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 – 창조적으로 사고하는 잡종 지식인!

 
 
   
 
    홍 교수의 이력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해외유학을
가지도 않았고 한국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친 사람이 명문 토론토 대학의 교수로 임용된 것은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킬만한 성공
스토리임에 분명하다. 1992년 미국 과학사학회에서 수여하는 권위 있는 논문상인 ‘슈만상’을 동양인 최초로 수상함으로써
해외에서는 통하지 않는 서울대 졸업장의 한계를 멋지게 뛰어넘었다. 이 정도의 이력은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인을 담은 다큐멘트리
‘한민족 리포트’에 나올 만한 이야기다.
하지만 과학자인 홍 교수에게 ‘일요신문’ 기자라는 좀 특이한 경력이 있음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또한 한때 대중음악 평론가가
되기를 꿈꾸었던 적도 있다. 홍 교수의 칼럼을 접하면 홍 교수의 주전공이 과연 어떤 것인지 알아내기가 알쏭달쏭한 이유도
바로 이런 이력에 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잡종지식인’ 이다. 과학자인 그가 신문기자로 활동한 시간들은 언뜻 일관성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발상의 힌트를 얻고 독창적인 코드를 찾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잡종’ 이라는 타이틀로 몇 해 간 칼럼을 연재하다 보니 어느덧 ‘잡종 전문가’가 되어버렸다.
 
   
     
   
   
    이공계 기피현상과 실용학문에 밀린 순수학문을 고수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순수학문을 공부하는 학자의 길은 외로워보인다. 하지만, 홍성욱 교수에게서는 학문하는 즐거움이 물씬 느껴진다.
한참 공부를 많이 하던 젊은 시절, 하루에 몇 시간씩 공부했냐는 질문에 그는 공부시간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답변했다.
궤도에 오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같지만, 창조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공부시간보다 중요하다는 요지일 것이다.
토론토 대학은 50분 수업 중에 15분이 질의 응답시간이다. 학생들은 교수가 귀찮을 만큼 질문을 해대는데, 그 중에는
심지어 교수의 실력을 떠보는 질문, 아니면 자기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질문을 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다고 한다. 반면,
한국 대학생들은 너무나 과묵하다. 강의 방식도 고등학교 수업과 별반 차이가 없다. 질문하고, 토론하며 창조적으로 지식을
쌓아 나가는 수업은 거의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홍성욱 교수의 강의에는 유독 중국 학생들이 많다. 교수 이름만
보고 중국인일 것으로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교수’가 아니라 ‘동양인 교수’로 학생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서양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국인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부분은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는 것. 역시 잡종적
마인드가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자우림이나 G.O.D의 새 앨범이 나오면 어김없이 학생들이 홍 교수에게 CD를 보내준다고 한다. 홍 교수가 직접 만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나이 차이, 공간상의 거리 등의 벽을 허물고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과 만남을 꾀한다. 이런 과정에서
만난 젊은 후배들, 친구들이 그에게는 유독 많다. 잡종적 사고가 가져온 시너지 효과인 것이다.
   
    돌에 새겨 기록을 하던 시대에는 정보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이집트에서 파피루스를 개발하게 된 이후, 기록이 너무도 용이해졌고 많은 정보를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 현상이 가져온 결과는 사고가 세속화, 대중화되었다는 점임에 주목해야 한다.
요즘, 대학생들은 인터넷 보급으로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대학가에 보급된 인터넷은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우선 리포트의 양이 전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났다. 반면, 리포트 작성에 쓰는 시간은 많이 줄어들었다.
리포트 짜깁기는 표절이니 절대적으로 배격할 일이지만,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홍 교수는 여기에 재미있는 질책을 한가지 덧붙였다. 현재 한국이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1위라는 것은
스스로 자랑스럽게 자주 언급하는 사실이지만, 인터넷 상의 질적인 정보의 양은 1/100이하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베낄만한 자료 자체가 없기 때문에 짜깁기 자체가 의미 없다는 일침이다.

“이왕 베낄 거면 해외 사이트도 좀 돌아다녀 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외국 사이트들 돌아다니면서 좋은
자료 번역해서 읽어볼 만 하구요. 검색력이라는 것도 지금은 경쟁력이죠. 깊이 있는 사이트를 발굴하세요”

     
   
   
    자연스레 화제가 홍 교수가 많은 관심을 지닌 인터넷으로 전환되었다.
홍성욱 교수는 한국의 인터넷 문화가 지닌 가장 큰 특징으로 ‘게시판 문화’를 꼽았다. 토론토 대학의 사이트를 비롯하여
외국 대학사이트에는 게시판이나 방명록이 구비되어 있지 않다. 반면 국내의 사이트들에는 거의 모든 사이트에 어떤 형태로든지
방문자가 글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된다. 게시판은 정보의 파급효과를 극대화시키면서 한국만의 독특한 인터넷 환경을
형성해왔다. 얼마 전 경북대 미술학과 교수가 ‘황당한(?)’ 시험문제를 출제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불과 며칠만에
전국의 대학생들이 그 시험문제를 풀어 보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은 이러한 게시판 문화의 속성을 잘 드러낸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활성화된 게시판을 통한 ‘퍼가기’ 현상이 보여준 위력이었다. 홍 교수는 이런 게시판 문화의 힘 즉, 자발적이고 통제할
수 없는 이러한 특징에서 생산되는 엄청난 영향력에 대해 연구할 가치를 느낀다고 한다.
이야기가 게시판 실명화로 흘러갈 즈음, 홍 교수는 ‘실명화는 필요한 곳에서 자율적으로 사용하면 된다’라는 의견을 말해주었다.
실명화는 무의미한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좋은 정보의 양도 함께 줄어들게 하는 특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실명화는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일 뿐, 법을 통한 강제적 실명화에는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인터넷에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찾고 인터넷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홍 교수의 시각은, 잡종적 지식인을 지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가야할 방향을 지시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쏟음으로써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열린 지식인이 되는 길이 그 안에 담겨 있는 듯 하다.

     
   
     
 
     
   
     
 

글_김정하 / 8기 학생기자
경희대학교 사회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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