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영화제 – 소리를 보고, 그림을 듣는

 
 
   
 
이 영화제는 단순히 영화를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길거리 공연, 운동회, 나들이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부대행사와 ‘장애인의 영화관람 기법
도입을 위한 세미나’도 함께 개최해, 한층 더 발전된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된 뜻 깊은 행사로 평가되고
있다.
  영화제가 열리는 영화관 내부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골도 기기. 이 기계는 귀로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에게 귀 뒤의 뼈의 울림을 통해,
뇌에 소리의 진동을 전달해 사운드를 즐길 수 있게 고안한 장비다. 이 기기도 약간의 청력이 있을 때에나 사용가능한 것이기에,
이 기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각장애자들을 위해서 한국 영화에 자막을 넣는 등 눈으로 읽을 수 있는 다양한 배려를 했다.
또한 시각장애자를 위한 안내방송을 실시해, 헤드폰을 끼고 영화의 소리를 즐기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별도의 화면 설명을
해주었다. 단순히 대사만 듣는 게 아니라, 화면의 구성까지 설명해주어 영화 보는 재미를 배가 시켜주었다. 20명 남짓한
장애인 어린이들을 인솔하고 온 서울 명수학교(정신지체특수학교) 박철민 선생님.

모처럼의 현장학습에 선생님도 아이들도 다들 들뜬 분위기다.
“학교에서 현장 학습의 일환으로 극장에 가긴 하지만 언제나 마음이 불편했었습니다. 오늘은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한결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었어요”라며, 이런 영화제자 자주 있으면 좋겠는데 일년에 한 번뿐이라는
것이 아쉽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이번 영화제를 더욱 뜻 깊게 했던 것은 자원봉사자들. 영화관 곳곳에
배치된 자원봉사 인력들은 영화관에 오기가 망설여지던 많은 장애자들이 편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한 사람, 박영권 씨(26). 한눈에도 몸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그는 장애인이었지만, 그는 지난해
영화제때부터 자원봉사 활동을 해오고 있다. “2회 때부터 자원봉사를 했으니, 저 베테랑이죠?”라는
은근한(?) 자랑과 함께, 일은 힘들지만 재미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여느 자원봉사자와 다르지 않게 열심히 메인 데스크에 앉아, 팸플릿을
나누어주고 관람객을 통솔하는 모습에서 장애인 영화제의 모토 중 하나인 ‘비장애인들과 장애인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환경 조성’이 가능하리란 희망을 갖게 된다.
 
   
    ‘장애인 영화제’의 팸플릿은 여느 영화제 것과는 다르다. 울퉁불퉁한
점자로 된 팸플릿을 만져보면서, 조금만 신경 쓰면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함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까지 영화를 개봉관이나 영화관에서 즐길 수 있는 대상은 비장애인에 한정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이 큰 불편 없이 함께 영화나 그 밖의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꾸준히 할 수만 있다면, 특별히 ‘장애인 영화제’를 따로 마련할 필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그나마 이러한 영화제가 마련되고 나서야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진정 구현해야
할 것은, 장애인을 위한 특별 영화제가 아니라 일반인이 즐기는 영화제에 장애인들의 자리를 함께 마련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은 장애인 영화제에 참여한 사람들에게서도 찾을 수 있었다. 장애인 영화제를 기획하고 준비한 사람들, 관객의 입장으로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영화제를 더욱 뜻 깊게 해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홍보하는 데 정말 어려움이 많더군요…”
영화제 기획에 처음 참가한 박윤수 씨(29)는 장애인 영화제 홍보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인터뷰의 말문을 열었다. 기존의
언론 매체들에 좀 더 많은 홍보를 하려고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고… 아직까지 장애인에 대한
언론의 시각이 지극히 소극적인 것을 실감했노라고 한다. 애써 홍보를 해도, 신문 한 귀퉁이에 단신으로 처리되는 기사를
볼 때마다 한계를 느꼈다면서, 장애인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별일 아닌 평범한 일상이지만, 장애인들에겐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평생 한번도 영화를 보지 못했다는
장애인들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 영화제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영화제의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인든
모두가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의 마련이 이 영화제의 기획의도라 했다. 더 많은 홍보와 일반인들의 관심이
이후로 계속될 영화제들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자원봉사자와 열심히 수화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김영근 씨(25). 처음으로 장애인 영화제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번 영화제 기간동안 보고 싶었던 한국 영화를 집중적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는 그는, 평소에 자막이 있는 외국
영화는 영화관에 자주 가서 볼 수 있었지만 한국 영화는 자막이 없기에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없었다며, 이번
영화제에 대해 큰 만족감을 보였다. 컴퓨터 홈페이지를 통해 영화제를 알게 되었는데, 좀 더 많은 홍보가 행해졌다면,
한국 영화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자기와 같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리고
조금만 배려하면, 청각장애인들도 일반 영화관에서 비장애인들과 영화를 함께 즐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비판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재학중인 오인정 씨(23). 전공에 관련된 다양한 자원봉사를 해온 베테랑 자원봉사자다.
수화통역봉사와 영화관람을 돕는 기계대여 파트에서 봉사를 하고 이는 그는 한국농아인협회에서 실습을 하던 중,
영화제 개최를 알게 되어 지원하게 된 것이라고.
“기계를 대여해서, 재미 있게 영화를 보고 나오는 장애인들의 환한 얼굴에서 보람을 느껴요.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것을 몸소 느끼는 보람이 이런 것이겠죠”라는 소감에서, 칸느, 베르린 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도 결코 느낄 수 없는 ‘장애인 영화제’만의 아름다운 개최 의미를 읽어낼 수 있었다.
 

글_조문주 / 8기 학생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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