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주 – 일본문학의 향기를 전하는 마이더스의 손

 
 
   
 
    황폐한 우리의 가슴에 새로운 빗줄기처럼 다가온
일본 현대문학. 가랑비처럼 젖어들던 일본문학의 향기는, 급기야 ‘트렌드(trend)’라는 폭우로 우리에게 많은 비를 뿌렸다.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유미리…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때마다, 항상 그들의 이름과
같이 소개되는 이름이 있다. 우리 가슴에 일본현대문학의 향기를 온전히 전해주는 마이더스의 손, 일본문학번역가 김난주 씨가
바로 그다.
 
    김난주
씨가 번역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중 한 구절이다.

20대의 다리를 건너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 구절에서와 같은 느낌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압도적인 무언가가 알 수
없는 어디로부터 나를 옥죄어 오는듯한 느낌, 그 앞에 무력하기만 한 자신의 모습, 오리무중처럼 알 수 없고 보이지 않는
미래… 이러한 방황의 20대를 걸어가다 우연히 만난 일본 현대문학 소설 속의 구절들은, 우리에게 짙은 공감과 약간의 안도감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일본 문학을 통해 이러한 감정들을 느꼈던 것과 마찬가지로, 김난주 씨가 하루키의 책을 접한 시기가 혼란스럽고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상황에 처해있던 1991년경, 즉 일본유학중에서 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하지만 비범한 사람은 문학이 주는 안도감에
안주하지 않는 법!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란 작품을 다 읽은 그는, ‘이 정도의 수준의 작가와
작품이라면, 내가 번역할 만 하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번역가 김난주’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일본현대문학 번역가 김난주를 존재하게 했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김난주 씨는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한마디로 상당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입니다. 거대한
시대적 흐름에서 비켜나는 에너지의 소유자라고 말할 수 있겠죠. 하루키는 자신의 수필에서도 많이 쓰고 있듯 ‘대학 졸업→취직’이라는
일본의 관성화된 사회 흐름에서 한걸음 비켜나,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일을 찾기 위해 재즈바를 운영하면서 글을 써 온 작가입니다.
일본의 거대한 사회적 흐름에서 비켜날 수 있는 에너지는 분명 아무나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그런 흐름을 비켜나는 하루키의 정서를,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김난주 씨 또한 엄청난 에너지를 공유하고 있는듯한
생각이 들었다. 사회의 흐름에 매몰된 채 무언가 공허한 마음만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나라 대학생들… 동일한 상황을 거쳐왔지만,
처음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왔고, 그 속에서 언제나 보람을 찾는다는 김난주 씨의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대작가의 글을 앞에 두고 ‘이 정도는 되어야 내가 할 만하지’라고 말할 수 있는 그 당찬 ‘자신감’,
‘자신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일본 현대문학 전문번역가 김난주 씨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김난주 씨의 활발한 번역은 일본문학이 우리에게 많은 공감을 얻고 국내에서 인기를 누리게 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급속한 일본문화의 유입과 확대에 관해 경계의 눈길과 걱정의 말을 건네는 사람들도 많다. 아직도 일본문화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우리나라 현실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난주 씨는 좀 다른 시각으로 이런 현상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나라 문화가 일본문화를 따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지금은 모두 근본적으로 서구문화(즉, 생활의 편리)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외견상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죠….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시대적, 이념적 배경 때문에 문화적 측면이 많이 소외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90년대 들어서는 기존 국내 작가들이
새로운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문단에 얼마간의 공백기가 생기기까지 했죠. 때마침 개방된 일본 문학이 그 공백을
메우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구요.”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토양을 비교하면서 이야기해주는 가운데, 그는 한국의 문화예술계가 사회적 흐름에 빠르게 반응하는 기민성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해 주었다. 일본과의 사회-문화적 현상을 비교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한국과 일본의 대학생 문화에
대한 비교도 부탁드렸다. 재미있는 분석과 이야기가 다시 이어질 것이라는 기자의 기대와는 달리, 김난주 씨는 대학생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일본은 일찍부터 체계적으로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정책적으로 면학 분위기를
형성시켰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일본의 상아탑 내에는 공부하는 풍토가 확실하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 풍토 속에서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들을 볼 때, 비로소 일본이란 나라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죠. 그에 비해 한국의 대학생들은 너무 공부를 안
해서 걱정스럽습니다.”

단적으로, 김난주 씨는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수강 목적이 ‘자기 전공에 대한 이해’가 아닌 ‘단순히 학점을 잘
받는 것’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된 현실을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공부를
단순한 수단 정도로 여기는 학생들에게 우려를 표명했다. 그리고 값진 충고의 말을 잊지 않았다.

“저는 ‘내 나이 서른에 철들었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만큼 젊은
시기는 어디로 가게 될지 알 수 없는 시기이죠. 하지만 이 때에도 꼭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지 열심히
하고, ‘자신에 대한 의식’이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지도 높은 ‘유명’ 번역가이지만, 너무나 솔직한 모습과 우리 주변의 일상에 대해 지니고 있는 따뜻하고 소박한 시선은
오늘의 인터뷰를 참 인상적인 만남으로 기억하게 했다. 아마도 이러한 그의 성정이 그가 번역한 작품들 속에 섬세하게 그대로
녹아, 일본 현대문학을 접하는 우리의 가슴에 ‘공감’과 ‘위안’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닐지…

     
   
     
   
 
  1. 번역은 ‘문화’를 받아들이고 내보내는 것이다.
모든 문화에 대한 관심을 열어두자.(물론 더 좋은 번역가가 되려면, 각국의 문화에 대한 소양도 갖추어야 한다.)
 
  2. 외국어는 기본! 여기 더해서 모국어에 대한 ‘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3. 많은 계층이 공유할 수 있는 언어를 갈고 닦아야
한다. 번역은 실생활에 쓰이는 살아있는 언어를 사용할 때 더욱 더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글_오강민 / 8기 학생기자
고려대학교 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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