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 작지만 아름다운 생명, 달팽이에 관한 모든 것

 
 

<달팽이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이유>의 주인공 ‘달팽이’는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최수영
씨 집에서 무려 2년이나 자라온 프랑스 태생 애완동물이다.
 
    호기심에 키우게 됐던 달팽이들이 서로 사랑하고 알을 낳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관찰해
온 달팽이를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article_view.asp?menu=s10100&no=80153&rel_no=1)’에
실기도 했던 최수영 씨. 그녀가 김삼력박희석 씨와 신문방송학과 수업의 하나인 ‘TV제작론’의 실습 주제로 ‘달팽이’를
망설임 없이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달팽이를 의인화하여 6mm 카메라에 담는 건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30마리가 넘는 달팽이 하나하나의
이름을 부르며 ‘느릿느릿’ 달팽이의 생활습관과 리듬을 같이하며 촬영을 하길 3개월 남짓. 그네들의 정성에 달팽이들도
협조(?)하기 시작했다. 목을 길게 빼고 서로 껴안는 모습이라든지, 한 가운데 먹을 것을 두고 둘러 앉아 사이좋게
먹이 먹는 모습 등을 이들이 포착하게 했던 것이다. 한 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여러 조가 쓰는 컴퓨터의 용량을
달팽이로 점령하면서까지 다른 조의 쏟아지는 비난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들. “다 연출된 장면이지?” 처음엔
눈물겹게 힘들었던 시간만큼 이런 친구들의 반응이 야속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만큼 자연스럽게 달팽이를
담아냈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일 만큼 의연해졌다고.
 
       
     
       

인터뷰를 하던 12월20일. ‘최우수상’이라고 새겨진 트로피를 이제서야 본다는 그들의 얼굴에는 스스로
감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나 처음으로 영상물을 제작하여 상을 타는 영광을 얻은 최수영 씨에게는 더 큰 자부심으로
와 닿는 것 같았다. 3개월이 넘는 촬영기간에 보답이라도 하듯 큰 대회에서도 상을 안겨주긴 했지만 대상도 아닌
2등상인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그들은 주저없이 독특한 소재 때문이라고 말한다. “’달팽이’란 독특한
소재 때문일 거에요. 우리는 사람들이 단지 느리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미물 달팽이를 통해 작은 것의 소중함,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싶었거든요.”

실제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형식을 혼합한데다 전문 성우가 아닌 달팽이를 잘 아는 최수영 씨가 직접 독백 형식의
나레이션을 담당, 달팽이란 신선한 소재를 의인화하여 인간과 담담하게 비교한 점이 눈길을 끌어 예선을 통과한
60여 점의 작품 중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실제 촬영 장면은 30배가 넘는 6mm 테이프 5개 분량이 넘는다. 버리기 아까운 장면이 많았다며 편집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은 “국내에서 만족하지 않고 번역작업을 하여 해외영화제에도 나가볼 생각”이라고 한다.

“기교보다 내용에 충실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름다운 영상에만 치중한
나머지 내용이 부실해지는 영화를 종종 봐왔거든요.”

10여 편의 단편영화 촬영 경험으로 작품성을 지켜준 김삼력 씨. 그 밑에서 궂은 일 마다 않고 막내 노릇 톡톡히
해낸 박희석 씨, 그리고 2년 여에 걸친 관찰 속에서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던 최수영 씨. 이들 모두에게
이번 작품은 좀더 체계적으로 미래를 생각해볼 기회를 준 모양이다.

 
       
     
       

“달팽이는 식성 좋은 미식가예요. 종류를 가리진 않지만, 음식의 고유한 맛과 향, 빛깔까지 즐길
줄 알구요. 마음에 드는 먹이를 먹을 땐 눈이 살짝 구부러지기도 해요.
 
    농약 뿌린 콩나물은 외면하지만, 유기농 콩나물은
맛있게 ‘냠냠’ 먹기도 하구요. 음식을 먹고 나선 먹은 음식과 같은 색깔의 냄새 없는 변을 본답니다.”
“달팽이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하지요. 좀 의아하겠지만 암수 한몸인 달팽이에게도 짝이 있어요. 서로 좋아하는
짝과 함께 다니는 걸 좋아하고, 짝짓기를 할 땐 ‘연시’라는 사랑의 화살을 쏘아 마음을 고백하는 것 같아요.
부드럽게 입을 맞추고 머리를 기대기도 하는데, 정말 귀여워요.”

“엄격한 채식주의자 달팽이는 ‘살생’이나 육식은 하지 않아요. 어미가
새끼를 늘 등에 업고 다니는 등 강한 모성을 갖고 있고, 이빨이 있지만 서로 물거나 공격하지 않아요. 또 갈색
달팽이(흑와)와 하얀 달팽이(백와)로 나뉘는데, ‘왕따’ 따윈 없지요. 한번 다닌 코스로는 다니지 않고 이리저리
느릿느릿 두리번 거리는 탐험가 같기도 해요.“

촬영이 끝나갈 무렵 이들 달팽이 무리의 대모, 머리가 맨둥한 ‘율브리너’ 달팽이가 두 눈의 시력을 잃고 말았다.
알을 낳고 산후조리를 잘못해서인지, 전날 샤워기로 씻어 줄 때 너무 물살이 쎄서 충격을 받았는지 양쪽 눈이
함몰되고 한쪽 입마저 마비되어 음식을 먹을 수가 없게 됐다. 일주일째 껍질 안에만 숨어 들어 있는 율브리너가
나오지 않자, 덜컥 겁이 났다. 쌀과 계란 껍질, 영양제를 갈아 죽처럼 쑤었다. 그리고 아픈 달팽이에게 먹였다.
조금씩 조금씩 한쪽 입으로 빨아들이는 달팽이를 보면서 꿋꿋이 살아가야 겠다고 다짐하는 그들. 그들이 상을 탄
가장 큰 이유는 작지만 아름다운 생명, 달팽이의 마음을 담아냈기 때문이 아닐까.

“잠깐, 마지막 질문! 정말 달팽이가 애인보다 좋다고 생각하세요?”
“네~!”

 
       
     
   
 
   
   
     
 

글_김지연 / 8기 학생기자
한국외국어대학교 태국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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