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박물관 – 시간과 정성으로 빚은 전통주의 향기 속에서

 
 
   
 
여러
종류의 박물관 이름은 들어봤지만, ‘술박물관’에 대해 들어본 적은 별로 없다. 지난 6월 9일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술박물관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고자 하는 의도로 전주시와 전통문화사랑모임이 합작으로 설립하였는데,
공예품전시장,
  한옥생활체험관, 한의학박물관(2003년 완공 예정)
등과 함께 전주 전통문화특구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크게 술을 빚는 과정을 재현하는 양화당(釀和堂)과 향음주례(鄕飮酒禮)를
치루는 제기, 그리고 전통주들이 전시된 계영원(誡盈院)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주를 알리려는 의도가 담긴 만큼 박물관에는
과하주, 이강주, 송화백일주, 대통주, 문배주, 신선주 등이 전시되어 있고,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그 중 일부의 술 담그는
과정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매달 1,3주 토요일 오후 3시는 우리술빚기, 2,4주는 우리술 시음회가 있다고 하니 참조하면
좋을 듯 하다.

기존의 박물관이 전시 기능에 충실한 것과는 달리 술박물관은 일반 대중들에게 우리 술에 대한 제조과정 및 술을 마시는 예절을
전수하는 향음주례(鄕飮酒禮)를 중시하여 우리 것, 전통적인 것을 알리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다음 관장은 이야기한다.
그는 상업성으로 인해 변질된 폭탄주, 신입생환영회 같은 왜곡된 술문화 속에서 존경과 겸양, 절제가 바탕이 된 전통적인
술문화를 다시 되새겨보고 현대 생활양식에 맞게 변화시켜, 우리 생활에 적용시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술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인(匠人)들의 정신을 생각해 본다면 결코 비뚤어진 술문화가 이 땅에 존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신다.

   
 
   
  양화당(釀和堂)에는 술 주조과정에 필요한 고소리, 술춘, 되아홉,
체다리, 주걱, 놋자, 술항아리, 멧돌 등 여러 가지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다음 관장은 모든 도구들이 다 제각기 기능을
가지고 있기에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제작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소리에 특히 애착이 간다고 한다. ‘고소리’는
청주를 불에 끓였을 때 그 수증기가 냉각기를 통해 소주로 만들어지는 역할을 하는 도구이다. 전주술박물관에서는 여러 가지
전통주를 담그지만 그중에서도 과하주(過夏酒)를 가장 많이 만든다고 한다. 인삼, 대나무잎, 찹쌀, 술잎, 밤, 녹두,
메주 등이 첨가된 과하주는 술밥을 만드는 과정부터 술을 얻기까지 약 16단계를 거치게 되며, 그 과정은 많은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다음 관장은 우리나라의 전통술에 대한 인식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이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부터라고 말한다. ’88 올림픽 당시 외신기자들은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이
무엇이냐고 주의 깊게 물었고, 이어 술에 대한 질문을 했던 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전통술에 대한 관심을 갖게
만들어 준 계기란다.
  또한 최근 개최한 2002 월드컵에서 전통술에 대한 관심은 그
절정을 이루게 된 것 같다고 한다.
전통주를 만드는 과정은 상업화된 맥주나 양주를 만드는 과정과는 달리 무척 복잡하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가격경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리 것으로 만든 만큼 우리 몸에 잘 맞고, 만드는
이의 정성이 들어가 있는 만큼 우리의 전통술은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먼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전통주에
대한 관심으로 전통주 붐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고 동시에 전통술 제조업자들도 소비자들에게 전통주를 보급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만 전통술이 더욱 대중적으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음 관장은 말한다.
박물관을 개관한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시청
직원들과의 의견조율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처음에는 와인이나 위스키같은 세계적인 술들을 전시하고, 영상자료를 준비하여 관람객들에게
술이라는 소재를 보여주려고 했으나, 다음 관장을 비롯한 문화계의 여러 인사들의 강한 반발로 그 계획은 변경되었다고 한다.
또한 지금도 박물관 운영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의견 조율이 완전히 마무리되지는 않아서 운영하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그러나 우리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아 술의 제조과정을 관찰하고, 술을 음미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면 머리 속을 짓누르는 그런 여러 가지 문제들은 말끔히 사라져 버린다고 다음 관장은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2003년에는 박물관 내의 체험관과 교육관을 분리할 예정이며, 전주시의 협조를 받아 술저장고를 따로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술 쵸콜릿’, ‘술 익는 소리가 담긴 CD’ 등 여러 가지 기획상품을 계획하고 있는 중이라고. 올 겨울부터는
교육청과 전주지역 고등학교의 협조를 받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향음주례(鄕飮酒禮)를 가르칠 예정이다. 전통문화를 일찍
체험함으로 인해 오히려 우리의 것을 알게 되고 올바른 음주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일조하기 위함이다.

‘잔이 넘치는 것을 경계한다’는 뜻을 가진 계영배(誡盈盃).
다음 관장이 젊은이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다. 술이라는 것도 일종의 문화 가운데 하나인데, 한국에서는
음주 문화가 너무도 상업성에 찌들어 있어 좋은 뜻을 지키려는 여러 사람들이 도리어 피해를 입고 있다. 절제의
미덕을 가지고 술을 대하면 방종이 아닌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며, 자신의 인격수양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점점 쇠퇴해가고 있는 우리 것을 지키려고 다 같이 노력한다면, 시간과
노력으로 빚어진 술이 우리에게
  절제와 겸양을 가르쳐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술로부터 되살아
나는 전통문화가 다른 영역까지 확장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함께 가져 본다.
 

글_이재홍 / 8기 학생기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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