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사랑 – 국립순천대학교 벤처창업동아리

 
   
 
   
 

    인공수정기술을 포유동물의 번식에 최초로 도입한 이탈리아의 생리학자인 스팔란자니(Spallansani).
그는 1780년에 암캐 30마리에 인공수정을 실시해 약 50%의 수정률을 얻는데 성공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1900년대부터 일부
가축에 인공수정 기술이 실시되어왔지만, 개의 경우 국내 인공수정 시장은 그야말로 황금을 품고있는 불모지였다.아직까지 우리에게 생소한 ‘개 인공수정’은, 사실 외국에선 1980년대 이후 이미 상용화된 지 오래다. 미국의
경우, 자연교미보다 인공수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근친 관계 등으로 인한 번식률 저하와 우수 종견의
유전자원을 영구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다. 자궁내 인공수정기구의 개발과 함께 진행중인 애완견 동결정액제조기술이
이 사업의 근간이다. ‘동결정액제조기술’이란 우수 종견의 정자를 급속 냉동시켜, 액체질소 탱크에 약 100년정도
반영구적으로 보관하는 것. 마치 SF영화에서 봤던 냉동인간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이 기발한 아이템을 연구한 ‘애견사랑 정자은행’은 처음부터 ‘벤처’를 목표로 창립된 동아리는 아니다. 현재
국립순천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의 공일근 교수의 연구물이 사업적으로 발전하여 1999년 학교 승인을 받아 학내
동아리가 되었고, 올해 5월 벤처기업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동아리에서 벤처기업으로 바뀌면서 기존의 명칭이었던
‘애견사랑 정자은행’이 ‘한국동물번식센타’로 이름을 달리하게 되었고, 기업의 가능성을 인정 받아 정부로부터
약 1억3천만 원의 지원금도 받았다.

 
       
 
       
    그렇다면 ‘애견사랑 정자은행’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성공적인 벤처기업 사례로 거론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아마도 인간성 상실과 인간소외를 극복하고자 애완견을 찾는 현대인의 심리를 간파하고 벤처의 틈새시장인 생명과학
분야를 공략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색 아이템으로 각종 대학창업경진대회에서 우수한 입상 실적과
특허출원 등을 했지만, 국내 애완견 인공수정은 지금까지 미개척 분야였기 때문에 연구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고, 이에 따른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고 한다.“2002년 전라남도 대학생 창업경진대회에서의 일이에요. 저희
연구물을 대회에 출품했는데, 앞의 8팀 모두 IT관련 사업이었죠. 9번째로 저희 팀이 발표를 했는데 발표를
마치자 아무도 저희에게 질문을 안 하는 거에요. 앞의 8팀에겐 그야말로 질문 폭격이 떨어져 그것을 지켜보는
참가자들이 모두 식은 땀을 흘릴 정도였는데 말이죠. 나중에 너무 섭섭해서 왜 질문을 하나도 하지 않았느냐고
심사위원들에게 물어보니, 저희 발표물에 대해선 무엇을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 몰랐다는 거에요. 그만큼 창업에서
생명과학 분야는 심사위원들에게조차 낯설고 생소한 분야였던 거죠.”
결국 위 대회에서 ‘장려상’이란
성적을 내었지만 연구하는 과정에서 예상했던 사업의 시장 진입에의 어려움을 절감한 때였다고 ‘애견사랑 정자은행’의
연구부장인 박사 2년차 정수룡 씨는 말한다.

수익창출을 목표로 하는 벤처창업 동아리이지만, ‘애견사랑 정자은행’은 국내 애견시장의 현황을 감안해 인공수정시장
저변확대에 사업의 역점을 두고 있다.

“애완견의 경우 아직까지 인공수정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많이 부족해요. 연구과정에서 수익이 얻어진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앞으로도 인공수정의 보편화에 더 힘쓸 계획이에요.
그것이 결과적으로 이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초석이라고 생각하구요.”

 
 
   
   
   

현재 ‘애견사랑 정자은행’은 공일근 교수와 박사과정
2명, 석사과정 5명, 학부생 5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회원 대부분이 관련 학문을 공부하고 있지만,
애견에 대한 사랑과 동아리의 취지에 부합되는 능력과 열정만 가지고 있다면 동아리 가입이 가능하다.
그리고 생명을 다루는 일인만큼 1-2년의 견습과정을 거쳐 엄격한 심사 하에 회원을 선발한다. 이렇게 어렵게 뜻을 모아 뭉친 연구팀인만큼 서로에 대한 우정도 돈독하다.

주말 저녁임에도 연구실 안은 흰 가운을 입은 생명공학도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때마침
현재 개인업체 ‘ABS 센터’ 를 운영하고 있는 ‘애견사랑 정자은행’대표 오인석 씨(박사2년차)를 만날 수
있었다. 몇일전 아버지가 되는 경사를 맞았다는 그는, 사뭇 다른 눈길로 연구실 안의 시츄를 바라보고 있었다.“개나 사람이나 생명체가 태어났을 때의 기분은 똑같아요. 동물이라
표현을 못할 뿐이죠. 개가 새끼를 낳을 때나 몇일전 제 아내가 아기를 낳을 때나 똑같은 기쁨을 느꼈어요. 생명이
탄생한다는 건 참 신비로운 신의 축복이죠.”

동물의 생명도 자신의 아기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바로 지금까지 ‘애견사랑 정자은행’이 커나갈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되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경제성장과 핵가족화로 애완견 시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우수 종견과 애완견을 수입해왔는데, 그 규모가 2001년 11월 기준 9,148두로 상당한 외화가 반출되고 있다.

만약, 종견 수입을 동결정액과 인공수정기술로 대체한다면, 연간 100-1000억원 이상의
외화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애완견 인공수정은 막강한 경쟁력을 가진 21C형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지금까지 노르웨이와 미국에서 개발된 인공수정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노르웨이의 경우 50만 원선, 미국의 경우 700만 원선으로, 1회 시술당
25만 원 안팎인 우리나라보다 2-28배쯤 비싸다. 개에 관련된 기술이 전무한 상태에서 애완견 동결정액기술과
자궁내 인공수정기구의 기술이 상용화 된다면,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세계 최고가 될 것이고, 해외로의 우수견종
역수출도 가능하다.

현재 개 관련 시장은 약4조 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발맞추어 ‘애견사랑 정자은행’은 2004년 16억 원 수익창출을
목표로 애견시장 저변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받아 부족한 고급인력을 충원할 계획도 세우고
있고, 동결정액의 인터넷 판매망을 구축하여 발빠른 애완견 인공수정시장에의 야심찬 진출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박사 2년차 연구부장 정수룡 씨에게 벤처 창업을 꿈꾸는 대학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부탁했다.

“벤처사업을 시작해 성공할 확률이 1만분의 1이라고 해요. 그만큼 벤처창업이 쉽지 않다는 것이죠.
실제로 획기적인 아이템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없어 사업이 체계적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소자본으로
출발하는 것이 ‘벤처’이지만, 어떻게 보면 벤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인 것 같아요. 아이템 하나만
있으면 빌 게이츠처럼 된다는 것은 망상이죠. 하나에서 곁가지로 뻗어나갈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무엇보다 벤처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바래요. 그럼 성공확률이 좀더 커지지 않을까요?”

 
     
 
   

글_변혜숙 / 8기 학생기자
숙명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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