 주장이다. 출산휴가나 임금문제와 같은 작은 사안을 문제삼는 것으로는 사회변화를 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호주제 문제 역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세력들과 여성의 싸움이라고 전
교수는 말한다. 현재 그는 재산을 아내와 함께 공동명의로 해 놓았다. 하지만 평등하고자 하는 그의 의도와는 달리 재산세을
이중으로 내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고 한다. 현재 한국사회의 시스템 자체가 여성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여기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전경수 교수는 더 강력히 출산거부운동을 지지한다.
똥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시골로 이사를 하고, 처가살이를 하며 처거제를 몸소 실천하고, 아내와의 재산 공동명의로 호주제를
깨뜨려 보고자 하는 전교수를 보면, 그의 지식은 이미 소유의 선을 넘어 공유의 영역으로 퍼져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것이
생활 속에서 발화되는 진정한 학문의 모습이라는 전교수의 말처럼 말이다.
     
   
   

글_김나령 / 8기 학생기자
부산대학교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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