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암흑과 별빛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청년 ‘고영웅’



    기자: 여행사에서 고영웅 씨에게 패키지 팀을 맡기는 것이 위험한 일 아니었나요? 고영웅 씨는 한번도 유럽에 가본 적이 없었잖아요.
영웅: 그렇죠. 그런데 그때 한참 여행사 경기가 안 좋았고, 여행사 쪽에서 제게 믿음이 있었나 봐요. 한마디로 여러 가지가 잘 맞아떨어진 거죠. ^^ 실수 안하고 임무 완수하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유럽 떠나기 전 일주일 간은 거의 불면증에 걸려가면서 공부를 했어요. 유럽이 초행길이다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낯선 것들 뿐이었거든요.
기자: 그래서 무사히 다녀왔나요?
영웅: 팀이 숙소에 짐을 풀고 잠을 잘 때 저는 다음날 관광예정지인 유럽 시내를 샅샅이 돌아다녔어요. 밤을 새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지금은 서울보다 유럽 지리에 더 밝아요.

이렇게 시작한 T/C 활동이 올해로 7년째. 그렇다면 그가 본격적으로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기자: ‘세계로 가는 기차’ 13대 회장을 했다고 들었어요.
영웅: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가입한 연합 동아리인데, 동아리 가입 후 여행에 대한 포부가 훨씬 커졌어요. 그전에는 막연히 세계지도를 바라보며 여행을 꿈꾸었다면 동아리를 통해 적극적으로 여행을 하게 된 거죠. 지금도 동아리 친구들과 가끔 여행을 다니곤 하는데 ‘세계로 가는 기차’는 제 대학생활의 모든 것이라 할 만큼 큰 애착을 갖고 있답니다.
기자: ‘세계로 가는 기차’가 다른 여행동아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영웅: 한마디로 ‘한국을 알고 나가자’라는 거죠. 해외여행을
나가는 대학생은 많지만 막상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혹시 우리나라
세계문화유산이 뭔지 아세요?
기자: …… ^^;;
영웅: 대학생들이 해외에 나갔을 때 당당히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문화사절단의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해요. 실제로 여행을 하다 보면 한국에 대해 궁금해 하거나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꽤 있거든요. 그럴 때를 준비해 동아리에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홈페이지 주소를 공유하거나 간단한 지식들을 공부하고 있어요.

그러나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대학생이라 할지라도 여행을 계속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방학 때마다 해외로
나가 소식이 없는 아들이 부모님에겐 항상 걱정거리요 근심거리였다. 하지만 아들이 좋아하는 일이 ‘여행’임을 알게 된 부모님도
열렬한 후원자가 되셨다

 
 
    기자: T/C를 평생 직업으로 생각하나요?
영웅: 사실 오늘도 그 생각을 했어요. 이제 졸업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인가 하는 고민 같은 거 말이에요. 근데 놀라운 건 7년 동안 T/C 일을 해오면서 단 한번도 전문 T/C가 되어보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사실 T/C 일을 하고 있는 지금도 T/C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다행히도 지금까지 수많은 우연과 행운이 따라주었고, 덕분에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해올 수 있었지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면 좋겠지만 결혼도 해야 하고 가정을 꾸려야 하잖아요. ^^;; 남들처럼 평범하게 학교 졸업하고 직장을 가질 계획이에요. 그전에 전공을 살려서 조금 더 공부하고 싶구요. 이를테면 유학이요.
기자: 결국 또 외국에 나가게 되겠네요. ^^
영웅: 어! 그러네요? ^-^
 
 
    영웅: 만약 제게 1달이 주어진다면요…
기자: ??
영웅: 첫째, 한 달 동안 ‘살고 싶은 곳’은 ‘영국’ 이에요. 지금까지 스무 번도 넘게 다녀온 유럽 중 ‘영국’에 가장 많은 애착을 느껴요. 안개 낀 도시 분위기도 그렇고 그곳 사람들은 항상 바쁘거든요. 영국시내 한복판에 서있으면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서있단 생각이 들곤 해요. 금융의 중심지이자 높은 물가로 유명한 곳, 매력있지 않나요? ^^
두번째, 한 달 동안 ‘휴가를 보내고 싶은 곳’은 ‘스위스’예요. 아름다운 자연경치와 항상 여유롭고 미소를 머금고있는 스위스 사람들을 보면 제 마음까지 여유로워지거든요. 매번 스위스를 여행할 때마다 느끼는 건 이렇게 좋은 곳에 부모님과 함께 오지 못했단 거에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부모님과 스위스에 함께 가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한 달 동안 ‘여행을 하고싶은 곳’은 ‘스페인’ 이에요. 스페인 사람들은 한국인과 매우 비슷해요. 여럿이 모이면 시끄럽고 술 좋아하고 노래 좋아하고. 스페인에 있으면 항상 재미있는 사건들이 일어나요. 남미의 다혈질적인 문화도 그렇고 액티비티한 일들이 넘실거리는 곳이죠.

고영웅 군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나름대로의 여행철학이 느껴졌다. 삶은 물론 여행에도 100人 100色의 스타일이 있는 법. 갑자기 영웅군의 여행스타일이 궁금해졌다.
기자: 저는 여행할 때 다소 느슨한 편이에요. 6개월간 인도에 머물면서도 ‘타지마할’을 보지 못했거든요. ^^;;
영웅: 제 경우엔 바쁘게 움직이다가 ‘이곳이다!’ 싶은 곳에 여러 날 머물러요. 여행할 때 계획을 짜놓고 거기에 맞추기 보다는 여행하면서 사귄 친구들을 만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거든요. 그리고 음식이나 음악이 나에게 맞는 것이 있듯이 여행지도 그런 것 같아요. 정말 마음에 쏙 들고 맘이 편한 그런 곳이 있거든요. 그런 곳이라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좋아요. 그냥 머물면서 책 읽고 사색하고 그게 전부죠. 그 순간 순간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기자: ‘이곳이다!’ 싶은 느낌이 오는 그런 장소가 있었나요?
영웅: 인도의 ‘고아’ 가 그랬구요, 이번 겨울에 여행한
모로코의 ‘사막’이 그랬어요. 아틀라스 산맥 너머에 있는 서사하라 사막이었는데 제가 가지고 간 돈을 모두 털어서 사막여행을
했어요. 사막여행은 아주 오래 전부터 머리 속으로만 상상하던 여행이었거든요.
사막여행 첫날밤, 텐트를 치고 자다가 잠깐 밖으로 나왔는데 정말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어요. 온 천지가 암흑인데 하늘을 보니 금새라도 쏟아질 것 같은 수없이 많은 별들이 떠있는 거예요. 제가 별자리를 하나도 모르는데 별들이 어찌나 또렷하고 크던지 모든 별자리들이 다 보이더라구요. 그 순간 얼마나 황홀하던지 별천지란 말이 여기서 나왔구나 싶더라구요. 그날 밤을 보낸 후 이번 겨울여행은 끝이 났어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거든요. 비록 그때 돈을 다 써버려 사막여행 이후 몇 일간 건빵과 물만 먹어야 했지만요. ㅋㅋ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한참 달콤한 추억에 잠겨있는 그에게 ‘여행’의 의미에 대해 물어보았다.
기자: 도피성 또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많은 대학생들이 여행을 하고 있어요. 여행의 의미란 뭐라고 생각하나요?
영웅: 여행은 다이아몬드보다 비싼 가치를 낼 때도 있고, 때론 시간과 돈 낭비일 수도 있어요. 여행 가서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구경을 하고 좋은 생각을 하게 되면 그걸 어떻게 값에 비유할 수 있겠어요. 도저히 따질 수 없는 어마어마한 가치죠. 그러나 힘들고 불쾌했던 기억 또는 사람들과의 트러블로 인해 떠올리기조차 싫은 기억이 있다면 여행을 가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되죠. 여행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치란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로 무한대인 것 같아요.
기자: 그럼 플러스 무한대로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팁 하나만 주시겠어요?
영웅: 긍정적인 생각 그리고 열린 마음. 이게 다에요. ^^
기자: 마지막으로,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는 어딘가요?
영웅: 신혼여행이요! ^^ 장소는 아무데나!

모로코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여행의 여독이 남아 있는 약간은 피곤한 모습. 하지만 할 일이 태산이라며 오늘도 작업실에서 컴퓨터를 바쁘게 두드리는 모습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뛰고 있는 아름다운 청년 ‘고영웅’군의 모습을 보았다.

 
 
 

글_변혜숙 / 8기 학생기자
숙명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부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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